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장에 울려 퍼진 ‘강남스타일’…엑스포 PT에 혹평 일색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3.11.2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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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홍보에 10년 전 노래 등장…풍경 대신 스타들 ‘영상편지’ 도배
“대학교 과제도 이보다 나아” “홍보 예산 어디에?” 비난 쏟아져
엑스포 PT 영상 ⓒytn 캡처
엑스포 PT 영상의 한 장면 ⓒytn 유튜브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가 실패한 가운데 우리 유치위원회의 최종 프레젠테이션(PT) 영상 퀄리티를 두고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부산 지역의 매력을 알리는 내용 대신 스타들의 응원 영상편지가 주를 이룬 데다, 10여 년 전 인기를 끌었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회의장에 울려 퍼지면서 “보기 민망하다” “대학교 프리젠테이션 과제도 이것보다 낫겠다” “예산은 어디에 쓴 거냐”는 등의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전날(28일) 오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외곽 이시레몰리노에서 열린 제173회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가장 먼저 최종 경쟁 PT에 나섰다. 약 20분간 진행된 최종 PT에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한덕수 국무총리,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형준 부산시장, 나승연 부산 엑스포 홍보대사가 연사로 나섰다. PT는 33초가량 분량의 영상으로 마무리됐다.

암전된 회의장을 가득 채운 음악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었다. 2012년 7월 발매 후 유례없는 글로벌 인기를 끌었던 곡이지만, 10년도 더 된 곡을 사용한 것을 두고 아쉽다는 평이 쏟아졌다. 온라인상에선 “언제적 노래냐” “부산 홍보에 왜 강남스타일을 트나” 등의 비판이 나왔다.

‘강남스타일’을 배경음악으로 깐 영상엔 한류 스타들의 영상편지로 도배됐다. 배우 이정재를 비롯해 가수 김준수, 지휘자 정명훈, 성악가 조수미, 그리고 몬스터엑스 등 아이돌 그룹들이 차례대로 등장했다. 싸이, 이정재 등은 ‘온리 원 초이스’라고 외치며 부산 유치에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

엑스포 유치 부산시 공식 홍보 포스터 ⓒ부산시
엑스포 유치 부산시 공식 홍보 포스터 ⓒ부산시

해당 영상이 생중계된 직후부터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는 술렁였다.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커뮤니티들의 반응은 대부분 싸늘했다. 특히 네티즌들은 부산에 대한 매력 어필은 하나 없이 스타들에만 의존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지난 잼버리 사태의 악몽이 떠오른다”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 오프닝 영상이냐”는 등의 의견과 함께, 영상을 풍자한 패러디물도 속속 공유하고 있다. ‘함 이기보까’ 등 문구가 적힌 앞선 부산시 공식 홍보 포스터들도 다시금 퍼지며 네티즌들로부터 혹평을 받고 있다.

아울러 천문학적인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 예산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정부가 엑스포 유치를 위해 올해 편성한 예산은 3228억 원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516억원에 비해 28% 이상 늘어난 규모다.

한편 이날 엑스포 개최지를 결정하는 1차 투표에선 총 165개국이 참여했으며, 리야드가 119표를 획득해 곧장 최종 개최지로 선정됐다. 부산은 29표, 로마가 17표를 얻었다. 정부는 오는 2035년 엑스포 유치 재도전을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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