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과 KCGI 첫 상견례서 이견…경영권 분쟁 본격화 하나
  • 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 승인 2023.07.05 15:0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CGI “지배구조 개선 요구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표 대결 불사”
DB하이텍 부천 캠퍼스 외경 ⓒDB하이텍 제공
DB하이텍 부천 캠퍼스 외경 ⓒDB하이텍 제공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 펀드 KCGI가 최근 DB하이텍과 ‘상견례’를 가졌다. 지난 3월 KCGI의 DB하이텍 지분 매입 이후 첫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만큼, 향후 경영권 분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KCGI와 DB하이텍은 최근 회동해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KCGI는 DB하이텍에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과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 사퇴 등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전달했다.

DB하이텍은 독립적인 이사회 구성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준기 창업회장의 보수와 사퇴 문제 등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DB하이텍 내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KCGI는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정기 및 임시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KCGI는 지난 3월 DB하이텍 지분을 취득한 뒤 주주행동을 본격화했다. 당시 KCGI는 특수목적법인(SPC)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7.05%를 매입해 DB Inc.(12.42%)에 이은 2대 주주에 올랐다. 김 창업회장(3.61%)보다 3.44% 높은 규모다.

KCGI는 오너 일가와 경영진의 구시대적 경영행태로 DB하이텍의 기업가치가 극도로 저평가돼 있다는 입장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KCGI는 DB하이텍이 지주사 전환을 피하기 위해 자사주 매입과 물적분할을 추진하고, 오너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해 660억원 규모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진행한 점 등을 들었다.

KCGI 또 DB월드 지분에 대한 콜옵션 미행사와 세무조사 결과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부족, 지난해 특수관계인에 대한 지급수수료 급증 등을 지적하면서 DB하이텍에 내부통제 시스템 마련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KCGI는 주주권익 제고를 위해 필요한 내용 설명 및 자료 제공을 요청하는 주주서한을 DB하이텍에 수차례 발송했다. 그러나 DB하이텍에서 자료 제공을 미루자 KCGI는 실력행사에 나섰다. 지난 9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자료 은닉 및 폐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는 것이 KCGI의 설명이다.

DB하이텍은 삼성증권을 경영권 방어 자문사로 선정해 대응을 하고 있다. 또 공시를 통해 투자유치설명회(IR) 행사 개최 사실을 알리며 우호지분 확보에도 나섰다. DB하이텍이 공시를 통해 IR 행사를 진행하는 건 1997년 창립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KCGI의 대면 협의 요구를 수락하고 곧 있을 협의를 위해 성의 있는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회계장부열람 및 이사회의사록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한다”며 “KCGI 측이 과연 주주 간 대화에 대해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