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판 덮치는 ‘사법 리스크’ 트럼프에 이어 바이든도…
  • 김현 뉴스1 워싱턴 특파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8.19 12:05
  • 호수 17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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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손가락’ 차남의 마약·탈세·총기 불법 소지 등 혐의에 특검 임명
트럼프 기소에 이은 바이든 아들 수사, 선거 새 변수로

재선 도전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아픈 손가락’인 차남 헌터 바이든의 사법 리스크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 6월 소득세 탈루 및 총기 불법 소지 혐의로 기소된 헌터 바이든은 즉각 유죄를 인정하고 연방검찰과 플리바게닝(유죄를 인정하는 대가로 검찰과 형을 낮추거나 가벼운 죄목으로 다루기로 거래)을 벌여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담당 판사가 합의안이 “비정상적”이라고 제동을 걸면서 정식 재판 절차에 돌입하게 됐다. 여기에 헌터 관련 의혹을 수사해온 데이비드 웨이스 델라웨어주 연방검사장이 특별검사로 지명되면서 수사와 관련해 더욱 광범위한 권한을 갖게 됐다.

그동안 사법 리스크라면 최근 ‘대선 투표 결과 뒤집기 압력 행사’ 등으로 네 번째 기소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전유물처럼 여겨졌으나, 이제 바이든 대통령도 똑같이 사법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에 모두 드리운 사법 리스크가 미국의 내년 대선 가도에 상당한 변수로 등장할 전망이다.

헌터 바이든은 1970년 바이든 대통령과 첫 번째 부인인 닐리아 바이든 사이에서 태어났다. 헌터는 그의 어머니 결혼 전 성(닐리아 헌터)을 따서 붙인 것이다. 헌터는 그러나 2세가 되던 해에 어머니와 여동생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처음으로 상원의원에 당선됐던 1972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선물을 사러 가던 길에 가족들이 탄 차량을 트럭이 들이받으면서 그의 어머니와 당시 1세였던 여동생 나오미가 사망했다. 헌터도 당시 사고로 두개골 골절상을 입었고, 그의 형인 보 바이든은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당시 차에 타고 있지 않았던 바이든 대통령은 병실에서 상원의원 취임선서를 했다.

2022년 8월13일 바이든 대통령과 차남 헌터 바이든이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존스 섬의 한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떠나는 모습 ⓒAP 연합

불행한 어린 시절 겪은 후 술·여자·마약 빠져

헌터는 이후 조지타운대학교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그는 대학 및 로스쿨 재학 시절 소외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가톨릭 단체에서 활동했고, 그곳에서 변호사인 첫 번째 아내 캐슬린 불과 만나 1993년 결혼했다. 헌터는 불과의 사이에서 나오미, 피네건, 메이지 등 세 자녀를 낳았지만 2017년 이혼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선친 및 친척들이 알코올 중독 증상을 겪는 것을 보고 금주를 결심하고 지켜온 것과 달리 아들 헌터는 10대 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대학 시절엔 코카인 등 마약에 손을 댔다. 이로 인해 헌터는 재활시설을 오가야만 했다. 헌터는 2013년 미 해군에 입대해 백악관 행사에서 당시 부통령이었던 아버지 앞에서 임관 선서를 했지만, 입대 후 검사에서 코카인 양성 반응이 나오면서 2014년 불명예 제대했다.

그의 전처인 불은 2017년 이혼소송을 제기하면서 “헌터는 마약과 술, 매춘부, 스트립클럽에 빠졌고, 성관계를 가진 여성에게 주는 선물 등을 포함한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사치스럽게 지출하면서도 가족들을 합법적인 청구서를 지불할 자금 동원에 이용했고 방치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헌터는 자신의 형인 보 바이든이 뇌암으로 숨진 후 형수와 교제하기도 했으며, 워싱턴DC의 남성 전용 클럽에서 스트리퍼로 일하던 룬던 알렉시스 로버츠와 2018년에 낳은 혼외자도 두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헌터와 로버츠 간 양육비 분쟁이 해결되자 혼외자였던 네이비를 손녀로 공식 인정하기도 했다.

 

헌터 수사 내년 대선까지 이어질 가능성

헌터는 현재 2건의 경범죄인 소득세 탈루 및 1건의 총기 관련 중범죄 혐의로 기소돼 있는 상태다. 그는 탈세와 관련해 2017년과 2018년 두 차례 모두 150만 달러(약 20억원) 이상의 과세소득을 올렸음에도 각각 10만 달러(약 1억3400만원) 이상의 소득세를 고의로 납부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총기와 관련해선 2018년 마약을 복용 중이었음에도 불법적으로 총기를 소지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2021년 발간한 자서전에서 당시 코카인을 많이 복용하는 등 마약에 중독돼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헌터는 총기 소유와 관련해 ‘마리화나나 진정제, 각성제, 마약 또는 기타 규제 약물을 불법적으로 사용하거나 중독됐는지’ 묻는 연방정부 양식에 ‘아니요(No)’라고 허위 진술을 했다. 소득세 탈루는 각각 최대 징역 1년을 선고받는 경범죄지만, 총기 관련 혐의는 최대 징역 10년을 받는 중범죄로 분류된다.

헌터는 당초 소득세 탈루 혐의를 인정하는 대신 총기 범죄자들을 위한 전환 프로그램에 등록하고, 약물 치료와 모니터링에 동의하기로 검찰과 합의했다. 검찰은 마약을 복용하지 않고 다시는 총기를 소유하지 않기로 한 헌터에게 별도의 중범죄인 총기 불법 소지 혐의를 적용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합의안에 대한 승인 권한을 쥔 연방판사가 비정상적인 조항을 문제 삼으며 합의안을 검토하기 위해 더 많은 정보와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승인을 거부했고, 결국 플리바게닝은 최종 결렬됐다.

플리바게닝이 결렬된 후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8월11일(현지시간) 2018년부터 해당 수사를 지휘해온 웨이스 검사장을 특별검사로 지명했다. 특검 지명은 웨이스 검사장이 특검 차원의 수사가 필요하다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었다고 갈런드 법무장관은 설명했다. 웨이스 검사장은 2017년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검사장에 지명돼 2018년 미 상원에서 인준됐다. 웨이스 검사장은 특검으로 지명된 만큼 헌터에 대해 좀 더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 데다 델라웨어뿐만 아니라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지역에서 그를 기소할 수 있게 된다.

헌터 바이든의 사법 리스크는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부친 바이든 대통령의 부통령 재임 시절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 홀딩스 임원으로 영입돼 매월 최대 5만 달러(약 6700만원)의 연봉을 받고, 바이든 대통령의 동생인 제임스 바이든과 함께 중국의 에너지 회사인 CEFC와 수백만 달러의 부적절한 거래를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유죄 협상을 통해 조기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됐던 헌터 사건이 본격적인 재판 절차에 돌입하면서 재선 도전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미 언론들은 특검 체제로까지 전환된 만큼 헌터에 대한 수사가 내년까지 넘어갈 수 있어 관련 재판이 내년 여름이나 가을에 시작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결국 내년 대선 일정과 헌터 바이든에 대한 재판 일정이 맞물릴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AP 연합
트럼프 전 대통령이 8월3일 워싱턴DC 연방지법에서 기소인부 절차를 마친 후 비행기를 타기 위해 로널드 레이건 워싱턴 국립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AP 연합

“대통령에 대한 유권자 시각에 영향 미칠 것”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헌터 바이든을 수사하기 위한 특검이 임명됨에 따라 대통령 아들에 대한 수사와 그것이 만들어낼 (신문) 헤드라인이 아버지의 재선 선거 캠페인에 끈질기게 그림자를 드리울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 사건은 거의 매일 발전하면서 2024년 대선에서 크게 부각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유권자들의 대통령에 대한 시각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고 전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유죄 협상 결렬 이후 바이든 대통령의 참모들이 앞으로 수개월 동안 이 문제로 계속 괴로울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체념하고 좌절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집권당인 민주당 일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검토 중인 딘 필립스 하원의원(미네소타)은 “이것이 정확히 내가 경보를 울리려는 이유”라며 “데이터와 여론조사는 큰 리스크다. 대통령의 나이도 리스크다. 그리고 이제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 아들을 조사할 특검을 임명한 것은 아마도 역사상 가장 중요한 선거 기간 동안 이 문제가 전면에 부각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달리 헌터의 사법 리스크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헌터에 대한 리스크는 이미 2020년 대선과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때도 부각됐지만 선거 결과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통신과 여론조사 기관인 입소스의 지난 6월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58%가 헌터의 플리바게닝이 내년에 바이든 대통령에게 투표할 가능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응답자의 51%는 헌터의 법적 문제가 바이든 대통령의 직무수행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오히려 대다수 유권자는 “아들을 지원함으로써 좋은 아버지”라고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여기에 공화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방 및 지방 검찰로부터 네 차례나 형사기소된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당 혐의들로 직접 기소돼 재판 절차를 밟고 있는 반면, 바이든 대통령의 경우엔 아들 사건과 직접 연관돼 있다는 증거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제이미 래스킨 민주당 하원의원(메릴랜드)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부패에 대해 우려하는 사람들이 정치적 부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에게로 돌아설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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