非尹은 외면, 親尹은 침묵…표류하는 인요한 혁신위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3.11.0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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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회동 거부…천하람, 혁신위 참여 제안 거절
‘중진·윤핵관 불출마’ 요구에도 親尹계 ‘무응답’ 일관

지난 10월23일 야심차게 닻을 올린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항 2주째에 접어들었다. 의과대학 교수인 인요한 위원장이 위기에 빠진 여당을 회생시키겠다며 메스를 집어 들었지만 높은 ‘수술 난이도’에 고전하는 모양새다. 비윤석열계가 ‘혁신위 무용론’을 주장하며 인 위원장 리더십에 물음표를 띄운 가운데, 친윤석열계는 인 위원장이 내놓은 ‘중진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

인 위원장 메시지에 당내 모든 계파가 적극적으로 호응하지 않으면서, 일각에선 ‘인요한 혁신위’가 별다른 성과없이 좌초된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3차 전체회의에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3차 전체회의에서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통합’ 외쳤지만, 계속되는 與 분열

7일 시사저널 취재에 따르면, 인요한 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와의 회동을 거듭 희망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4일 자신을 만나러 부산 토크콘서트를 찾아온 인 위원장에게 영어로 “이준석이 환자라 절 찾아온 건가, 환자는 서울에 있다”라며 회동을 거부했다. 이에 인 위원장은 “섭하다”는 농담 섞인 사투리로 실망감을 표했지만, 이후에도 이 전 대표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노력하는 모양새다.

인 위원장은 5일 MBN 인터뷰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해 “많이 상처받은 사람이다. 우리가 마음이 상했을 때 공격이 나온다”며 “가슴이 얼마나 아팠겠나. (부산으로) 기차를 타고 오면서 저 양반 마음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끙끙 앓았다. 또 만나서 풀어야 하겠구나 (생각했다)”고 재차 만날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나 이 전 대표 측근 등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인 위원장과의 회동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와 용산 대통령실의 ‘수직관계’가 계속되는 한 인 위원장의 통합 노력이 무의미할 것이란 진단에서다. 이 전 대표와 봉합을 고리로 찢어진 당을 이어 붙이려던 인 위원장의 ‘수술 계획’이 난관에 봉착한 셈이다.

이런 가운데 당내 비윤계 세력인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도 혁신위에 부정적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앞서 천하람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인요한 혁신위원장에게 혁신위 참여를 제안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밝혔다. 천 위원장은 6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인 위원장이) 공천 제대로 상향식으로 하겠다, 경선 붙이고. 그런 식의 이야기를 한다면 훨씬 더 민감할 것”이라며 “그런데 지금 거기까지 못 간다. 공허하다”고 지적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6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혁신위를 두고 “야구팀의 감독님을 모셔야 하는데 다른 종목의 감독님을 모신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라며 “의지와 현실은 다르다. 그동안 당의 승리라든가 대통령 당선을 위해서 함께 애쓴 사람들 말은 (대통령이) 안 들으시다가, 갑자기 혁신위원장이 오시니까 듣는다?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5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제55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인요한 ‘브레이크’에도 친윤계 ‘묵묵부답’

이런 가운데 혁신위 지원군을 자처하던 당내 친윤계도 정작 혁신위 메시지에는 호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6일 인 위원장은 ‘지도부·중진·친윤’을 대상으로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직접 촉구했다. 이에 일각에서 권성동 의원, 장제원 의원, 김기현 대표 등이 ‘희생 대상자’로 지목됐고, 인 위원장도 “그중에 한두 명만 결단을 내리면 따라오게 돼 있다”고 수긍했다.

그러나 인 위원장의 압박에도 친윤계는 요지부동이다. 전날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김 대표는 ‘인 위원장의 전화를 받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사무총장을 지낸 후 인재영입위원장으로 복귀한 ‘윤핵관’ 이철규 의원은 “그런 적 없다”고 부인했고, 권 의원과 장 의원은 이날 의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원외인사들이 주축이 된 인요한 혁신위가 현역 의원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정치권 일각에선 잦은 설화 끝에 성과도 내지 못하고 좌초된 민주당 ‘김은경 혁신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 혁신의 최대 과제는 당과 대통령과의 관계인데, 인요한 혁신위가 제시하는 제안들을 보면 ‘보여주기식 나열’에 그친다”며 “혁신의 대상과 활동 기한도 불분명하니 좌고우면하면서 시간만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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