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시선은 ‘이재명 다음’을 향해 있다”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3.07.03 09:05
  • 호수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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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위 출범에도 주목 못 받는 민주당…잠룡 ‘이낙연·김동연·김부겸’에 시선 쏠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이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김남국 의원 거액 가상자산 논란 등 잇단 악재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이 6월20일 혁신위를 출범시켰다. 문재인 정부 금융감독원 부원장 출신인 김은경 위원장을 필두로 혁신 및 당심 수습 작업에 돌입했지만, 당내 불만과 원심력은 도리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명(非이재명)계에선 혁신위를 향해 “친명(親이재명) 일색”이라며 불신을 드러내고 있고, 혁신위가 1호 혁신방안으로 내놓은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은 의원들의 미지근한 반응에 직면하며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이 가운데 당내 잠룡 중 한 명인 이낙연 전 대표가 6월24일 1년여 만에 귀국하자 스포트라이트는 그에게 향했다. 이 전 대표 귀국 장면은 여러 언론을 통해 생중계됐고, 인천공항엔 이 대표 측 추산으로 1500명 넘는 지지자가 몰렸다. 이 장면에 대해 비명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소속 한 전직 의원은 통화에서 “차기 대선이 3년도 더 남은 상황에서 당내 선두(이재명 대표)가 아닌 그의 경쟁자에게 이목이 쏠린다는 건 결코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 전 대표뿐만이 아니다.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다른 잠룡들에게도 당내 인사들이 지속적으로 접촉을 시도하는 등 관심이 계속되고 있다. 앞의 전직 의원은 “이 대표와 현 지도부가 처한 현실이다. 당에서는 물론 대중의 시선도 이미 ‘이재명의 다음’을 향해 있는 것”이라며 “그걸 알고 있는 이 전 대표는 귀국하면서 본격적으로 기지개를 편 것이고, 다른 잠룡들도 때를 기다리며 나설 시점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사저널 이종현·임준선·최준필
(왼쪽부터)이낙연 전 대표,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총리 ⓒ시사저널 이종현·임준선·최준필

이낙연, 호남 기반 신당 창당설까지 나와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5월16~17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의 대안은 누가 적합한가’라는 질문에 이낙연 전 대표 17.1%, 김동연 경기지사 15.9%, 김부겸 전 총리 12.5%, 박용진 의원 7.8% 순으로 나타났다.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경선 때는 물론 현재까지도 이 대표의 최대 경쟁자로 꼽힌다. 최근 그의 귀국은 민주당에 팽팽한 긴장감을 가져왔다.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이 전 대표는 마중 나온 지지자와 측근들 앞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나라가 국민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나라를 걱정하는 지경이 됐다”며 “제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못다 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정치권에선 이 전 대표가 언급한 ‘못다 한 책임’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왔는데 우회적으로 지난해 이재명 대표의 대선 패배를 겨냥한 것이라는 풀이에 가장 크게 무게가 실렸다. 자신이 대선 경선에서 패했기 때문에 대선 역시 패했다는 것이다. 정치 재개는 물론 곧바로 대권 도전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 이 전 대표는 내년 총선 등 다른 선거를 거치지 않고 대선으로 직행하는 계획을 가장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전 대표 측 사정을 잘 아는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대선 외 다른 옵션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전 대표도 귀국 전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가진 강연에서 “내년 총선 출마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직행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어떻게’다. 현재로선 당내에서 비명계의 구심점으로 역할을 하면서 이 대표 견제를 통해 영향력을 확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여러 장애물이 존재한다. 특히 현재 당내에는 그에 대한 지지 세력 못지않게 비토 세력도 상당하다. 이재명 대표의 지지자들은 이낙연 전 대표를 적(敵)으로 인식할 정도인데, 그의 귀국만으로도 당장 내부 갈등의 소용돌이가 커지고 있으며, 설령 이 대표의 상황 변화로 리더십에 공백이 생기더라도 강한 비토로 인해 대체자로서 역할을 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장외에서 체급 키우는 김동연…‘은퇴 아닌 은퇴’ 김부겸에게도 러브콜

따라서 당내에선 이 전 대표가 민주당을 탈당해 신당 창당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현재 호남에서 민주당의 원심력이 상당히 강해지고 있는 모습인데, 호남을 지역적 기반으로 둔 이 전 대표가 호남 중심의 창당을 통해 지지를 결집한 후 추후 합당 등을 통해 민주당에 복귀하는 구체적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다만 이 전 대표는 향후 정치 행보에 대해 “우선 인사드릴 곳은 인사를 드릴 것이고, 현재까지는 거기까지 정했다”고만 밝혔다. 그는 7월부터는 전국 대학가를 돌며 최근 출간한 저서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낙연의 구상》과 관련해 북콘서트와 강연 등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6월 경기지사 선거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현재 대통령실 홍보수석)에게 극적으로 승리한 후 1년째 경기도정을 이끌고 있는 김동연 지사 역시 민주당의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2021년 말 정치권에 발을 들인 후 2년이 채 되지 않았고, 민주당에 입당한 지는 이제 1년을 갓 넘긴 이력에 비해 상당한 존재감이다.(24쪽 딸린 기사 참조)

특히 김 지사는 안정적인 도정 능력이 돋보이고 있다. 동아일보가 6월9~12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서울·경기·인천 유권자 각각에게 조사한 광역자치단체장 직무수행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지사는 수도권 광역단체장 중 긍정평가(48.5%)는 가장 높고, 부정평가(19.5%)는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긍정 44.2%, 부정 41.4%, 유정복 인천시장은 긍정 41.9%, 부정 33.9%로 각각 나타났다.

김 지사는 문재인 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이지만, 정통 경제관료 출신으로 확장성이 좋고, 전문성과 안정성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정치적으로도 합리적 성향으로 평가되는데 그는 당초 정치에 입문하면서도 민주당이 아닌 합리적 중도를 지향하는 ‘새로운물결’ 창당을 택한 바 있다. 그의 이러한 특징들이 그를 ‘이재명 대체자’로서 존재감을 드러내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요즘 들어 부쩍 그에게 민주당 인사들의 면담 요청이 잦아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지난 대선에도 출마했던 김 지사의 최종적인 목표는 2027년 대선 출마가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경기지사 임기는 2026년 6월까지여서 중도 사퇴 염려도 없다. 다만 광역단체장의 특성상 중앙 정치 활동에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고, 애초부터 당내 세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김 지사의 약점으로 지목된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김 지사는 6월28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등 자신을 주목하는 시선들에 대해 “임기로 보면 지금이 새벽 6시인데 남은 하루, 아직 많이 남은 임기 동안 경기지사로서 최선을 다하면서 애초에 생각했던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정치교체를 위해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총리 임기를 마치면서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김부겸 전 총리도 존재감이 지워지지 않고 있다. 그는 현재 경기도 양평에 새로 지은 집에 거주하면서 중앙 정치권과 일부러 거리를 두고 있다. 스스로는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떠나있지만, 1958년생(65세)으로 비교적 나이가 젊고 포용·통합형 인사의 상징성이 큰 탓에 야권에서는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로 인식된다. 취재에 따르면 김 전 총리는 지난해부터 당내 유력 인사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정치권으로 돌아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엔 광주 정치권으로부터도 차기 총선 출마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총리는 최근 측근들과 모인 자리에서 다시 한번 정계 복귀 가능성을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총리의 최측근 인사는 통화에서 “이재명 대표의 대안으로 김부겸 전 총리가 계속 거론되고 있으나 현재와 같은 갈등과 분열의 당 상황에서는 정치권에 복귀할 가능성은 없다는 게 김 전 총리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 인사는 ‘차기 대선 출마 등 정계 복귀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엔 “김 전 총리의 (지금) 생각은 분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국민들이 바라는 시대정신이 공존과 상생의 정치를 강조해온 김 전 총리와 일치하고 국민이 부른다면 한 사람의 정치인으로서 응답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견해를 밝혔다.

“李 사법 리스크 점점 사라져…권위 회복할 것”

이 외에도 박용진 의원, 정세균 전 총리도 당내에서 주목할 잠룡으로 꼽힌다. 현역 중 대표적인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 의원은 원내에서 이 대표와 지도부를 향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던지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에게 끝까지 맞선 유일한 후보이기도 했으며, 지속적으로 차기 대선 출마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당의 원로급인 정 전 총리는 72세로 비교적 나이가 많지만, 여전히 차기 대선주자이자 이 대표 대안으로 언급된다. 정 전 총리를 향해서도 당내 다양한 계파의 접촉이 있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대선 출마가 아니더라도 정 전 총리가 비상대책위원장 등을 맡아 당내 갈등을 수습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이재명 대표가 다른 잠룡들과의 격차를 벌리며 독주 체제를 더욱 공고히 굳힐 것이라는 전망도 존재한다. 한 민주당 친명계 인사는 시사저널과 만나 “사법 리스크는 점점 사라지고 비명계의 주장도 아무런 힘을 못 받고 있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도 했는데 구속영장이 기각되거나 검찰의 엉터리 조작 수사가 드러나는 시점이 오면 역풍이 세게 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분열이 아니라 화합하는 것이 최우선이며 점차 민주당도, 이 대표의 권위도 회복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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