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토한 日 강제징용 피해자 가족들 “정부 공탁, 피해자 다시 죽이는 것”
  • 박선우 디지털팀 기자 (psw92@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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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앞 기자회견
이춘식 할아버지 장녀 “아버지, 공탁 절대 안 받아들인다고 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열린 제3자 변제 공탁에 대한 피해자 측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故 정창희 할아버지의 장남 정종건씨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종건씨, 이춘식 할아버지 자녀 이고운씨와 이창환씨 ⓒ연합뉴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서 열린 제3자 변제 공탁에 대한 피해자 측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강제징용 피해자 故 정창희 할아버지의 장남 정종건씨가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종건씨, 이춘식 할아버지 자녀 이고운씨와 이창환씨 ⓒ연합뉴스

이른바 ‘제3자 변제’ 해법을 골자로 하는 정부 해법안 수용을 거부중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가족들이 정부의 배상금 공탁 행보에 “피해자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임재성 변호사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생존 피해자 대리인 및 피해자 가족들은 11일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 앞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엔 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의 장남·녀 이창환씨와 이고운씨, 미쓰비시 중공업 히로시마공장 강제동원 피해자인 故 정창희씨의 장남 정종건씨가 함께했다.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공장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의 자녀도 동석이 예정돼 있었으나 폭우로 참석이 불발됐다.

임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의 취지에 대해 “지난주 정부의 제3자 변제 공탁 발표 이후 외교부, 지방법원 등 각자의 이야기만 나왔고 판결을 받은 당사자 및 채권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담지 못했다”면서 “유족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강제동원 피해자 가족들은 입을 모아 정부의 배상금 공탁 행보를 비판했다. 이춘식 할아버지의 장녀 이고운씨는 “아버지께서 공탁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셨다”면서 “대법원의 판결을 무마하고 공탁한다는 건 우리 아버지 뿐 아니라 돌아가신 (피해자) 분들을 다시 죽이는 것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공탁과 관련해 직접 와서 체계적으로 ‘이렇게 됐다’는 설명도 없었다”면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넘어가는 건 정부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이건 무시하는 것이고 막무가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故 정창희씨의 차남 정종건씨는 “일본은 끝까지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민 여러분이 함께 힘을 실어주신다면 우리도 힘을 내서 열심히 싸워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3월 대법원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15명의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일본 피고기업 측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이 ‘제3자’ 지급한다는 해법을 발표한 바 있다. 해법 발표 후 현재까지 원고 15명 중 생존 피해자 1명을 비롯한 총 11명이 이를 수용했고, 생존 피해자 2명과 사망 피해자 유족 측 2명 등 4명은 거부 중이다.

일부 피해자 측의 해법 수용 거부가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 3일 해당 4명 몫의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하는 절차를 개시했다. 다만 광주·수원·전주·평택 등 지방법원에서 잇따라 공탁 불수리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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