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강하게, 더 크게 돌아온 《미션 임파서블》
  • 이은선 영화 저널리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7.16 13:05
  • 호수 1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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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사상 가장 규모 큰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
기술이 아니라 육체 믿는 액션 히어로의 화려한 귀환

블록버스터를 사랑하는 관객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이단 헌트(톰 크루즈)가 곡예처럼 펼쳤던 액션 명장면 하나쯤은 품고 산다. 여전히 시리즈의 펄떡이는 심장으로 활약하는 캐릭터와 함께 세월을 추억하는 동시에 확장하는 세계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 어쩌면 그건 영화를 사랑하는 팬들이 누리는 특권일지도 모른다.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이하 《데드 레코닝》)은 어느덧 일곱 번째 불가능 미션에 임하기 위해 돌아온 이단 헌트, 정확하게는 ‘팀 이단 헌트’의 활약과 실패 그리고 반격을 다룬다. ‘PART ONE’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전체 이야기는 총 두 편으로 나뉜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사상 가장 규모가 큰 배경임을 짐작할 수 있다. 언제나 위험을 불사해온 이단 헌트지만 이번에는 그 양상이 조금 다르다. 그가 싸워야 할 대상은, 미래인 동시에 과거로부터 이어져온 그림자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과거의 뿌리를 가져온 이유

국가가 언제든 존재를 부인할 수 있는 ‘어둠의 스파이’ 이단 헌트. 지금까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대부분은 그의 활약을 공통분모로 가진 개별적 서사에 가까웠다. 전 지구적 위협을 꾸미는 테러리스트를 상대하거나, 조직 내부의 음모에 맞서는 사연이 번갈아 진행됐다.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6편부터다. 부제 ‘폴아웃’을 단 6편은 5편 《로그네이션》과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가지며 세계관의 확장성을 꾀하기 시작했다. 《데드 레코닝》은 이단 헌트 개인의 측면에서 좀 더 깊숙한 과거로 향한다는 점에서 한층 더 넓은 사연을 펼친다. 흥미로운 것은, 표면적인 적이 자율학습 능력을 터득한 AI ‘엔티티’라는 점이다. 눈앞에 당도한 미래와 이미 지나온 과거. 그 모든 것이 헌트를 죄어온다.

시작은 베링해의 빙하 아래에서 작전을 수행 중인 러시아 잠수함 세바스토폴로부터다. 이 잠수함은 곧 의문의 사고를 당한 채 심해에 가라앉는 운명을 맞는다. 세바스토폴을 격침한 존재는 보안 시스템을 해킹한 AI ‘엔티티’. 각 국가들은 협력을 통해 엔티티를 소탕하는 대신 패권을 잡기 위해 먼저 손에 넣으려 분주하다. 미국 정보기관 역시 마찬가지 움직임을 보이는 사이, 이단 헌트는 세계 전체에 위협이 될 엔티티를 파괴하려는 독자적 작전을 세운다. 그 과정에서 그가 만난 이는, IMF(Impossible Mission Force) 조직에 합류하기 전 깊은 트라우마를 남긴 숙적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이다. 헌트는 엔티티의 메신저이자 실행자인 가브리엘을 계속 마주해야 한다.

부제 ‘데드 레코닝(Dead reckoning)’은 ‘추측 항법’이라는 항해 용어다. 나침반과 가속도계 등으로 속도를 체크하며 위치를 추측하는 항법으로, GPS 신호를 쓸 수 없을 때 요긴하다. 이는 이번 영화에서 이단 헌트의 작전을 대변한다. 컴퓨터를 비롯한 각종 첨단기술을 작전에 투입하는 데 특화된 루터(빙 라메스)와 벤지(사이먼 페그)는 언제나 이단 헌트의 든든한 동료들이었지만, 수천만 가지 경우의 수를 분석하는 엔티티는 디지털 기기를 통해 그들이 보고 듣는 모든 것을 조작한다.

무기가 되어주었던 것들은 이제 모조리 불리한 패다(심지어 매번 실패가 없었던 페이스 마스크 제작마저도!). 대화를 통해 사람의 성격과 행동 패턴까지 모조리 파악하는 엔티티를 무력화할 방식. 대면하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들만을 신뢰하며, 직접 발로 뛰는 것. 이단 헌트가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다. 그 가운데 갈등도 발생한다. 루터와 벤지, 헌트와 같은 어둠의 스파이인 일사 파우스트(레베카 퍼거슨)는 오래도록 손발을 맞춰온 팀원이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은 이단 헌트의 약점이기도 하다. 1편에서 팀 전체가 몰살당하는 것을 목격한 헌트의 딜레마는 여전히 임무 완수와 사랑하는 이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 사이에 존재한다. 이뿐만 아니라 《데드 레코닝》은 많은 부분에서 1편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초고속 자기부상열차인 TGV에서 벌어졌던 인상적 액션은, 알프스 산맥 사이를 내달리는 증기기관차를 배경으로 한 후반부 하이라이트로 재구성된다. 헌트의 숙적 가브리엘뿐 아니라 의심스러운 정보 책임자 유진 티커리지(헨리 제니)가 복귀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이는 단순한 추억의 카메오 등장이 아닌, 네오누아르(1940~50년대 고전 누아르를 바탕으로 한 장르 영화 스타일)에 뿌리를 두었던 시리즈의 초기 기획으로 귀환하려는 야심을 엿보게 한다.

톰 크루즈의, 톰 크루즈에 의한 작품

《데드 레코닝》은 영화 전체보다 톰 크루즈의 스턴트 액션 장면으로 먼저 입소문이 났다. 그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에서 바이크를 타고 뛰어내리는 장면을 직접 소화했고, 실제로 본편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등장한다. 톰 크루즈가 자신이 사망할 것을 대비해 전체 일정 중 가장 먼저 이 장면을 촬영했다는 사실은 이미 유명하다. 명실상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톰 크루즈의, 톰 크루즈에 의한 작품이다. 그러나 톰 크루즈를 ‘위한’ 작품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망설여진다. 그의 목적이 단 한 번도 달라진 적이 없기 때문이다. “관객이 최고의 재미를 느낄 만한, 만족할 영화를 만든다.”

언젠가부터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는 대형 스크린 액션 영화를 보존하려는 슈퍼스타 톰 크루즈의 도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는 배우 개인의 야심일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관객을 위한 일종의 이타적 의무를 발휘하는 것에 가까워 보이는 면도 적지 않다. 이번 편의 적수를 인공지능 알고리즘으로 설정한 것 역시 우연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이는 오늘날 예술 자체의 실존적 위협이기도 하다. 블록버스터 프랜차이즈는 어떻게 명맥을 유지해야 하는가. 그 미래는 오직 최첨단기술에 달린 것인가. 극장은 여전히 존재 가치가 있는가. 《데드 레코닝》은 이 모든 질문에 여전히 스크린 속을 부지런히 휘젓는 육체로서 톰 크루즈가 증명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보인다. 어떤 면에서 이단 헌트와 톰 크루즈는 나란하다. 이단 헌트는 세상을 위해 싸우고, 톰 크루즈는 대규모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극장과 블록버스터를 구하기 위해 싸운다.

시리즈의 5편부터 합류한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은 《작전명 발키리》(2009)의 각본을 시작으로 톰 크루즈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톰 크루즈의 모든 작품에 연출, 각본, 제작 등의 다양한 역할 중 하나 이상으로 반드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만큼 합이 잘 맞는 콤비라는 방증이다. 애초에 《데드 레코닝》의 전편을 함께 촬영하려던 두 사람의 계획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변경됐고, 두 번째 파트의 개봉은 2024년으로 예정돼 있다.

그레이스(헤일리 앳웰) 등 새로운 캐릭터들의 합류와 가공할 액션 시퀀스들이 주는 쾌감도 적지 않지만, 가장 벅차오르는 순간은 화면 속을 전력질주하고 있는 이단 헌트의 모습을 목격할 때다. 여기엔 어떤 기술적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배우의 육체와 숨소리가 있을 뿐이다. 3편부터 인장과도 같이 꼭 한 번씩 등장하는 이 장면을 여전히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은 적지 않은 위안을 준다. 이번 편에 이르러 헌트는 ‘혼돈의 화신’(incarnation of chaos)으로 소개되지만, 그를 향한 가장 적절한 수사는 5편 《로그네이션》에 이미 등장했다. ‘살아있는 운명의 표상’(the living manifestation of destiny). 아직 세상에는 여전해서 좋은 것이 분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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