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강경파’ 대만 집권당 총통후보 “독립선언 계획 없다”
  • 김지원 디지털팀 기자 (skylarkim0807@hotmail.com)
  • 승인 2023.07.0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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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 “양안 현상 유지를 지지할 것”
대만 민주진보당 홈페이지 모습 ⓒ 대만 민주진보당 홈페이지 캡쳐
대만 민주진보당 홈페이지 모습 ⓒ 대만 민주진보당 홈페이지 캡쳐

대만 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 후보가 내년 1월 선거에서 당선 시 대만 독립을 선언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6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라이 후보는 ‘대만해협의 평화를 지키기 위한 나의 계획’이라는 제목의 기고문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차이잉원 총통과 마찬가지로 대만 독립 성향인 라이 후보는 총통 당선 때 공식적으로 독립 선언을 할 가능성이 제기돼왔다는 점에서 이번 메시지가 주목된다. 

그는 2017년 행정원장(총리)에 임명됐을 때 자신을 “대만 독립을 위한 실용주의자”라고 표현한 바 있다. 중국은 라이 후보를 차이 총통보다 더 강경한 대만 독립파로 여기고 있다.

지난 4일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춘 이 기고문은, 대만 독립 선언을 우려하는 중국과 미국을 안심시키려는 의도에서 작성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대만이 독립 선언을 한다면 무력 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미국 역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2000년 독립 성향의 천수이볜 총통이 당선됐을 때와 2012년 총통 선거 때 민진당의 차이잉원 후보가 국민당의 마잉주 총통에게 도전했을 당시에도 대만 독립 선언 움직임을 경계한 바 있다.

라이 후보는 이번 기고문에서 대만 억지력 강화, 경제 안보, 민주주의 국가와 파트너십, 양안 리더십 등 ‘평화를 위한 4개 핵심 계획’을 밝혔다.

그는 먼저 차이 총통 집권기에 국방 예산 증액과 징병제·예비군 개혁 등의 국방력 제고 조치로 대만의 억지력이 강화됐다면서, 이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제 안보는 곧 국가 안보이며 중국에 대한 지나친 무역 의존은 문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무역 다각화 추진 등을 통해 경제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다음으로는 대만이 올해 전쟁 부상자와 주민을 도울 목적으로 우크라이나에 의료팀을 파견한 것을 상기시키면서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과 파트너십을 강화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 후보는 마지막으로 양안(중국과 대만) 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몇 년 새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92공식’과 ‘하나의 중국’ 원칙을 주장하면서 대만과의 교류를 단절해왔고, 대만·남중국해 등에서 강압적인 군사 행동을 함으로써 긴장이 고조돼왔다고 지적했다.

92공식은 중국과 대만이 1992년 합의한 공통 인식이라는 의미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하되, 그 표현은 양안 각자의 편의대로 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실용성과 일관성을 최우선시하면서, 대만과 국제사회에 최대 이익이 되는 양안 현상 유지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호혜와 존엄의 원칙을 바탕으로 전제 조건 없는 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의 리더십을 언급했다.

왕쿵이 대만국제전략연구회장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라이칭더의 이번 메시지는 대만 독립 세력에 대해 경고해온 중국 당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짚었다. 천이판 대만 담강대 부교수는 대만 중국시보에 라이 후보가 자신이 대만 독립 선언을 강행할지도 모른다는 미국인의 의구심을 해소하려 WSJ에 이 같은 기고문을 보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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