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경 “‘배제’와 ‘독선’이 지금의 위기 초래…이준석·유승민 중용해야”
  • 김종일·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0.2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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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수도권 험지’ 출마 선언한 3선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대통령실 출신 전원 ‘경선 원칙’ 필요…검찰 공천 ‘쿼터제’ 둬야”
“인요한 혁신위, ‘쓴소리’하는 사람 앞세워야…‘통합·민생’이 핵심”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서울 출마’ 선언과 함께 ‘대국민 반성문’을 작성했다. 부산 해운대갑 3선인 하 의원은 지난 10월7일 “내년 총선에서 제 고향 해운대를 떠나 서울에서 도전하겠다”며 “서울에서 승리한다면 당은 두 석을 따내는 효과를 얻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해운대갑은 2020년 총선 당시 하 의원이 부산에서 가장 큰 표 차(22%포인트)로 승리했던 지역이다. 이에 하 의원의 서울 출마 선언은 기득권 포기라는 의미와 함께 당 지도부와 영남권 중진들에게도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효과를 냈다.

그는 기득권을 내려놓은 지 보름 만인 22일에는 “깊이 반성한다”며 대국민 반성문을 썼다. 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①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귀책사유 당사자를 공천하는 등 오만을 부렸고 ②민생 대신 이념 논쟁에만 몰두했고 ③야당 설득이 부족했고 ④과거 정권 탓과 야당 탓만 했고 ⑤내부 권력 다툼하는 모습만 보여 결과적으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고 썼다. 17%포인트 격차로 완패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렇게 구체적으로 국민을 향해 반성문을 내놓은 것은 하 의원이 처음이다.

하 의원은 10월2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배제와 독선의 정치를 지속하며 민생과 경제를 챙기는 대신 이념 논쟁에만 몰두한 게 지금의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잘 짚었듯 ‘인물’에 있어선 ‘통합’과 ‘희생’이, 국정 기조에 있어선 ‘이념’ 대신 ‘민생’이 필요하다. 당이 스스로 혁신을 못하니 민심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통해 ‘충격 요법’을 준 셈이다. 이번에 잘 하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고 했다.

하 의원은 통합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으로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을 적극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총선에서 ‘이준석 서울 선대본부장’ ‘유승민 경기 선대본부장’이라는 카드를 써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반면 총선에 출마하는 용산 대통령실 출신들은 전원 경선을 하는 원칙 선언이 필요하며, 검찰 출신 공천 비율이 지난 총선 때를 넘지 않는 일종의 쿼터제(상한선)가 필요하다고 했다. ‘인요한 혁신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쓴소리’ 하는 사람들을 앞세워야 한다는 조언도 했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서울 출마를 선언한 결정적 계기는.

“크게 두 가지다. 한 지역구, 특히 저희 텃밭인 영남에서 3선까지 했으면 당으로부터 혜택을 많이 입은 것이다. ‘보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국회의원이 한 지역구에서 3번 넘게 연임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도 발의한 바 있다. 국민의힘이 영남정당에 갇히지 않고 수도권 정당으로 바꿔야 하는데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도 컸다. ‘누군가가 먼저 깃발을 올려야 한다면 내가 하겠다’는 심정이었다.”

영남권 중진들의 후속 선언은 아직이다.

“총선 전까지 최소한 한두 명 이상은 더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보수정당에는 ‘한 번 지역구에 뿌리를 내리면 끝까지 간다’는 문화가 있다. 선거 유세 때 ‘뼈를 묻겠습니다’라고 흔히 하지 않나. 외국도 국회의원이 지역구를 잘 바꾸지는 않는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워낙 새로운 것에 민감하다. 무엇보다 국민은 혁신을 바란다. 인물 교체를 말한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는 영남권에 공천을 줄 때는 3선 이후 수도권에 출마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인물인지도 따져야 한다고 본다. 도발적인 문제 제기라는 걸 잘 안다. 하지만 앞으로 보수정치를 바꾸려면 이런 공천 기준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영남권 중진들이 수도권에서 과연 경쟁력이 있을까.

“어렵더라도 도전을 포기하면 안 된다. 보수정당은 ‘바보 노무현’을 기억해야 한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에 도전할 때만 해도 보수와 진보는 ‘65 대 35’ 구도로 30%포인트 이상 격차가 났다. 하지만 김영춘이 부산으로 오고, 김부겸이 대구로 가고, 이런 도전과 흐름이 쌓여 이제는 영남에서 양당의 격차는 5%~10%포인트 정도 밖에 나지 않는다. 민주당은 그렇게 꾸준히 영남권에서 의원을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도 무모하지만 용기 있는 도전이 필요하다. 설사 의원 개인은 죽을지 몰라도 당은 사는 ‘사즉생의 도전’이다.”

출마 지역은 정했나.

“제 지역구를 먼저 고민할 때가 아니다. 전체적으로 지지율이 오를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특히 대선 때 지지율을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그땐 2030세대가 많은 응원을 보내줬는데 지금은 다 없어졌다. 어떻게 해야 그 지지를 다시 복원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새로운 인물들과 함께 청년들을 위한 의제로 이른바 ‘서울 청년벨트’ 스크럼을 짜서 저는 물론 당 지지율을 같이 올릴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당 위기의 근본 원인을 무엇으로 진단하나.

“결국 ‘배제’와 ‘독선’이다. 대선 이후 ‘마이너스 정치’가 계속 이어졌다. 대선 때 힘을 모았던 이준석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이 줄줄이 배제되고 축출됐다. 독선적 국정 운영 기조도 계속됐다. 민생과 경제를 챙겨야 했는데, 이념 위주로 편 가르기를 하는 국정 운영이 지속됐다. 그래서 이번 보궐선거에서 심판을 받은 것이다.”

최근 대국민 반성문을 썼다.

“윤석열 대통령이 먼저 ‘반성의 메시지’를 냈다. 이후 정부여당에서 통렬하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반성이 이어질 줄 알았는데, 안 나왔다. 국민께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어 반성문을 썼다. 결국 핵심은 ‘이념 전쟁’과 ‘내분’이 문제다. 조선이 왜 망했나. 민생을 돌보지 않고 내부 권력다툼과 이념 전쟁에만 몰두해서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수도권 위기론’은 어떻게 평가하나.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보궐선거 이전에도 당내에서 계속 수도권 위기론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지만, 지도부가 듣지 않았던 데에 있다. 이제는 부정하던 분들도 부정할 수 없게 됐다. 당이 변해야 한다. 우선 보이는 현상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어떻게 평가하나.

“저보다 훌륭한 분이다. 잘하실 것으로 본다. 첫 메시지도 좋았다. 인물에 있어서는 ‘통합’과 ‘희생’이, 정책에 있어서는 ‘이념’이 아니라 ‘민생’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잘 짚었다. 이런 진정성을 꾸준히 보이면 당 지지율은 오를 것이다.”

당과 혁신위가 꼭 해야 할 일은 무엇으로 보나.

“당내 통합이 꼭 해야 할 1순위다. 그 1차 대상은 이준석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이다. 두 사람 모두를 중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준석 서울 선대본부장’ ‘유승민 경기 선대본부장’ 등의 기용이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 윤 대통령과 그 주변 세력으로 받는 지지율의 총합이 30% 정도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모자란 부분은 다른 곳에서 채워야 한다. ‘이준석-유승민 신당’이 나오면 보수세력은 공멸한다. 이 세력을 인정해야 한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서도 상생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같은 보수’라는 울타리 내에 있지 않나. 일본 자민당에서 배워야 할 점이 바로 ‘합리적 계파정치’를 한다는 점이다. 친윤(親윤석열)계 세력으로만 잘 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 한계를 보여주고 있지 않나. 결국 상생·상승 연합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여권에서는 일사불란함을 더 강조한다.

“오히려 혁신위는 ‘내부 총질’을 한다고 비판받는 분들을 앞세워야 한다. 쓴소리를 들어야 한다. 그게 바로 국민이 볼 때 당이 변하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다. 지금 여권 내부의 갈등 정도는 과거 친박(親박근혜)계와 친이(親이명박)계의 갈등 등과 비교해보면 그리 크다고 할 수 없다. 사람들이 자주 잊는데,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 나왔다.”

반대로 당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은 무엇일까.

“검사 출신 공천을 무더기로 하는 일이다. 지난 총선에서 검찰 출신을 공천한 비율이 있을 텐데, 이번에도 그 비율을 넘겨서는 안 된다. 이른바 ‘검찰 출신 쿼터제’가 필요하다. 이 상한선을 넘기면 ‘검찰 공화국’ 프레임에 말려들게 된다. 아울러 총선에 출마하는 대통령실 출신들은 전원이 경선 원칙을 지키면 좋겠다.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신 분들은 상대적으로 험지 출마도 해야 한다. 또 대통령실을 채울 새로운 분들도 검찰 출신이 기존 비율을 넘지 않게 해야 한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윤 대통령이 반성 메시지를 냈다. 어떻게 평가하나.

“반성에 깊이가 있다고 본다. 굉장히 국정 기조의 변화가 빠르다. 당장 의대 정원 확대 이슈는 그 자체로 민생 이슈다. 좋은 신호다. 디테일도 강해졌다. 교육부 장관의 ‘자율전공 입학 후 의대 입학 허용 검토’ 발언을 신속히 바로 잡았다. 잘못을 빠르게 인정하고 사과했다. 자녀의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진 의전 비서관도 신속하게 해임했다. 다만 인사에 있어선 아직 부족함이 보인다. 당내 통합과 연합에 강한 신호가 필요하다. 대통령과 가까운 이들의 입을 통해 딱 한 마디만 나오면 되는데 그 한 마디가 나오지 않고 있다.”

야당과의 대화는 여전히 시계제로다.

“저는 대통령이 순방을 마치고 돌아오면, 민주당에서 제안한 3자회담을 곧 수용할 것이라고 본다. 야당은 마치 대통령과 야당 대표가 만나면 여권이 곤혹스럽고 수세에 몰릴 것으로 보는 듯싶은데, 오히려 반대일 것이다. 대통령이 보다 적극적으로 야당과 대화한다면 점수를 따는 건 정부여당일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친윤 창당설’은 어떻게 보나.

“궤변이다. 이 당이 친윤 정당인데 무슨 또 친윤 정당을 또 만드나. 거듭 강조하지만, 폭넓은 연합 정부가 비전이 돼야 한다. 중도보수 대연합이 필요하다. 당 바깥의 금태섭·양향자 신당부터 비명(非이재명)계로 상징되는 민주당 내 합리적 인사들까지 모두 포괄하는 중도 보수 대연정으로 선거판을 짜야 한다.”

여권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할까.

“지금까지 정국의 중심에는 이른바 ‘이재명 방탄’ 이슈가 있었다. 여권은 이를 대체할, 국민이 주목할 만한 미래 의제를 제대로 발굴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외치는 잘 했다. 일본과의 외교는 파격적으로 잘했고, 이번 사우디와의 외교에서도 큰 성과를 냈다. 한국의 외교적 입지가 굉장히 커졌다. 반면 내치에 있어서는 대통령의 아젠다를 만들지 못했다. 큰 실책이다. 이번 의대 정원 확대가 그나마 잘한 민생 이슈라고 할 수 있다. 미래 의제를 발굴해서 치고 나가야 민심도 호응할 것이다.”

대통령에게 딱 하나만 조언한다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총선에서 이기지 못하면 국민에게 약속한 어떤 것도 지킬 수 없는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다. 대통령 개인에게나 국민에게나 불행이다.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위기를 맞았다가 통합적이고 균형적 행보로 추락했던 지지율을 다시 회복했던 적이 있다. 그걸 초심이라고 말한 것이다. 초심을 되살리면 내년 총선에서도 이기고,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지금 당내 반목이 굉장히 커져 있다. 대립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데, ‘내 책임이요’라고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 오히려 승자가 될 것이다. 특히 권력을 가진 자가 먼저 양보해야 한다. ‘우리도 잘못한 게 있다’ ‘이준석과 유승민도 포용하자’는 식이 필요하다. 혁신과 쇄신 모두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난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이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하게 된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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