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11년 걸린 비트코인 현물ETF 승인…한국은 어떨까?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5 16:2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韓금융당국, 비트코인 현물ETF 거래 불가 방침
‘추가 검토’ 가능성 열어둬…제도권 편입 기대감↑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국내 거래 불가 방침을 고수하면서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당국은 관련 법 개정이 없는 한, 미국 증시에 상장한 현물 ETF 상품일지라도 국내에선 거래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당국은 관련 사안을 폭넓게 검토한다는 방침이라, 향후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감도 확산하고 있다.

15일 국내 증시에선 당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불가 결정에 따른 후폭풍이 상당하다. 지난 11일 미 금융당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을 계기로 상한가 수준의 폭등세를 보였던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관련주는 2거래일 연속 급락하면서 상승분을 반납했다. 비트코인이 미국 증권시장에 편입된 데 대한 반사이익을 국내 시장이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꺼진 영향이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과 거래를 승인한 데 대해, 한국 금융당국은 해당 상품이 현행 자본시장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국내 거래 불가’ 방침을 내놓았다. ⓒ 로이터 = 연합뉴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상장과 거래를 승인한 데 대해, 한국 금융당국은 해당 상품이 현행 자본시장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국내 거래 불가’ 방침을 내놓았다. ⓒ 로이터 = 연합뉴스

‘뜨거운 감자’ 비트코인 ETF…당국, ‘일단’ 거래 불가 방침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가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른 투자 중개 상품의 범위에서 벗어난다며 국내 증권사의 중개를 허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금융위는 지난 11일 “국내 증권사가 해외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중개하는 것은 가상자산에 대한 기존의 정부 입장 및 자본시장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현행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기초자산은 △금융투자상품 △국내외 통화 △농산물‧축산물‧수산물‧임산물‧광산물‧에너지 등 일반상품 △신용위험 등이다.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은 이 가운데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아 기초자산으로 볼 수 없다는 게 당국의 해석이다.

또 당국은 미국 시장에서의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만으로 기존의 입장을 바꾸긴 무리가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 2017년 당국은 가상자산 투기심리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금융기관의 가상통화 보유‧매입‧담보취득‧지분투자를 금지하는 ‘가상통화 관련 긴급 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범정부 차원의 논의는 이뤄진 바 없다. 사전 논의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았기 때문에 금융위가 독단적으로 시장에 충격을 줄 만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당국의 입장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위기다. 대통령실은 미국에서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으로부터 긴급 현안 보고를 받고 “향후 영향을 고려해 다각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윤석열 정부는 공매도 금지나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어, 글로벌 스탠스를 고려해 향후 전향적인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승인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세 현황이 표시된 모습 ⓒ 연합뉴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을 승인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세 현황이 표시된 모습 ⓒ 연합뉴스

이틀 만에 10조 거래된 현물ETF…韓 “추가 검토할 것”

그러나 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관련 검토에 나선다 할지라도, 실제 법 개정까진 오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당국의 주장대로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보기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면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 다만 오는 4월 총선으로 국회가 새롭게 꾸려지는 데다, 통상 상임위 구성까지는 수개월이 추가로 소요된다.

미국에서도 2년여에 걸친 격론 끝에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결정이 나왔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13년 현 글로벌 거래소 제미니의 공동 창업자인 카메론과 타일러 윙클보스 쌍둥이형제가 제출한 첫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서를 시작으로 11년 동안 ‘승인 거부’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후 2021년 유명 투자사인 그레이스케일이 SEC의 결정에 불복하면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미국 법원이 SEC에 패소 판결을 내리면서 기류가 바뀌었다.

당국은 가상자산 관련 국내 법 개정 논의를 지켜보면서 스탠스를 맞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가상자산의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올해 7월 시행되는 등 가상자산에 대한 규율이 마련되고 있다”며 “미국 등 해외사례도 있는 만큼 추가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또 “이 문제는 금융시장의 안정성, 금융회사의 건전성, 투자자 보호와 직결되는 만큼 이를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비트코인 현물 ETF는 미 증시에 편입된 직후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첫날인 11일부터 2거래일 동안 11개 ETF의 총 거래액은 77억 달러(약 10조10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비트코인 가격은 차익실현 영향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국내 거래소 업비트 기준으로 현물 ETF 승인 직후 6600만원대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5800만원 선까지 밀린 상태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