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찾아온 코로나19 ‘여름 유행’…‘아프면 쉬는’ 노동문화 절실
  •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8.06 08:05
  • 호수 1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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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면역 감소·마스크 미착용 영향…‘법적 격리’ 7일→5일도 여파
‘겨울 독감’과 동시 유행 우려도…취약 계층·시설 충분히 보호해야

7월 셋째 주의 하루 평균 코로나19 확진자는 3만8809명으로 6월 마지막 주에 비해 거의 2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 병원만 하더라도 2주 전부터 직원 확진자가 늘어났다. 병동 입원환자의 발병도 빈번해졌다. 이번 유행에서도 젊은 층 감염자가 초기에 주로 발생했다면, 지난주부터는 고령자의 발생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고령자의 발병이 늘면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도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1년 전 경험했던 여름 유행이 2023년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것이다. 이번 여름 유행은 기 감염자·백신 접종자의 면역 감소, 6월 이후 7일 법적 격리 의무가 5일 격리 권고로 바뀐 것, 시민 대다수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게 된 것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15일 간으로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를 시행한 2020년 3월23일 오후 서울 지하철 전동차 안에서 시민들이 거리를 두고 앉아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사람 많은 곳에서는 마스크 써야

2022년 하반기에 2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고위험군에 집중적으로 홍보해 맞도록 유도했다. 그러나 실제 60세 이상의 2가 백신 접종률은 30%를 간신히 넘겼다. 2022년 오미크론 변이에 의한 2~4월 그리고 6~8월의 대규모 유행기에 감염된 사람도 감염 이후 이미 1년 이상 시간이 지났다. 백신 접종 또는 감염돼 획득한 면역이 감염을 예방하기에는 턱없이 낮은 상황이 되었다.
올해 코로나19 예방접종은 10월 이후 XBB.1.5 기반 백신을 접종하게 된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60세 이상 고위험군, 연령과 무관하게 코로나19에 취약한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를 대상으로 예방접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인플루엔자 예방접종과 동시 접종이 가능하기 때문에 질병관리청은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예방접종을 동시에 하도록 권고할 가능성이 높다. 매년 65세 이상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률이 80%를 넘기 때문에 코로나19 예방접종도 인플루엔자와 동시 접종을 통해 최소 60~80% 이상은 접종되었으면 한다.

2023년 6월부터 법적 7일 격리가 5일 격리 권고로 바뀐 이후에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의료기관은 5일 병가를 대부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소상공인은 대체 인력 수급의 어려움으로 격리 자체를 허락하지 않거나 병가가 아닌 연차를 쓰도록 하는 곳도 많다. 일용직 노동자의 경우 연차의 개념조차도 없어 감염 자체가 생계를 위협하므로 검사를 받지 않는 경향도 있다. 언론은 심지어 격리 5일 권고는 언급하지 않고 격리를 안 해도 되는 것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아프면 쉰다’는 노동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감염병 전문가들이 수시로 이야기했다. 상병수당 제도는 2022년 7월에 1단계 사업이 시작되었고 2단계 사업은 2023년 7월 시작됐지만, 현재 적용 지역은 10개 시·군·구뿐이다. 정부 차원에서 코로나19 감염 직원에게 5일 격리를 병가로 가능하게 하는 기업에는 세제 감면 등의 지원을 통해 아프면 쉴 수 있는 문화를 정부 차원에서 지원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마스크 착용 법적 의무 해제 이후에도 고위험군과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의 마스크 착용을 계속 강조해 왔다. 하지만 언론은 마스크의 법적 의무 해제를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식으로 호도했다. 필자는 6월말 태국에 출장을 다녀왔다. 태국도 마스크 착용 법적 의무는 대다수 장소에서 해제되었다. 다만 지하철과 기차 안에서는 정기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는 안내가 방송되었고 시민 대다수가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마스크의 법적 의무를 다 해제하는 것은 좋지만 고위험군의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홍보해야 한다. 의료기관과 요양원 같은 취약 시설의 마스크 착용 의무는 현재처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 지금처럼 코로나19 유행 상황이 악화하거나 인플루엔자 유행 주의보가 발령되면 마스크 착용에 대해 언론들이 나서서 안내해야 한다. 

8월 이후에는 코로나19 법정 감염병 등급도 2급에서 4급으로 바뀌게 된다. 2급은 전수 신고 대상이지만 4급이 되면 표본감시 형태로 전환된다. 유행 규모를 일부 의료기관에서 신고하는 내용으로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정교한 방법으로 표본 의료기관을 설계하지 않으면 전국적인 유행 상황을 파악하기도 어렵고 실시간으로 집계하기도 어렵다.

진단과 치료 관련 비용도 지금까지 정부에서 무료로 진행했다면 8월 이후에는 많은 부분이 비급여로 바뀌거나 의료보험 체계로 전환되면서 본인부담금을 지불하게 된다. 조정안 중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병원과 취약 시설의 유행을 차단하기 위해 무료로 진행되었던 PCR검사가 비급여 항목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보호자·간병인의 검사도 50% 지원되던 것이 비급여로 전환된다. 지금까지 병원 내 유행 예방의 최소한 조치마저 비급여화되기 때문에 병원에서 비급여로 검사를 시행하게 될 경우 환자의 민원 발생 소지가 크다. 비용은 정부에서 주지 않기로 했는데 싸움은 병원과 환자 사이에서 발생하게 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7월27일 오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을 이용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겨울 독감과 동시 유행하면 ‘의료체계 몸살’

코로나19에 감염되었거나 백신을 맞은 사람이 증가하면서 코로나19의 전반적인 위험성은 감소하고 있다. 2022~23년 겨울철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했을 때 코로나19 사망률은 인플루엔자보다 약 1.6배 높았다. 코로나19 유행 초기 5~10배의 사망률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많이 하락한 것은 맞다. 코로나19의 전파력은 인플루엔자의 3~5배 정도로 추정된다. 같은 유행 조건에서 코로나19가 인플루엔자보다 확진자는 3~5배, 그중 사망자는 1.6배 발생한다면 인플루엔자에 비해 5~8배 많은 사망자가 발생하게 된다. 이번 겨울에 두 바이러스가 동시 유행하게 된다면 델타나 오미크론의 유행 수준까지는 아닐지라도 의료체계는 상당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던 때도 잠시 유행이 잦아들었을 때 코로나19가 다 끝난 것처럼 이후 재유행에 대비하지 못했던 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팬데믹 상황이 끝나가고 엔데믹을 맞고 있는 이 시기에 코로나19 엔데믹 상황에서 피해를 볼 수 있는 취약 계층과 시설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3년이 넘는 코로나19의 대응 경험을 통해 다음 팬데믹을 준비해야 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는 없다’던 단재 신채호 선생님의 말씀에 부끄럽지 않은 우리나라 방역 당국·전문가·시민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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