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예산 전액 삭감한 민주당, ‘전기료 인상 폭탄’ 감당할 수 있나
  • 조기양 (사)사실과과학네트웍 공동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7 10:00
  • 호수 17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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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생태계’ 관련 1800억원 싹둑…‘원전 해체’엔 250억원 신규 추가
kW당 생산비용, 원자력 52원·LNG 239원·신재생 271원…경제는 안중에 없어

더불어민주당이 11월20일, 국회 산업통산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 내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을 완전히 무시하고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반발하며 퇴장한 가운데 ‘원전 생태계 조성’ 관련 1831억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삭감된 항목엔 원자력 생태계 지원 1112억원,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 기술개발사업 333억원, 원전 해외수출 기반 구축 69억원, 원전수출 보증 250억원, 무탄소 에너지 확산을 위한 무탄소 연합 관련 6억원 등의 예산액이 포함돼 있다.

경남도의회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11월23일 도의회 앞에서 민주당이 국회 상임위 예산 심사 과정에서 원전 관련 예산 전액을 삭감한 것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재생에너지만으론 에너지 안보 못 지켜

민주당이 다수의 힘을 앞세운 일방적인 예산 삭감 방식으로 대한민국 원자력 산업의 가치를 일절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이로써 민주당은 자기 지지 세력에게 한국을 움직이는 실질적인 정치적 파워가 민주당에 있음을 과시했다. 현직 대통령이 아무리 ‘원전 중흥과 수출’ ‘원전 최강국 건설’을 외쳐봤자 민주당이 허락하지 않으면 한 발도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세상에 증명했다.

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에 원자력 산업을 반드시 죽이겠다는 메시지까지 전달한 것으로 읽힌다. 원전 예산 삭감에 더해 ‘원전 해체를 위한 연구개발 예산 256억원’을 신규로 얹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윤석열 정부가 부흥시키겠다는 원전 산업을 장례식장에 보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원자력 산업은 민주당의 정책처럼 과연 죽일 놈의 산업인가. 한 나라가 주력 에너지를 결정할 때 반드시 고려할 점은 다음의 네 가지다. ①에너지 안보를 지킬 수 있느냐 ②경제성이 있느냐 ③환경을 보전할 수 있느냐 ④안전성은 어떤가. 우선, 수입에 의존해야만 하는 에너지는 기본적으로 자격 미달이다. 지하 에너지 자원이 전무하고 수력, 태양광, 풍력자원이 빈약한 대한민국에서 원자력을 죽여서야 되겠는가.

둘째, 지난해 전력시장에서 거래된 에너지원별 전기 1kWh의 평균 정산가격은 원자력 52원, 석탄 158원, LNG 239원, 신재생 271원의 순이다(전력거래소 자료). 셋째, 발전원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kWh 생산 시 원자력 10g, 태양광 54g, LNG 549g, 석유 782g, 석탄 992g 순으로 나타났다(IAEA 자료). 넷째, 1페타Wh 생산에서 발생하는 사망자 수는 원자력 90명, 풍력 150명, 태양광 440명, 천연가스 4000명, 석탄 10만 명으로 추산된다(미 경제전문지 Forbes 자료. ※페타는 1000조).

이상 네 가지 객관적인 사실과 데이터를 본다면 원자력 산업을 죽여야 할지 살려야 할지 저절로 답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은 왜 그토록 원전을 죽이려 하는 것일까. 민주당의 탈원전 집착 이유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필자는 문재인 대통령 재임 때부터 그 주변 세력들이 태양광, 풍력 이른바 신재생에너지 사업으로 거대한 경제 카르텔을 구성했기 때문이 아닌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들이 한국의 에너지 공급시장을 장악하려면 가장 똑똑하고 믿음직한 에너지 장수(將帥) 원자력을 쳐내야 했을 것이다. 문재인 정권 시절에 산업자원부 장관과 청와대의 핵심 요직들이 원자력발전소를 죽이기 위해 얼마나 위법하고 무리한 일을 벌였는지는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원자력이 얼마나 국가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환경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선 도무지 관심이 없는 듯했다. 단지 태양광, 풍력 사업을 매개로 정치적 동지들을 얼마나 더 끌어들일 수 있느냐에 골몰했다고 본다.

 

‘탈원전’으로 한전 신규 적자 47조원 늘어나

이제 탈원전 정책으로 인한 경제 성적표를 살펴보자. 한국이 탈원전으로 감수하고 있는 환경 및 건강의 피해는 숫자로 정리하기가 불가능하다. 숫자로 나타나는 한국전력주식회사의 경영 상태에 국한해 살펴보자. 한전의 누적 적자는 올 상반기에 200조원을 초과했다. 문재인 정부 이전에도 누적 적자는 150조원 남짓이었지만 매년 축소되고 있었는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이후 47조원이 오히려 늘어났다. 누적 적자 200조원은 5000만 국민 모두가 각각 400만원씩 추가 부담해야 해소할 수 있는 빚이다.

민주당은 원자력 산업을 죽이기 위해 칼을 갈면서도 원자력보다 5배 이상 비싼 값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을 알뜰하게 배려하고 있다. 원자력이라는 기반 에너지 없이 신재생에너지만 늘리면 그 천문학적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된다. 그만큼 국민의 전기요금 부담은 늘어난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지도를 보면 태양광, 풍력 사업자들이 특정 지역에 몰려 있음을 알 수 있다. 태양광, 풍력을 이용해 그나마 전기를 효과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지역이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민주당에 정치적으로 유리한 특정 지역에 편향돼 있다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증액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자 지원예산 4000억원이 어떤 방식으로 쓰일 것인지는 흥미로운 관심거리다. 4000억원을 10만원씩 나누어 봉투에 담으면 400만 개의 봉투를 만들 수 있다. 이제까지 이런 종류의 예산이 수상쩍은 방법으로 사용돼 왔다는 건 공지의 사실이다.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살포될 이 자금이 유권자 매수에 유용될 수 있다는 의심을 살 수도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과연 원자력 예산 전액 삭감의 후유증을 감당할 수 있을까.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지고 감당한다는 것은 정상적인 성인이나 가능한 일이다. 얼마 전에 초등학생이 고층아파트에서 돌을 던져 길 가던 노인이 사망했지만 미성년자이기에 법적 책임은 묻지 못한다고 한다. ‘대한민국의 원자력 산업은 모두 쫄딱 망해야 한다’는 식의 일부 국회의원의 정신상태를 보건대 실제로 원전 산업이 무너져 한국 경제가 폭망하더라도 여기에 책임지는 국회의원은 없을 것이다. 그들은 심신미약이라는 법적 보호 수단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 나라 경제가 망하고 난 후에 국회의원이 책임을 진다면 어떻게 지겠나. 오래전 여의도 지하철 역사(驛舍)에서 치킨을 주제로 한 공익광고판에 이런 글이 적혀 있는 걸 봤다.

“닭은 살 안 쪄요. 살찌는 건 나예요.”그렇다면 이런 광고도 가능하지 않을까. “국회의원은 책임 안 져요. 책임지는 건 국민이에요.”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기양 (사)사실과과학네트웍 공동대표
조기양 (사)사실과과학네트웍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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