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전자’ 코앞인데…‘대만 리스크’에 새우 등 터지는 韓반도체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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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영향력 축소” vs “반사이익 누릴 수도”
대만 민진당 집권에 전망 엇갈리는 반도체 업계

미‧중 대리전 성격으로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가 친미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대만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특히 대만에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가 있어, 경쟁관계인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에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TSMC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대될 경우 국내 반도체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와, 불안정한 정세 속에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엇갈린다.

제16대 대만 총통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의 강경 독립파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다.  ⓒAFP=연합뉴스<br>
제16대 대만 총통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의 강경 독립파 라이칭더 후보가 당선됐다. ⓒAFP=연합뉴스<br>

파운드리 1위 TSMC…삼성전자‧SK하이닉스 더 밀릴까

15일 증권가에선 이번 대만 총통선거 결과가 반도체 산업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당초 업계 안팎에선 친미 독립 노선인 민진당보다 친중 성향의 국민당이 당선되는 게 국내 반도체 업체엔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당이 TSMC의 해외 투자에 비판적이기 때문에, 국민당이 집권해야 국내 반도체 업체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그러나 라이칭더 후보가 최종 당선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TSMC의 영향력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는 파운드리 세계 시장점유율 57.9%(지난해 3분기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2.4%로 점유율 2위다.

김성근 미래에셋 연구원은 “민진당 정권은 미국과 관계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대중 수출 규제에 협조적이고 미국으로 반도체 시설을 유치하는 정책에도 긍정적이어서 삼성전자와 같은 국내 반도체 기업에는 나쁜 소식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중 갈등 수위가 높아져 공급망 전쟁이 재발할 경우 한국 산업 전체가 악영향을 받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는 “양안 관계 긴장이 유지되고 동북아 지역에서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상수화된 동북아 지정학 리스크에 대비해 공급망을 사전에 점검하고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종목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근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미‧중 대리전 성격으로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가 친미 독립 성향의 라이칭더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리면서, 국내 반도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韓반도체가 유력한 대안…반사이익 예상”

다만 중국과 대만(양안) 관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피해 국내 반도체 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들의 범용 메모리 반도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경우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데다, 반대로 중국이 경제 제재에 나설 경우에도 중국 내 수요 측면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이 TSMC의 가장 유력한 대안이 될 수 있어서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민진당 집권으로 대만에 편중됐던 중국의 반도체 수입이 한국으로 일부 되돌려질 수 있다”고 했다. 백은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는 장기적 관점에서 이번 대만 선거를 통해 특정 당의 승리와 관계없이 수혜를 예상해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 13일(현지 시각) 치러진 총통 선거에서 라이칭더 민진당 후보가 40.05% 득표율로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에 따라 민진당은 차이잉원 정부 8년에 이어, 대만 역사상 처음으로 ‘12년 연속 집권’이 가능해졌다.

라이칭더 당선인은 “지구촌 첫 대선에서 대만이 민주진영 첫 번째 승리를 가져왔다”며 “대만이 전세계 민주주의와 권위주의 사이에서 계속 민주주의의 편에 서기로 결정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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