[컨퍼런스G 2023] 게리 하멜 “상사 지시 없으면 책상 하나 못 움직이는 기업들 변해야”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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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원을 기업가로 만드는 ‘관리 혁신’ 필요성 강조
게리 하멜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전략 및 국제경영 담당 교수가 5월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 시사저널 ‘컨퍼런스G 2023’에서 ‘R의 공포…게임의 룰 바꿀 지혜와 통찰’이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게리 하멜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전략 및 국제경영 담당 교수가 5월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 시사저널 ‘컨퍼런스G 2023’에서 ‘R의 공포…게임의 룰 바꿀 지혜와 통찰’이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5월24일 시사저널이 주최한 ‘컨퍼런스G 2023’이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살롱에서 열렸다. 올해 11회째를 맞이한 컨퍼런스G의 주제는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 ○○로 넘자’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상황에서 모두가 R의 공포에 직면했다. 그러나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기에, 탁월한 전략이 필요하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기업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생존 전략을 리빌딩(Rebuilding)하고, 가치를 회복(Recovery)하고, 기업을 안정시키며(Relief), 혁신하는(Reform)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컨퍼런스G는 ‘R의 공포’를 어떻게 넘어야 하는지, 기업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해 분석하는 자리다. 올해도 시대를 선도하는 경영 석학과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게리 하멜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전략 및 국제경영 담당 교수는 키노트 스피치를 통해 “글로벌 경기 침체가 가속화하고 있다”면서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변해야 할 때이며, 그 핵심은 관리(management)의 혁신이다”고 밝혔다. 하멜 교수는 우리 시대 최고의 경영 사상가로 꼽힌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살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활발한 저술과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때때로 글로벌 기업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하멜 교수가 말하는 관리 혁신은 달라진 경제·경영 환경 속에서 직원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하멜 교수는 “기업들 사이에 기술적으로는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으나 직원들을 생산적으로 활용하고 조직화하는 관리 혁신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고질적인 관료주의(bureaucracy·관료 사회처럼 형식적이고 획일적인 방식)하에 아직도 의사결정 시 과도한 단계가 존재하고, 직원들의 잠재력과 재능은 좁은 틀 안에 갇혀 있다. 기업 조직 대다수가 점점 더 무능해져 간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다수 기업에서 일선 근로자는 상사에게 물어보지 않고는 (사무용) 책상 하나 못 움직이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게리 하멜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전략 및 국제경영 담당 교수가 5월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 시사저널 ‘컨퍼런스G 2023’에서 ‘R의 공포…게임의 룰 바꿀 지혜와 통찰’이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게리 하멜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전략 및 국제경영 담당 교수가 5월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서울과 온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된 시사저널 ‘컨퍼런스G 2023’에서 ‘R의 공포…게임의 룰 바꿀 지혜와 통찰’이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하멜 교수는 각국의 산업 현장에서 직원들에게 △비즈니스 혁신가로 성장하기 위한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지(기업이 혁신에 관한 교육을 진행하는지) △아이디어를 비즈니스화하기에 앞서 자금을 지원받을 방법을 아는지(기업이 직원들의 비즈니스 실험에 투자하는지) △혁신을 위한 변화에 대해 책임질 상사가 있는지(기업이 자유롭게 혁신할 수 있는 내부 분위기를 구축하는지)를 설문한 결과 거의 모두가 ‘노(No)’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구글과 메타(구 페이스북) 등 기술 혁신을 선도하는 기업들마저 규모가 커짐에 따라 관료주의 성향이 짙어졌다고 하멜 교수는 안타까워했다. 

하멜 교수는 “톱다운(Top-down), 통제, 조율 등을 특징으로 하는 관료주의가 인류 역사상 손꼽히는 발명 중 하나이긴 하지만, 19세기에나 통했던 구식일 뿐”이라며 “독소적인 고용주와 직원 간 관계 구조를 탈피해야 한다. 사람을 자원으로 보지 말고 사람이 자원을 활용하게 하는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의 재능과 잠재력을 좁은 틀에서 꺼내야만 새롭고 비범한 과제에 도전할 수 있다고 하멜 교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하멜 교수는 모범 사례로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과 미국 철강업체 뉴코를 들었다. 하이얼 직원들은 4000개 이상의 프로젝트성 비즈니스에 포진해 있다. 이 비즈니스에서 계약과 판매 등 실질적인 성과가 발생하면 두둑한 인센티브를 받는다. 뉴코는 사내 경영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모든 직원에게 결제승인 없이 사업비 7만5000달러(약 1억원)를 집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했다. 하멜 교수는 “조직을 유연하게 해 모든 직원을 기업가로 만드는 기업이 불황을 두려워하지 않고 혁신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면서 “다른 기업들도 야심을 갖고 대담하게 움직여 경영 관리의 모델을 새로 만들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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