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스토브리그 성적표…하위권 팀들의 반란 기대하라
  •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3 13:05
  • 호수 17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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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10개 구단의 스토브리그 성적표
김재윤 등 불펜투수 수집한 삼성, 안치홍 등 타선 강화한 한화 ‘눈길’

스토브리그. 정규 시즌이 끝난 겨울, 각 구단이 팀 전력 강화를 위해 선수 영입 등을 하는 시기를 칭한다. 야구팬들이 난로(스토브·stove) 주위에 모여 선수 소식 등을 이야기하며 흥분하는 모습이 마치 실제 리그 경기를 보는 듯하다는 데서 유래됐다. 

올해 스토브리그의 경우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고우석(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사건’이 있었으나, 국내 FA 시장만 고려하면 여느 때와 비교해 크게 ‘흥분’되는 상황은 없었다. 지난해 양의지(NC 다이노스→두산 베어스, 4+2년 총액 152억원)처럼 판을 흔든 초대형 FA(자유계약) 이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각 구단이 FA가 되기 직전의 프랜차이즈 스타와 미리 다년계약을 한 것이 FA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샐러리캡으로 구단마다 자금 운용의 탄력성이 떨어지고, 2차 드래프트가 부활한 것도 준척급 FA 선수들에게는 척박한 환경이 됐다. 

2023년 11월11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4차전 LG 트윈스와 kt wiz의 경기. 5회초 무사 1루 LG 신민재 타석 때 교체 투입된 kt 투수 김재윤이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으로 이적한 투수 김재윤 ⓒ삼성 라이온즈

롯데와 KIA도 전력 보강…5강에 도전장

1월10일까지 계약을 마친 FA 선수 중 최고액은 오지환(LG 트윈스)이 썼다. 하지만 오지환은 이미 2022 시즌이 끝난 후 소속팀과 6년 124억원에 비FA 다년계약을 했었다. 그럼에도 2차 드래프트를 고려(FA 선수는 자동 보호)해 이번에 FA 신청을 따로 한 것이다. 계약 기간이나 총액은 그대로 유지된다.

‘순수’하게 FA 신청을 한 선수들만 놓고 보면 양석환이 두산 베어스에 잔류하면서 받은 78억원(4+2년)이 총액 면에서 최고액 계약이었다. 롯데 자이언츠에서 뛰던 안치홍은 한화 이글스와 4+2년 총액 72억원에 계약했다. KT 위즈 마무리였던 김재윤은 삼성 라이온즈와 4년 58억원에 계약을 마쳤는데, 연평균(14억5000만원)만 놓고 보면 양석환(연평균 13억원), 안치홍(연평균 12억원)보다 높다. 안치홍·김재윤을 제외하고 소속팀을 옮긴 선수는 임창민(2년 총액 8억원·키움 히어로즈→삼성)뿐이다. 아직 FA 시장에는 선수가 남아있으나 소속팀 잔류 가능성이 크다. 

올해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 팀은 2023 시즌 8위 삼성이다. 지난 시즌 역전패를 38차례 당했던 삼성은 이종열 신임 단장의 지휘 아래 불펜투수진 강화에 ‘올인’을 했다. FA 시장에서 김재윤을 낚아챈 삼성은 2차 드래프트 때 LG 최성훈, 키움 양현을 지명했다. 여기에 FA 투수 임창민까지 데려왔다. FA 오승환과 계약을 끝내면 남부럽지 않은 불펜투수진이 완성될 전망이다. 다만 지난 4년간 팀 1선발로 활약했던 데이비드 뷰캐넌과 계약 액수 차이로 재계약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뷰캐넌의 2023 시즌 연봉은 160만 달러였다.

2023 시즌에 꼴찌를 면한 한화 이글스(9위)의 움직임도 활발했다. 한화는 베테랑 야수를 영입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안치홍으로 내야 구멍을 메웠고, 2차 드래프트 때 외야수 김강민을 깜짝 지명하며 SSG 랜더스의 허를 찔렀다. SSG는 허술한 2차 드래프트 대응으로 팀 프랜차이즈를 한화에 빼앗겼고, 이는 김성용 단장 경질로까지 이어졌다. SSG는 전신인 SK 와이번스 때 팀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재현 LG 전력강화 코디네이터를 신임 단장으로 임명해 팬 달래기에 나섰다. 

한화는 김강민 외에도 SSG로부터 자유계약으로 풀린 포수 이재원을 데려왔다. 백업 포수 및 대타 요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2차 드래프트 때는 LG 이상규, NC 배민서를 지명해 불펜을 두껍게 했다. 외국인 투수(펠릭스 페냐, 리카르도 산체스)가 그대로 잔류하는 가운데 새롭게 영입한 타자 요나탄 페라자가 제 몫을 해준다면 노시환·채은성·안치홍과 함께 강타선을 완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태형 감독을 사령탑으로 영입한 7위 롯데 자이언츠는 FA 외야수 전준우를 눌러앉혔으며 안치홍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내야수 오선진·최항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데려왔다. 외국인 투수(찰리 반즈, 애런 윌커슨)는 모두 재계약했고, 타자는 빅터 레이예스로 교체했다. 외부 전력 수혈보다는 박세웅·나균안·윤동희 등이 항저우아시안게임을 통해 성장한 것이 기대감을 한껏 품게 한다.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지난 시즌 아쉽게 6위에 그친 KIA 타이거즈는 FA 내야수 김선빈과 예비 FA 포수 김태군을 잔류시키는 데 성공했다. 외국인 투수와의 계약이 늦어진 감이 없지 않으나 ‘건강한’ KIA는 선수 구성상 충분히 5강 이상의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꼴찌’ 키움은 비록 이정후가 아시아 야수 포스팅 최고액(6년 총액 1억1300만 달러)으로 메이저리그로 떠나고, 에이스 안우진마저 수술 후 입대했으나 2차 드래프트로 SSG 최주환을 영입했다. 매 시즌 새로운 얼굴들이 깜짝 등장하는 키움이기에 올 시즌에도 ‘복병’이 될 가능성이 짙다. 

한화와 6년 72억원에 계약한 FA 내야수 안치홍 ⓒ한화 이글스
2023년 5월28일 오후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2023 KBO리그 롯데 대 키움 경기. 3회 초 2사 3루 때 롯데 안치홍이 1타점 1루타를 치고 있다. ⓒ한화 이글스
한화와 6년 72억원에 계약한 FA 내야수 안치홍 ⓒ한화 이글스
한화와 6년 72억원에 계약한 FA 내야수 안치홍 ⓒ한화 이글스

전력 누수 발생한 상위권 팀들 

2023 시즌 중하위권 팀들이 스토브리그 동안 전력을 강화하는 사이에 상위권 팀들에선 전력 누수가 조금씩 있었다. 29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한 LG는 마무리 고우석이 포스팅으로 샌디에이고(2년 450만 달러)로 이적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쏠쏠한 활약을 했던 이정용 또한 입대했다. 지난 시즌 11승3패 평균자책점 2.41을 기록했던 애덤 플럿코도 팀을 떠났다. 새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와 마무리 보직을 맡게 될 유영찬의 활약 여부가 LG의 2연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NC는 20승 투수 에릭 페디의 이적이 커 보인다. 외국인 투수 두 명 모두 새로운 얼굴들(다니엘 카스타노, 카일 하트)인데, 이들의 능력치는 아직 물음표다. SSG는 지난 시즌 후 ‘리빌딩’으로 방향을 틀며 전년도 우승 사령탑 김원형 감독을 경질하고 이숭용 감독을 새롭게 영입했다. 추신수·김광현·최정·한유섬 등 팀 주축 선수들이 나이가 있어 어린 선수들을 키워야 하는데 과연 당장의 성적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가 문제다.

KT는 김재윤이 나갔지만 박영현이라는 훌륭한 마무리 후보를 보유하고 있다. 윌리엄 쿠에바스, 웨스 벤자민과 재계약했고, 2020 시즌 MVP였던 멜 로하스 주니어까지 재영입했다. 김상수·황재균 등 주전 내야진의 고령화를 우려하지만 심우준이 7월 제대해 힘을 보탠다. 그래도 전문가들은 “KT 전력이 가장 안정돼 있다”고 말한다.  

2023 시즌은 LG의 우승 한풀이 도전과 더불어 시즌 후반까지 치열한 순위 싸움이 전개되면서 5년 만에 800만 관중을 끌어모았다. 2024 시즌은 하위권 팀들의 스토브리그 전력 보강으로 여느 때보다 더 치열한 싸움이 예상된다. 여기에 자동 볼 판정, 피치 클락 등의 도입으로 예측 불허의 시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창 연봉 협상이 진행되는 가운데 각 팀은 2월1일부터 미국·호주·일본·괌 등에서 스프링캠프를 실시한다. 2024 시즌 KBO리그 개막일은 3월23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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