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태우가 출연 거부했는데 방송사 책임? 선거방송 민원 90% ‘문제없음’ 결론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3.11.03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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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편향 지적’ 19건 중 1건만 경징계…‘의결 보류’ KBS 2건도 ‘징계 無’
방송사 “당연한 결과”…선거방심위 “왜 이런 안건들이 굳이 올라오나”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선거방송심의위원회(방심위)에 제기된 ‘야당에 유리하게 편파 방송했다’는 취지의 민원 19건 중 18건이 ‘문제없음’으로 결론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한 건도 단순 경징계에 그쳤다. 관련해 방심위에선 “특정 방송사에 대해 같은 내용의 민원이 무더기로 올라왔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세 중인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왼쪽)과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 ⓒ연합뉴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유세 중인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왼쪽)과 진교훈 더불어민주당 후보 ⓒ연합뉴스

“누가 봐도 안건 자체가 문제…필터링 안 되나”

시사저널이 선거방심위에서 3일까지 논의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방송심의 의결자료를 분석한 결과, 총 20건의 민원 중 19건은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공정성을 해쳤다는 내용이었다. 심의 민원이 제기된 방송사의 경우 MBC가 총 11건((《뉴스데스크》, 《뉴스외전》, 《김종배의 시선집중》, 《신장식의 뉴스하이킥》)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KBS 6건(《뉴스9》, 《더 라이브》, 《주진우 라이브》, 《최경영의 최강시사》), YTN 2건(《뉴스킹 박지훈입니다》), OBS 1건(《뉴스 오늘》) 순이었다.

선거방심위는 이날 4차 회의에서 ‘의결 보류’ 상태였던 두 건과 새로 올라온 한 건 대해서도 최종 ‘문제없음’ 결론을 내렸다. 앞서 선거방심위는 지난 10월23일 회의에서 두 건에 대해선 위원들의 쟁점차로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며 의결을 미룬 바 있다.

의결이 보류된 두 건은 모두 KBS 프로그램이었다. 한 건은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서 민주당 후보만 인터뷰하고 국민의힘 후보는 인터뷰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민원이었다. 관련해 방송 제작진은 국민의힘 후보 측에 일곱 차례 연락했으나 김태우 후보 본인과 보좌관 모두 출연을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방심위에서도 제작진의 패널 섭외 과정에 대해 추가 확인을 거쳐 ‘문제없음’으로 결론 낸 것이다.

나머지 한 건은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방송 진행자가 국민의힘 측 후보에 대해 ’믿을 수 없다’는 부정적 프레임 씌우고 출연진에 비판적 답변을 유도했다는 내용의 민원이었다. 당시 진행자는 “강서 구도심 빌라의 아픔을 공감하기 위해 화곡동 소재 보증금 1억에 월 30만원짜리 오래된 빌라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한 것을 믿을 수 있나”라며 의구심을 제기해 지적을 받았다. 다만 선거방심위에선 해당 내용도 ‘문제없음’으로 판단했다.

다른 민원 18건도 일치감치 ‘문제없음’ 판정을 받았다. 한 방송은 여당 몫 패널로 이언주 전 의원을 불러서 실질적인 여야 출연자 균형을 맞추지 못했다는 취지의 지적을 받았다. 한 방송은 민주당 후보의 경우 11분간 인터뷰가 방송된 반면 여당 측 관계자의 인터뷰는 9분만 방송됐다며, 후보 간 인터뷰 노출 시간으로도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다.

방송 진행자의 태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한 방송은 민주당 출신 단체장들의 성비위 의혹 치러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비용문제는 침묵한 반면, 김태우 후보의 ‘40억 애교’ 발언 책임만 부각하는 내용으로 방송했다는 명목으로 민원이 제기됐다. 또 사전투표 마친 유권자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에서 유권자 표심이 민주당에 있는 것처럼 편파 방송해, 보궐선거 당일 민주당 승리 가능성 전망 내용만 방송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선거방심위원들은 해당 방송들의 경우 여야 의견을 고르게 다뤘으며 편파적 의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권혁남 선거방심위원장은 “왜 이런 안건이 계속 올라오는지 모르겠다. 사무국에서 거르질 않는 것 같다”며 “이런 건 위원들이 (심의)하기가 너무 힘들다. 누가 봐도 (해당 안건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이상할 정도”라고 비판했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지난 5일 오전 전체회의가 열리는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 항의 방문,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지난 5일 오전 전체회의가 열리는 과천 방송통신위원회에 항의 방문,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도 안 되는 부분을 키워…언론 위축 의도냐”

이번 선거방심위의 판결에 대해 심의 대상 방송사들은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다. 이번 심의 대상에 오른 한 방송사 프로그램 PD는 시사저널에 “물론 심의 민원을 제기한 주체가 국민의힘으로 특정된 것은 아니지만, 앞서부터 이어진 ‘좌파 출연자 전수조사’의 일환으로 비춰질 수 있다”며 “문제가 되지도 않을 만한 부분들을 굳이 키워서 언론을 위축시키려 한 태도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도 지난 10월23일 시사저널에 “국민의힘에서 계속 언론을 모니터링하면서 (민원을) 집어넣고 있는 만큼, 이번 건들도 국민의힘 측에서 제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다수를 점유했다고 문제 되지도 않을 만한 것들을 방심위에 제소하는 것은 사후적 ‘횡포’이자 ‘언론 사전 검열’, ‘방송장악’ 행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총 20건의 민원 중 두 건은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한 건은 인터뷰 도중 진행자가 국민의힘 출연자들과 고성을 지르며 언쟁을 벌인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대상 민원이었다. 나머지 한 건은 여야 편향성이 아닌 ‘여론조사 인용’ 과정에서 문제가 적발된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 대상이었다. 선거방심위는 해당 방송들에 대해 경징계 수준의 행정지도 ‘의견제시’를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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