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이!” “우리 이제 어쩌나”…이재명 ‘가결’에 엇갈린 여야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09.21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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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솔직히 예상 못 했다”…다음 스텝 준비에 고심
친명계 ‘격앙’ 속 말 아끼는 비명계…긴급 회의 소집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검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검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국회에서 진행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찬성 149명, 반대 136명으로 가결된 데 대해 여야가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평가한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전체적으로 침통한 분위기 속 친(親)이재명계 의원들의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표결 결과를 확인하던 중 감표위원이던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은 자리에 앉아있던 같은 당 의원들을 향해 ‘오케이 신호’를 들어 보였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내 결과가 발표되자 국민의힘 의원석에선 박수와 함께 환호 소리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 자리에선 탄식이 새어나왔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자리에서 고개를 떨군 채 한동안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 정회 후 기자들과 만나 “민심을 반영한 결과”라며 “민주당은 오늘 상황으로 혼란스럽겠지만 공당으로서 민생을 책임지는 책임 있는 모습으로 돌아와 달라”고 말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어떤 꼼수도 법치를 피해 갈 수 없음이 증명됐다”고 표결 결과를 해석하며 “민주당은 환골탈태의 모습으로 국민께 속죄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절반에 가까운 반대표가 나왔다는 것은, 아직도 제1야당의 상당수가 얼마나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기에 씁쓸하기만 하다”고도 덧붙였다.

브리핑 후 기자들과 만나선 “(민주당에서 30표 안팎의 이탈표가 나온 것을) 솔직히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국회가 이재명 대표의 늪에 빠져 국가 경제나 민생을 도외시한 부분에 대해 우리 민주당 의원님들도 판단을 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다만 국민의힘 내부에선 이날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이 여당에 ‘플러스’만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국민의힘이 주로 ‘이재명 사법 리스크’ ‘이재명 방탄’이라는 공세에 주력하며 그에 따른 반사이익도 누려왔는데, 이러한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이 이익도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 일각에선 그동안 ‘부결’되는 게 더 낫다는 목소리가 새어나오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민주당은 이날 결과로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당 지도부는 표결 결과가 나온 후 긴급 회의를 열고 후속 대응책 논의를 시작했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표결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서 많이 놀랍고 충격적”이라며 “지도부가 의원들에게 여러 차례 부결을 호소했는데 다른 결과가 나와 안타깝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지도부 회의 이후엔 긴급 의원총회도 열 예정이다.

당내 비(非)명계 의원들은 표결 결과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표결 전 ‘가결’을 주장했던 한 비명계 의원은 결과가 나온 후 본회의장을 빠져나오며 “별로 할 말이 없다”며 “이제 우리 당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반면 친명계 의원들은 침통함을 감추지 못하며 격앙된 반응까지 쏟아내고 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본회의 직후 페이스북을 통해 “미안하다. 죄송하다”면서 표결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지지자들을 향해 “이 대표를 끝까지 지키겠다. 탈당하지 말고 이 대표 곁을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강득구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래도 역사의 진보와 동료의원들을 믿었다는데 망연자실이”이라며 “민주당도 죽어야 된다”고 적었다. 양이원영 의원은 “그동안 토론해 온 과정이 있어서, 우리당 의원들 중 28명이 가결표를 던졌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는다”며 “이제 우리 어떻게 해야 하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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