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예람 중사 ‘2차 가해’ 혐의 대대장 1심서 무죄…‘母 실신·父 통곡’
  • 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5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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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장·군검사는 각각 징역 1년 선고…유족 ‘항소’ 방침
2023년 6월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유족 기자회견. ⓒ연합뉴스
2023년 6월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유족들이 고인의 사진을 든 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다 숨진 고(故) 이예람 중사에 2차 가해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대대장이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중사의 모친은 법정에서 실신했고, 부친은 통곡하며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정진아 부장판사)는 15일 직무유기 등 혐의로 기소된 대대장 김아무개(46) 중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중사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이 중사 직속 상급자 김아무개(31) 대위와 직무유기 혐의를 받는 군검사 박아무개(31)씨는 각각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김 중령은 성폭력 가해자인 장아무개 중사가 피해자인 이 중사와 분리되지 않은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이 중사를 회유해 사건 은폐를 시도한 사실을 알면서도 징계 의결을 요구하지 않는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김씨의 조치가 부적절하거나 부족한 면이 있을 수 있지만 직무유기죄가 성립하지는 않는다”며 “피고인에게 2차 가해를 방지할 의무는 인정되나, 반드시 당시 중대장 등에게 2차 가해를 방지하도록 지시해야 할 구체적 의무가 도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 중사에 대한 부당한 압력이나 회유, 소문 유포를 방지하기 위해 나름대로 조치한 점을 보면 김씨가 아무런 조치를 안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방청석에서 선고를 듣던 이 중사의 어머니는 김 중령에 무죄가 선고되자 정신을 잃고 쓰러져 의무실로 옮겨졌다. 이 중사의 부친은 선고 직후 “네가 어떻게 무죄냐”며 고함을 지르며 통곡했다.

이 중사는 군 선임에 성폭력 피해를 당한 뒤 2차 가해에 시달리다 2021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판부는 강제추행을 당한 이 중사가 전입하려던 제15특수임무비행단에 사건 관련 허위사실을 유포해 이 중사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는 김 대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레이더정비반 선임이었던 장씨로부터 심각한 강제추행을 당해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예정된 정기인사를 급히 변경해 사람들 이목을 끌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며 “김씨가 이런 사정을 인식 못했어도 직속상관으로서 더 세심하게 도왔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김씨는 전출부대 지휘관에게 피해자가 ‘사소한 사항이라도 언급하면 무분별하게 고소하는 사람’인 것처럼 허위사실을 알렸다”며 “이 허위사실은 전출부대 대대장 등에게도 전파됐다”고 꼬집었다.

해당 사건을 초동 수사한 군 검사 박씨는 이 중사 강제추행 사건 처리가 지연된 책임을 면하고자 윗선에 허위보고를 한 혐의가 인정됐다.

재판부는 박씨에 대해 “강제추행 사건을 송치받고 이 중사가 사망하기 전까지 한 달 반여간 별다른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고, 피해자 조사 일정을 연기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중사 사망 뒤 사건 지연이 문제가 되자 이를 숨기기 위해 ‘피해자 측 요구로 조사일정을 변경했다’고 허위보고를 했다”며 “잘못된 사실을 인식한 공군 법무실이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는 국민적 불신을 초래했는데도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이 중사 유족 측은 선고 후 “재판부가 직무유기 범위를 아주 협소하게 인정한 판례에 근거해 판단해 아쉽다”며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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