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열·박인비 입성하면 ‘IOC 위원 3명’ 시대
  • 김경무 스포츠서울 전문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09.16 13:05
  • 호수 1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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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스포츠 외교, 르네상스 열린다…3명 이상 보유 국가는 프랑스·중국·일본·이탈리아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1차례 우승에 빛나는 ‘골프여제’ 박인비(35). 그는 지난 2016 리우올림픽 때 골퍼로 처음 ‘올림피언’이 됐고, 금메달까지 따내며 선수로서 정점의 순간을 맞았다. 1904년 이후 112년 동안 올림피언이 될 수 없었던 골퍼들이었다. 내년 파리올림픽(7월26일 개막) 때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에 도전할 한국 대표로 최근 선정된 그의 당선 가능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아울러 2020년 10월 작고한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둘째 사위인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54)이 장인의 뒤를 이어 오는 10월 IOC 위원이 될 게 유력해졌다. 과연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 스포츠계 거물로 탄생할 것인가? 최근 국내 스포츠계에서 이들이 핫한 인물로 주목받고 있다.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박인비 골프 선수(왼쪽부터) ⓒ연합뉴스·AP 연합

박인비 당선 가능성 놓고 현장 전망 엇갈려

현재 이기흥 대한체육회장(68)과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41)이 각각 IOC 위원과 IOC 선수위원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인비와 김재열의 IOC 위원 추가 당선은 장차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자격으로 IOC 위원이 된 이기흥 회장은 그동안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의 활약과 영향력은 미미하고 역량도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스포츠 외교력이 과거에 비해 크게 약화돼 있다는 비판이 나온 지도 오래다.

“박인비의 IOC 선수위원 당선 가능성, 저는 높다고 봅니다. 캐릭터가 적극적이고, 영어도 잘하잖아요. 올림픽에서 골프라는 종목의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본인이 선거 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그러면 될 수 있어요.” 박인비의 IOC 선수위원 도전을 돕겠다고 밝힌 유승민 위원은 후배의 도전에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중국과 일본은 이미 IOC 위원이 있어 내년에 선수위원 후보를 내지 않는 것으로 안다. 그러면 아시아 몫으로 누가 선수위원에 당선되겠는가. 한국의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반면 올림픽 출전 경험이 있는 국가대표 감독 K씨는 다소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골프요? 올림픽에 나가는 선수들, 즉 올림피언들은 대부분 (골프를) 종목으로 안 칩니다. 그건 올림픽에 나가본 저희들이 잘 알아요. 골프 선수들, 특히 LPGA투어 선수들의 인지도가 낮습니다. 대한체육회 쪽에서는 애초 김연경을 밀었는데, 박인비가 한국을 대표하는 후보가 됐어요. 당선이 어렵다고 봅니다.”

박인비는 지난 8월 IOC 선수위원 도전을 위한 대한체육회 면접에 앞서 “2016 리우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2021년 개최)에 출전했던 건 IOC 선수위원을 향한 꿈 때문이었다. 올림픽 정신으로 리우올림픽 금메달을 땄고, 이제 그 정신을 세계에 알리며 ‘올림픽 무브먼트’에 앞장서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기자들에게 밝힌 바 있다. 그는 “조용히, 열심히 많은 시간을 투자해 공부해 왔다. 유승민 현 선수위원이 선거 때 450km를 걷고 체중이 6kg 빠졌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나도 500km를 걸어서 10kg 감량하는 걸 목표로 해보겠다”고 비장한 결의를 보였다.

박인비는 LPGA투어의 ‘살아있는 전설’로 평가받지만, 올림픽 종목 선수들에게 LPGA의 주목도는 그다지 높지 않다. 게다가 골프는 2016 리우올림픽 때 112년 만에 다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IOC 선수위원은 직전 올림픽에 출전했거나, 선거가 열리는 올림픽에 현역으로 참가하는 선수만 출마할 수 있다. IOC 위원과 똑같은 권리를 행사하고 책임도 지며, 선수와 IOC의 가교 구실을 한다. 각국의 스포츠 외교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다. 유승민은 내년 파리 올림픽 때 8년 임기를 마치고 IOC 위원에서 물러난다.

물론 박인비는 강점이 많다. 8월14일 열린 대한체육회 제2차 원로회의에서 그가 만장일치로 김연경(배구), 진종오(사격), 이대훈(태권도), 김소영(배드민턴) 등을 제치고 한국 대표 후보로 선정된 것은 무엇보다 그의 탁월한 영어 소통능력 때문이다. LPGA투어를 돌면서 그는 원어민 수준의 영어를 익혔다. 한국에서의 1차 관문은 통과했지만, 박인비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내년 파리올림픽 때 전 세계 입촌 선수들을 대상으로 발로 뛰며 험난한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유승민이 8년 전 그랬듯이.

 

김재열 가세로 삼성의 국제 스포츠 외교무대 복귀도 관심

고(故) 이건희 회장의 둘째 딸인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남편 김재열 ISU 회장의 IOC 위원 당선은 사실상 확정적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IOC는 9월8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집행위원회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회장을 비롯한 총 8명을 IOC 위원 후보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오는 10월15~17일 사흘 동안 인도 뭄바이에서 열리는 제141차 IOC 총회에서 남성 4명, 여성 4명이 새 IOC 위원으로 선출된다.

IOC 집행위원회 추천을 통해 신규 IOC 위원 후보가 된 사람이 총회 투표에서 낙선한 경우는 극히 드물다. 김 회장은 이미 서류심사, 윤리위원회 검증, 후보추천위원회 등 3단계 전형을 모두 통과했다. IOC 위원은 개인 자격(최대 70명),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자격, 국제연맹(IF) 대표 자격, 선수위원(최대 각 15명)으로 구성된다. 김 회장은 국제연맹 대표 자격으로 IOC 위원 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역대 한국인 IOC 위원은 총 11명이다. 김 회장이 당선된다면 그동안 좁아들었던 한국의 스포츠 외교 입지가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한국은 유승민 선수위원까지 포함해 3명의 IOC 위원 보유국이 된다. 이건희, 김운용, 박용성 등 3명의 IOC 위원이 있었던 2000년대 초반 이후 18년 만이다. 유승민에 이어 박인비가 선수위원에 선출된다면 한국의 ‘IOC 위원 3명’ 시대는 향후 몇 년간 계속될 수 있다. IOC 위원은 올림픽 개최지 선정 등 IOC의 핵심 현안을 결정하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다.

2011년 7월 IOC 총회에서 강원도 평창이 독일 뮌헨, 프랑스 안시를 압도적 표 차로 제치고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된 것도 당시 이건희 IOC 위원(1996~2017년)의 힘과 영향력 때문이었다. 김재열 회장의 IOC 입성은 장인의 뒤를 잇는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회장은 2011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지냈다. ISU 집행위원이 되면서 회장직을 그만뒀다. 그리고 오랜 침묵 후 지난해 6월 비유럽인으로는 처음으로 ISU 회장에 당선됐다.

사실 1996년 이건희 당시 삼성 회장이 IOC 위원에 당선되면서 한국은 국제 스포츠계 강국으로 위상이 급상승했다. 기존의 김운용 IOC 부위원장만으로도 국제무대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상황에서 재력을 갖춘 이건희 위원의 가세는 주마가편 격이었다. 현재 99명의 IOC 현역 위원 중 프랑스가 4명으로 가장 많고, 중국·일본·이탈리아(이상 3명)가 뒤를 잇고 있다.

한국인 IOC 위원이 3명으로 늘어나면, 그만큼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우리의 스포츠 외교력은 커진다. 김재열 회장의 IOC 위원 당선으로, 스포츠에서 멀어졌던 삼성이 다시 국제 스포츠 외교무대에 본격 복귀할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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