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퍼런스G 2023] “트렌드를 알면 ‘R의 공포’도 사라진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05.2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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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트렌드는 반전을 만드는 힘…변하면 통한다”

5월24일 시사저널이 주최한 ‘컨퍼런스G 2023’이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살롱에서 열렸다. 올해 11회째를 맞이한 컨퍼런스G의 주제는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 ○○로 넘자’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 상황에서 모두가 R의 공포에 직면했다. 그러나 위기는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기에, 탁월한 전략이 필요하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기업이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생존 전략을 리빌딩(Rebuilding)하고, 가치를 회복(Recovery)하고, 기업을 안정시키며(Relief), 혁신하는(Reform)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 컨퍼런스G는 ‘R의 공포’를 어떻게 넘어야 하는지, 기업이 어떤 전략을 세워야 하는지에 대해 분석하는 자리다. 올해도 시대를 선도하는 경영 석학과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시했다.

이수진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은 5월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컨퍼런스G 2023’ 강연에서 ‘트렌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수진 연구위원은 2016년부터 매년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집필에 참여하며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키워드를 소개해온 소비트렌드 전문가다. 현재 다수의 국내 대기업과 소비 트렌드를 기반으로 한 미래 전략 발굴 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서울대학교에서 소비자심리와 소비문화론을 강의하고 있다. 

이수진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이 5월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컨퍼런스G 2023’ 강연에서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이수진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이 5월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컨퍼런스G 2023’에서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소비자의 욕망과 기본적 가치는 불변”

이 연구위원은 “트렌드를 안다는 것은 무엇이 바뀌고 무엇이 바뀌지 않는 것인지를 파악하는 것”이라며 ‘변하지 않는 것’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것’을 반영해 사업을 진행한다면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도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 인구, 기술적 요소는 언제나 변화한다. 주식과 관련된 키워드, ‘반값’에 대한 키워드에 대한 관심도는 시기에 따라 등락하면서 경제 상황을 반영한다. 챗GPT와 메타버스와 같은 기술적 변화 역시 트렌드를 주도한다. 인구는 변화를 예측해주는 가장 중요한 변수다.

반대로 바뀌지 않는 것들이 있다. 소비자의 욕망과 기본적인 인간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이 연구위원은 합리적 구매 욕구, 타인과의 교류에 대한 욕구, 성장과 양육에 대한 욕구가 어떤 트렌드를 만들어냈는지를 분석하면서 트렌드를 ‘반전을 만들어내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합리적 구매에 대한 경제적 욕구는 신(新) 가성비라는 트렌드를 만들어냈다. 이 연구위원은 “과거 절약하는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았다면, 지금의 소비자들은 아낄 때는 아끼다가도 쓸 때 쓰는 성향을 보인다. 욕망을 ‘절제’한다기보다 ‘관리’하는 것이 요즘 소비자들의 가장 큰 특성”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연세빵’과 《편의점 고인물》과 같은 콘텐츠로 소비자들의 욕망을 겨냥한 CU의 마케팅 방식에 대해 인상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소비자의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키면서 기술의 발전을 반영한다고 하더라도 경계해야 될 부분이 있다고 봤다. 메타머스 SNS 앱인 ‘본디’는 MZ세대가 사랑하는 플랫폼으로 떠올랐지만, 개인정보에 유출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이용자 이탈이 대거 일어났다. 이용자들의 욕망과 두려움을 잘 검토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타인과의 교류에 대한 사회적 욕구는 ‘단골효과’로 발현된다.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가게보다 한 번 방문했던 가게를 다시 찾는 단골효과가 강해졌는데, 이는 불황기에 단골이 많은 가게가 살아남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이 연구위원은 NBA에 대한 팬덤을 예로 들었다. 미국의 Z세대는 아무도 TV를 보지 않지만, 그들은 유일하게 NBA를 본다. 그는 “코로나 기간에 전체 미국 스포츠리그의 매출이 감소했지만, NBA의 매출은 치고 올라왔다”며 “NBA 인스타그램에는 Z세대가 열광할 포인트가 가득하다. NBA는 또 Z세대가 숏폼을 통해 경기 영상을 올릴 수 있도록 저작권 관리를 느슨하게 하면서 단골 의식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이런 ‘단골 전략’을 비즈니스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수진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이 5월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컨퍼런스G 2023’에서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이수진 서울대학교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이 5월24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컨퍼런스G 2023’에서 발표하고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회를 미리 준비해야”

트렌드에 가장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세대인 알파세대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2003년 서울 압구정 갤러리아백화점에 1호점을 열었던 베이비디올은 2000년대 후반 자취를 감췄지만, 2022년 서울 강남 신세계백화점에 새롭게 입점한 베이비디올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지금 어린이들을 양육하는 부모 세대는 명품 선호 현상이 강한 밀레니얼 세대다. 상대적으로 검소한 성향을 지닌 X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에서 밀레니얼 세대로 부모 세대가 교체됐다”며 “더 중요한 이유를 들여다보기 위해서는 ‘텐포켓 현상’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를 넘어 이모와 외삼촌 등 아이에게 소비를 아끼지 않는 ‘주머니’가 10개까지 확대됐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아동 인구가 줄어들면서 축소될 것이라고 예측됐던 아동 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아동 사교육, 아동 의류 등 아동 시장이 역대급 호황기를 맞이했다.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회를 미리 준비하고 있다가 치고 올라온 기업들이 보인다”며 “교육 시장에서도 지형도가 많이 바뀌었다. 웅진씽크빅이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약진한 데에는 미리 AI 학습 등을 준비한 배경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가 기업들에게 강조하는 것은 트렌드를 반영한 성장이다. 이 연구위원은 “주역에는 ‘궁즉변 변즉통 통즉구(窮卽變 變卽通 通卽久)’라는 말이 있다. 궁하면 변하고, 변하면 통하고, 통하면 영원하다는 뜻이다. 트렌드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써 이 말은 곧 진리라고 생각한다”며 “세상은 계속 변하지만, 소비자의 기본적인 욕구를 잘 충족시킨 플레이어들은 트렌드를 반영하며 성장했다.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을 잘 구분해, 변하지 않는 것을 중심으로 변화를 반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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