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식 할아버지 장녀 “아버지, 공탁 절대 안 받아들인다고 해”
이른바 ‘제3자 변제’ 해법을 골자로 하는 정부 해법안 수용을 거부중인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가족들이 정부의 배상금 공탁 행보에 “피해자들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 임재성 변호사 등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생존 피해자 대리인 및 피해자 가족들은 11일 서울 종로구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재단) 앞 기자회견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엔 일본제철 강제동원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의 장남·녀 이창환씨와 이고운씨, 미쓰비시 중공업 히로시마공장 강제동원 피해자인 故 정창희씨의 장남 정종건씨가 함께했다.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공장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의 자녀도 동석이 예정돼 있었으나 폭우로 참석이 불발됐다.
임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의 취지에 대해 “지난주 정부의 제3자 변제 공탁 발표 이후 외교부, 지방법원 등 각자의 이야기만 나왔고 판결을 받은 당사자 및 채권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담지 못했다”면서 “유족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강제동원 피해자 가족들은 입을 모아 정부의 배상금 공탁 행보를 비판했다. 이춘식 할아버지의 장녀 이고운씨는 “아버지께서 공탁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하셨다”면서 “대법원의 판결을 무마하고 공탁한다는 건 우리 아버지 뿐 아니라 돌아가신 (피해자) 분들을 다시 죽이는 것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했다.
또한 “공탁과 관련해 직접 와서 체계적으로 ‘이렇게 됐다’는 설명도 없었다”면서 “수박 겉핥기식으로 넘어가는 건 정부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이건 무시하는 것이고 막무가내라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故 정창희씨의 차남 정종건씨는 “일본은 끝까지 사과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민 여러분이 함께 힘을 실어주신다면 우리도 힘을 내서 열심히 싸워보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3월 대법원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바 있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 15명의 판결금 및 지연이자를 일본 피고기업 측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재단이 ‘제3자’ 지급한다는 해법을 발표한 바 있다. 해법 발표 후 현재까지 원고 15명 중 생존 피해자 1명을 비롯한 총 11명이 이를 수용했고, 생존 피해자 2명과 사망 피해자 유족 측 2명 등 4명은 거부 중이다.
일부 피해자 측의 해법 수용 거부가 이어지자 정부는 지난 3일 해당 4명 몫의 배상금을 법원에 공탁하는 절차를 개시했다. 다만 광주·수원·전주·평택 등 지방법원에서 잇따라 공탁 불수리 결정이 내려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