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달라’ 아이도, 부모도 눈물의 호소…“1형 당뇨는 중증난치질환”
  • 문경아 디지털팀 기자 (mka927@naver.com)
  • 승인 2024.01.15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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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우회, 췌도부전증으로 병명 변경 요구…“췌장 장애로 인정해야”
대한아동병원협회 “국가 책임의 시스템 구축 필요”
사단법인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관계자들이 15일 오전 세종시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1형 당뇨환자들의 처우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사단법인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관계자들이 15일 오전 세종시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1형 당뇨환자들의 처우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소아당뇨로 알려진 1형당뇨를 앓던 자녀 등 일가족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환자와 의료계가 관련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15일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는 세종시 보람동 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형당뇨병 병명 변경 △중증난치질환 인정 △연령 구분 없이 의료비 본인부담율 10% 이하로 조정 △관리기기 지원 요양급여로 변경 △고가의 관리기기 렌탈 지원 △소아·청소년 환자들을 위한 교육부 지원 △췌장장애 인정 등을 요구했다.

소아당뇨로 불리는 1형당뇨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발생하는 것으로 초기 진단 시점부터 평생 인슐린 치료를 받아야 한다. 2형당뇨의 경우 혈당조절을 하는 작동 기전이 남아있어 먹는 약으로도 조절이 가능한 반면 1형당뇨는 인슐린 주사만 효과가 있어 관리가 더 어렵다.

이에 최근 정부가 인슐린 자동주입기 등 관리기기 구입 비용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 확대안을 우선 시행하는 지원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1형당뇨 환자와 가족들로 구성된 1형당뇨환우회는 “단편적으로 관리기기 비용을 경감한다고 해서 1형당뇨인들이 처한 어려움이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1형당뇨병을 소아당뇨라고 부르지 말아달라”며 “소아당뇨라는 병명은 1형당뇨병과 2형당뇨병을 혼용한, 존재하지도 않는 정체 불명의 병명인데다 많은 오해와 편견을 불러일으키는 병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형당뇨병의 중증도와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췌도부전증’으로 병명 변경을 요구했다.

또한 환우회는 1형당뇨병을 췌장 장애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환우회는 “1형당뇨병은 평생 지속적인 혈당관리를 해야 합병증 없이 생존할 수 있고, 고강도 운동이나 육체노동시 저혈당 위험에 노출되는 등 일상생활 및 직업선택에 상당한 제약이 있으므로 장애인 법적 정의에 부합한다”며 “췌장 기능 회복이 불가한 중증1형당뇨병을 췌장 장애로 인정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1형당뇨를 중증난치질환으로 지정해 상급종합병원의 전문 교육팀으로부터 인슐린 주사·관리기기 사용법, 영양, 심리상담, 운동 교육 등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며 “현실적인 치료·관리수가를 도입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인슐린자동주입기나 디지털펜은 고도의 위해성을 가지는 4등급 의료기기로 병원에서의 제대로 된 교육과 관리가 필요함으로 반드시 요양급여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15일 사단법인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관계자들이 세종시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1형 당뇨환자들의 처우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사단법인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관계자들이 세종시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1형 당뇨환자들의 처우개선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도 1형당뇨에 대한 국가 차원의 책임제 도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아동병원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1형당뇨는 평생 관리를 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는 질병 특성상 가정 경제 부담이 매우 큰 만큼 적절한 치료와 환자 가족의 삶의 질 향상 등을 위해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국가 책임제를 도입해 소아 환자를 돌봐야 제2, 제3의 비극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1형당뇨에 대한 설명은 장시간을 요할 수밖에 없어 환자를 제대로 보면 대기 환자가 밀리는데 이로 인한 민원을 당해보면 1형당뇨 진료를 못하게 된다”며 “혈당기 측정 기록은 매달 방문 때마다 책 한 권의 분량이 되는데 의사는 이 기록지를 다 읽어보고 개별적인 용량변경과 대처방법을 처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3분 진료 감기 환자와 똑같은 비현실적, 비윤리적인 진료 수가는 1형당뇨 환자를 볼 엄두도 낼 수 없게 만든다”고 호소했다.

아울러 “미국은 1형 소아 당뇨 환자와 가족들에게 환자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고 환자들이 사회의 생산적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장을 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1형당뇨 환자와 가족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18세까지만이라도 장애인 혜택을 받도록 해야 하는 등 국가가 전적으로 책임지는 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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