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강서구 유세장 찾아 ‘압승’ 부탁…與 “진교훈에 악재될 것” 견제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0.09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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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길에 강서 지원 유세 “압도적 당선으로 국민 무서움 증명해줘야”
국민의힘 “단식 회복 벌써? 영향력 보여주려는 얄팍한 꼼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서울 강서구 발산역 인근에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진교훈 후보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단식 투쟁 중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퇴원 직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세장을 찾아 “진교훈 후보를 압도적으로 당선시켜 국민의 무서움을, 나라의 진정한 주인이 국민임을 확신시켜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지원사격 소식에 “본인의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한 얄팍한 꼼수”라며 “진교훈 후보에게 최대 악재로 남을 것”이라고 견제했다.

이 대표는 이날 저녁 서울 강서구 발산역 1번 출구 앞 공원에서 열린 민주당 집중유세에서 무대에 올라 “병원에서 퇴원해 집으로 가는 길에 잠깐 들렀다”며 말문을 열었다. 노타이에 정장차림을 한 이 대표는 지팡이를 짚은 채 “마음은 똑바로 서 있는데 몸이 자꾸 흔들린다. 이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녹색병원에서 퇴원했다. 그는 지난달 18일 단식 중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이동해 치료를 이어왔다. 이 대표가 민주당 공식 일정에 참여한 것은 21일만이다.

그는 “저는 역사의 진보를 믿는다. 국민의 위대함을 믿는다”며 “역사를 되돌아보면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떨쳐 일어나 나라 구한 건 언제나 백성들, 국민들이었다. 지금 바로 강서구민 여러분이 나설 때”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보궐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 보복과 갈등으로 점철된 사회가 서로 존중하고 대화하고 인정하고 국가가 가진 모든 역량이 사적 이익이 아니라 오로지 국가와 국민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더 쓰이게 하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될 일”이라며 “그 첫 출발이 바로 이번 강서구청장 선거”라고 했다.

이어 “국민을 인정하지 않고 주권자로 존중하는 것이 아니라 지배 대상으로 여기고 업신여기면 어떤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여러분께서 직접 행동으로 증명해 주실 걸로 확신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체포동의안 가결 이후 갈등을 빚고 있는 당 상황을 의식한 듯 단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안의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부족하고 억울한 것이 있더라도 잠시 제쳐두고 저 거대한 장벽을 우리 함께 손잡고 넘어가자”며 “서로 손잡고 단결해서 단합해서 국민의 위대함을 역사가 진보하는 것임을 우리 함께 증명하자”고 외쳤다.

이 대표는 “거대한 강물도 결국은 빗방울이 모인 것”이라며 “국민 주권의 민주공화국은 깨어있는 국민들의 행동만이 국가가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할 것이다. 여러분이 이를 행동으로 증명해 달라”고 지지를 재차 호소했다.

아울러 “진교훈 후보를 압도적으로 당선시켜서 국민의 무서움을, 이 나라의 주인이 진정 국민임을 여러분께서 확실히 증명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발언을 마쳤다.

발언을 마친 이 대표는 진교훈 후보와 포옹한 뒤 홍익표 원내대표와 함께 양손을 들어보였다. 지지자들 사이에서 ‘이재명’ 연호가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당직자들이 9일 오후 강서구 공암나루근린공원에서 강서구청장 김태우 후보자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당직자들이 9일 오후 강서구 공암나루근린공원에서 강서구청장 김태우 후보자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이 후보가 퇴원길에 지원유세에 나설 것이란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의힘은 ‘보여주기식 행보’라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앞서 국회에서 이 대표의 지원 유세 일정에 관한 질문에 “20여일 단식하면 그 두 배에 가까운 회복 기간이 필요하다는데, 단식을 아주 효과적으로 하신 것 같다”고 비꼬았다.

이어 “강서구민들도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문제에 많이 분노하고 있다”면서 “본인의 영향력을 보여주려는 얄팍한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의 지원유세가 민주당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유 수석대변인은 “지금 선거운동에 나서는 것은 의사결정에 영향 없을 것”이라며 “결과가 좋다면 본인 지지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일종의 ‘보여주기식 행보’에 불과하고, 선거에 진다면 본인이 선거운동 참여할 수 없어서 그랬다는 둥 전형적으로 ‘명분 쌓기용 행보’”라고 비판했다.

신주호 상근부대변인 역시 논평을 통해 “선거 패배의 책임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니 볼썽사나울 뿐”이라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등장은 강서 주민과 국민의 속만 뒤집어놓을 것”이라며 “진교훈 후보에게는 최대 악재로 남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김태우 후보 지원유세에 나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도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지원유세 소식에 “빨리 건강을 회복해 야당이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활동하긴 바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여야 대표 회담 가능성과 관련해 ”오늘이라도 시간이 되면 만날 것”이라며 “본인(이 대표)이 안 만나려고 하니까 문제다. 내가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라고 웃었다.

지난 6~7일 실시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사전투표율은 22.64%를 기록했다. 지금까지 치러진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다. 여야는 오는 11일 본투표 전까지 총력전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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