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애하던 中 외교부장 친강의 불륜설, 시진핑에 또 악재
  • 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7.22 10:05
  • 호수 1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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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출세한 친강, 3주 이상 실종 미스터리
“방송기자와의 불륜으로 중앙기율위에 감금 조사” 보도 나와

7월17일 오후 중국 베이징 도심에 자리 잡은 외교부 청사. 날마다 내외신 기자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정례 브리핑에 이날 마오닝 대변인이 등장했다. 마오 대변인은 기자들이 쏟아내는 질문에 일일이 답변했다. 한 외신기자가 “친강 외교부장 겸 국무위원은 6월25일 이후 왜 모습을 보이지 않나? 현재 그의 상황은 어떠한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마오 대변인의 답변이 너무 뜻밖이었다. “그 문제에 대해 제공할 정보가 없다”면서 자기 부서의 수장이 어떻게 지내는지 밝히지 않았다. 곧바로 다른 기자가 질문을 이어나갔다.

친강 외교부장과 홍콩의 유명 앵커 푸샤오톈. 아래 작은 사진은 푸샤오톈이 SNS에 마지막으로 올린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푸샤오톈도 잠적 상태다. ⓒ푸샤오톈 SNS 캡처

모르쇠로 일관하는 중국 외교부 대변인

그는 “친강이 홍콩의 모 기자와 불륜을 저질러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사실인가”라고 물었다. 하지만 마오 대변인은 “당신이 말한 상황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또 다른 기자가 “친강의 부재가 현재 중국 외교업무에 영향을 미치고 있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서는 마오 대변인이 “중국의 외교활동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힘주어 답했다. 그런데 더욱 주목할 일이 이날 저녁에 벌어졌다. 매일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실리는 정례 브리핑 전문에서 이 문답 내용이 모두 삭제된 채 공개된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외교부 대변인판공실이 SNS로 제공하는 정례 브리핑 관련 소식이 이날은 없었다. 중국 당국은 모든 언론의 보도와 언론인 및 논객의 논평에 대해 철저히 통제한다. 일반 네티즌의 평소 발언도 검열한다. 따라서 20여 일 동안 실종 상태인 친강 부장의 소식은 중국에서는 전혀 알 수 없고, 이에 관해 입에 올릴 수도 없다. 실제로 중국 포털사이트나 SNS에서 ‘친강은 어디에 있나’로 검색하면 아무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중국 당국은 홍콩에 대해서까지 간섭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오피니언 글에 손을 댄 것이다

7월18일 중국 전문작가 필립 커닝험은 트위터에 “지난 15일 SCMP에 기고했으나 친강과 관련한 5문장이 사전 고지 없이 삭제됐다”고 밝혔다. 커닝험의 오피니언 문장이 동의 없이 삭제된 일은 중국에 종속된 홍콩의 언론 현실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또 친강 문제가 그만큼 민감한 사안이라는 걸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친강은 어떤 인물이기에 중국 당국이 홍콩 언론까지 손대면서 통제하는 것일까.

친강은 1966년 허베이성에서 태어났다. 국제관계대학에서 수학했는데, 이 대학은 외교대학과 함께 중국에서 외교관을 양성하는 요람으로 손꼽힌다. 1988년 대학을 졸업한 후 친강은 외교부 산하기관에서 일하면서 두각을 나타났다. 그 덕분에 1992년 외교부의 정식 공무원이 되었다. 입부해서는 20년 가까이 주로 서유럽 관련 부서에서 일했고, 영국에 두 차례나 부임해 활동했다. 친강이 언론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1년 외교부 대변인 겸 신문국장이 되면서부터다. 이 시기 친강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중국의 입장을 강경하게 쏟아냈다.

마침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집권하면서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를 추진했고, 중국몽(中國夢)의 완성을 정책 기조로 내걸었다. 중국 외교는 2010년대 초까지 경제성장을 최우선하며 ‘실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리며 힘을 키운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가 기본 기조였다. 물론 2003년에는 ‘평화를 유지하며 우뚝 선다’라는 화평굴기(和平崛起)를 들고나왔고, 2004년에는 ‘해야 할 일은 한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도 표방했었다. 그래도 도광양회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진 않았다. 하지만 시 주식이 집권하면서 외교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

이런 대외 외교의 전환기에 친강은 대활약을 펼쳤다. 미국과 서구를 향해 거친 언사를 쏟아냈고, 경제보복까지 언급해 가며 자국의 이익을 관철시키려 했다. 그에 따라 중국 ‘전랑(戰狼)외교’의 시발점이자 상징 아이콘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2014년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난 후 친강은 외교부 내에서 승진 코스를 착실하게 밟았다. 2018년에는 외교부 부부장(차관)이 됐고, 2021년에는 주미 중국대사로 나갔다. 사실 친강은 동료들보다 외교관으로서의 커리어는 부족한 편이었다. 주영국 대사관에서만 계속 일했을 뿐 다른 나라에 주재한 경험이 없다.

그러나 대변인으로 일하면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확실한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시진핑 주석의 눈에 들었다. 실제로 시 주석은 3연임에 성공한 후 친강에 대한 애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지난해 12월30일 친강을 외교부장에 임명했고, 올해 3월에는 국무위원으로 한 단계 더 승진시켰다. 국무위원은 행정부 격인 국무원 내에 5명밖에 없고 리창 총리 및 4명의 부총리와 함께하는 최고위직이다. 전임자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2013년 외교부장이 되고 5년 후에야 국무위원을 겸직했던 전례와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벼락출세를 한 셈이다.

게다가 친강은 올해 56세로, 국무원 최고지도부에서 가장 어리다. 친강에 대한 시 주석의 신임이 얼마나 두터운지 잘 보여준다. 이런 친강이 3주 이상이나 실종 상태에 놓인 배경은 한 여성 기자와의 불륜설에서 비롯됐다. 현재 홍콩 피닉스위성TV에서 일하는 푸샤오톈이 그 상대다. 푸샤오톈은 베이징대학에서 학사를,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석사를 마친 재원이다. 2009년부터 피닉스위성TV에서 기자로 일하면서 뛰어난 미모와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2014년부터는 각국 정치 지도자와 대담하는 프로를 진행해 왔다.

 

미혼 푸샤오톈, 친강 생일에 아들과 찍은 사진 SNS에 올려

친강이 푸샤오톈과의 불륜을 의심받는 이유는 둘 사이의 여러 접점 때문이다. 지난해 초 푸샤오톈은 대담 프로를 위해 당시 주미대사였던 친강을 만났다. 두 사람은 모두 영국에서 장기간 체류했던 경험이 있다. 그런데 같은 해 11월 미혼이었던 푸샤오톈이 아들을 낳았다. 그 사실을 올해 초 SNS를 통해 공개했다. 다만 푸샤오톈은 아이 아버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3월19일 푸샤오톈은 누군가를 향해 아들 사진과 함께 장문의 생일 축하 메시지를 웨이보에 올렸다. 현재 공개된 친강의 생일이 3월19일이다.

주목할 점은 현재 푸샤오톈도 대담 프로를 그만두고 잠적한 상태라는 것이다. 열심히 하던 SNS 활동도 4월12일에서 멈춰있다. 이렇듯 여러 신빙성이 더해지면서 해외 언론은 각종 추측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언론은 “친강이 푸샤오톈과의 불륜으로 인해 중앙기율검사위원회에 감금되어 조사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에 반해 홍콩의 한 친중 언론은 “코로나19에 감염되어 요양 중이고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이번에 불거진 문제는 그동안 친강을 적극적으로 밀어주었던 시진핑 주석에게는 큰 악재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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