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지지율, 여당보다 앞서면 공천도 대통령이 주도 [배종찬의 민심풍향계]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6.23 16:05
  • 호수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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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지지율이 김기현 대표·국민의힘보다 높아
빅데이터 분석으로도 대통령이 상대적 우위의 주도권 가져

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내년 총선이 이제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각 정당은 혁신과 개혁을 통해 유권자를 사로잡겠다고 호언장담하지만 곧이곧대로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국회의원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뭐니 뭐니 해도 공천권과 당선권이다. 공천권은 시스템 공천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시스템은 당에서 어떤 세력이 주도권을 행사하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져왔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 한 해 전에 있었던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친박 세력들은 공천에서 물을 먹고 말았다. 그렇지만 서청원 의원을 중심으로 ‘친박연대’라는 정당 조직을 결성하고 친박 후보자를 공천했다. 이들은 선거에서 두 자릿수 당선이라는 돌풍을 만들어냈다. 당내 공천이 객관적이고 시스템에 의한 공천이라면 친박연대라는 이탈 조직이 생기지 말아야겠지만 당보다는 대통령의 영향력이 당시 국회의원 선거에 지배적이었고, 결국 친이(親이명박) 후보자가 대거 공천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프랑스와 베트남 순방에 나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6월19일 탑승에 앞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21대 총선 때도 文 지지율이 민주당 압도

대통령의 선거 영향력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금 국회 의정활동 중인 21대 국회가 구성된 2020년 총선 역시 대통령 영향력의 대표적인 사례다. 2020년 1월20일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전대미문의 대혼돈이 한국 사회를 엄습했고 4월에 있을 국회의원 선거에 가장 큰 이슈로 등장했다. 대부분의 사전 여론조사에서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이 정부와 여당에 있고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인식이 나타나면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노심초사 위기 국면이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역시 코로나19 국면의 시작과 동시에 요동쳤지만 한국 정부가 외국에 비해 코로나19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상황은 극적으로 반전됐다. 대구에서 신천지 종교를 중심으로 집단 확산되는 파장까지 빚어졌지만 정부 대응은 계획대로 진행되는 상태였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우려와 달리 반등하는 추세로 이어졌다. 총선이 있기 직전에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은 선거 승리를 예상하는 수준으로 올라섰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2020년 3월31일~4월2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 긍정평가는 56%,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나타났다. 대통령 지지율이 여당보다 무려 15%포인트나 더 높다. 실제로 선거에 임박한 시점의 조사 결과지만 민주당 의원들의 공천이 이뤄지는 시점(2~3월) 동안에도 실질적인 영향력에서는 문 대통령이 중심에 있었다. 실제 선거 결과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었던 서울·인천·경기 수도권에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군계일학이었다. 서울에서 긍정평가는 61%, 인천·경기는 60%였다. 수도권 국회의원 지역구를 싹쓸이한 배경은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이었다. 공천자 대부분이 친문(親문재인) 후보자라고 내놓고 부각시킬 정도였다. 특히 경합 지역구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중도층에서 대통령 긍정 지지율은 55%였는데, 민주당은 37%에 그쳤다(그림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6월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이후 기자들과 일문일답을 하면서 일각에서 제기하는 다수의 검찰 출신 공천에 대해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시스템 공천을 하게 될 것이고 검찰 출신이라고 해서 그리고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가깝다고 해서 마치 공천은 따놓은 당상으로 인식하거나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의 말을 믿고 안 믿고는 개인의 자유겠지만 대통령의 임기 중반에 실시되는 선거가 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라는 점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직간접적으로 최종 선거 후보자를 결정하는 공천권과 후보자를 당선시키는 영향력 차원의 당선권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6월13~15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여당인 국민의힘 그리고 당의 얼굴인 김기현 대표보다 앞서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 조사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지지율은 35%, 국민의힘 지지율은 34%, 김기현 대표에 대한 평가는 29%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당과 당대표보다 더 높게 나왔다. 세부 응답자 특성별로 봐도 대통령의 영향력이 더 커 보인다. 서울은 대통령 긍정 지지율이 37%, 국민의힘 36%, 김 대표 27%로 나타났다.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을 하지 못하는 대통령의 환경이라면 선거도 중요하겠지만 얼마나 좋은 인물을 선거에 내보낼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2008년 선거에서 친박연대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되기도 했다. 인천·경기 지역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긍정 지지율은 32%, 국민의힘 30%, 김 대표 긍정 29%로 나왔다(그림②). 내년 총선이 사실상 수도권 선거라고 한다면 선거도 그렇겠지만 선거 영향력을 극대화할 공천 후보자 결정부터 윤 대통령의 영향력이 원천 배제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해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현실적으로 영향력이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김기현 대표 평가마저 견인해

아주 큰 차이는 아니지만 빅데이터를 보더라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우위의 주도권을 가진 것으로 해석된다. 빅데이터 심층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로 5월22일부터 6월21일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에 대한 감성 연관어와 빅데이터 긍·부정 감성 비율을 비교해 보았다. 윤석열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는 ‘비판’ ‘논란’ ‘우려’ ‘평화’ ‘안전’ ‘갈등’ ‘혼란’ ‘의혹’ ‘불법’ ‘범죄’ ‘체포’ ‘혐의’ ‘위기’로 나왔고, 김기현에 대한 빅데이터 연관어로 ‘비판’ ‘논란’ ‘의혹’ ‘괴담’ ‘체포’ ‘우려’ ‘내로남불’ ‘비난’ ‘범죄’ ‘피해’ ‘안전’ ‘갈등’ 등으로 나타났다. 특이한 점은 윤 대통령에 대한 감성 연관어가 김 대표에게 고스란히 옮겨왔다는 것이다. 즉 김 대표 역시 윤 대통령과 연동돼 있는 커플링(Coupling) 현상이다. 대통령의 긍·부정 감성 비율은 긍정 25%, 부정 73%이고, 김 대표에 대한 빅데이터 감성 비율은 긍정 21%, 부정 75%로 나타났다(그림③). 

크게 차이가 나지 않거나 비슷하다고 볼지 몰라도 더 핵심적인 포인트는 윤 대통령이 김 대표에 대한 평가마저 견인하고 있다는 지점이다. 윤 대통령 지지율이 임기 2년 차에 높은 편은 아니지만 내년 선거의 성격은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평가 대결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표면적으로야 대통령의 영향력이 반영되는 공천에 대해 손사래를 치는 상황이지만 현실적으로 그리고 선거 결과와 책임을 감안한다면 대통령 영향력을 무시하긴 불가능해 보인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 소장
배종찬 인사이트케이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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