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의 ‘조용한 핼러윈’…마케팅 자취 감췄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23.10.2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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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1년 맞아 핼러윈 지우기 나선 유통가
최대 쇼핑의 달로 부상한 11월·연말 특수 겨냥
이태원 참사 1주기를 2주 앞둔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참사 골목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의 길'에서 시민들이 걷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의 참사 골목에 설치된 '10.29 이태원 참사 기억의 길'에서 시민들이 걷고 있다. ⓒ연합뉴스

핼러윈데이를 약 일주일 앞둔 가운데, 대다수의 국내 유통업체들이 지난해와 달리 올해 핼러윈 마케팅 활동에 나서지 않을 계획이다. 많은 기업들이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사회 전반의 추모 분위기에 동참하기로 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해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이 핼러윈 관련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지 않는다. 그동안 유통업계는 매년 ‘핼로윈 특수’와 관련해 매출이 20~30% 이상 늘어남에 따라, 대목을 잡기 위한 마케팅 공세를 벌여 왔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 핼로윈데이가 국내에서 큰 행사로 자리 잡으면서 마케팅의 규모도 커졌다. 

유통업계에서는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열었고, 백화점 업계와 호텔가에서도 핼러윈 이벤트를 진행했다. 복합 쇼핑몰과 아울렛 등에서도 광장에 대형 구조물을 설치하고 축제를 진행해왔다. 지난해에는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3년 만에 맞는 핼러윈 시즌이라 더 치열한 마케팅 전쟁이 펼쳐졌다.

지난해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면서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에서 진행되던 핼러윈 관련 이벤트와 행사가 취소되고 장식물 등이 철거됐다. 대형마트 역시 행사 매대를 철수하고 기획전을 중단했고, 핼로윈을 7대 행사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던 GS25도 이태원 참사 이후 진행하던 행사를 취소한 바 있다.

유통업계는 올해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대형 사고에 대한 애도의 뜻을 표하겠다는 입장이다. 핼러윈 축제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고려해 관련 상품을 철수하고 취급 품목 수와 물량을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도 별도 마케팅을 진행하지 않는다. 그동안 핼로윈 전용 음료 등을 출시해 온 커피 프랜차이즈도 관련 메뉴를 출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내부적으로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진행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KT는 알뜰폰 고객서비스 채널인 KT 마이알뜰폰에서 할로윈데이 이벤트를 연다고 안내했다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에 따라 행사를 중단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도 핼러윈 마케팅에 나선 업체 광고글에 비판 댓글이 달리는 등 마케팅에 나선 일부 업체들에 대한 지적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핼러윈 수요를 겨냥한 이벤트나 프로모션을 진행해 온 이커머스업계도 추모 분위기에 동참한다. 매년 퍼레이드 등을 통해 핼러윈 행사를 일찌감치 진행해온 롯데월드나 에버랜드 등 테마파크도 관련 축제를 진행하지 않고 추수감사절, 맥주, 판타지 등의 콘셉트로 가을 축제를 꾸몄다.

대신 유통업계는 다가오는 11월 빼빼로데이와 연중 최대 쇼핑 성수기인 연말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1월은 과거에 추석 연휴와 연말 시즌 사이의 비수기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중국의 최대 쇼핑 축제인 광군제(11월11일)와 미국 블랙프라이데이(11월24일) 등 굵직한 행사와 연계되며 연중 최대 쇼핑의 달로 여겨지고 있다. 연말 역시 유통업계가 막바지 물량을 투입할 수 있는 시기인만큼, 업계에서 역량을 총 동원해 매출을 극대화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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