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의 현장행보 나선 이재현…승계 열쇠 쥔 ‘올리브영’ 힘 싣기?
  • 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5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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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매출 ‘3조원’ 캐시카우 찾아 “타 계열사도 배워야”
고속 성장세에 IPO 재추진 가능성↑…시점은 분분
CJ지분 매입 위한 실탄 규모 따라 승계 속도 달라질까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CJ올리브영 본사를 방문해 임직원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CJ그룹 제공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CJ올리브영 본사를 방문해 임직원들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CJ그룹 제공

‘은둔의 경영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오랜만에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2019년 이후 5년 만에 현장경영에 나선 곳은 올리브영이다. 성장세가 두드러지며 그룹의 캐시카우로 거듭나고 있는 올리브영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는 분석이다.

승계 측면에서도 올리브영은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그룹 4세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경영리더)과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경영리더)의 승계자금을 확보하는 데 올리브영의 성공적인 IPO(기업공개)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대외적으로 올리브영에 대한 이목도를 집중시키려 5년 만의 현장경영 행선지로 올리브영을 택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매출 3조원 올리브영, 그룹 핵심 캐시카우로

지난 10일 이재현 회장이 서울 용산에 위치한 올리브영 본사를 전격 방문했다. 새해 첫 현장 경영 행보로 이 회장이 계열사 현장을 방문한 것은 2019년 CJ제일제당 식품·바이오 연구소인 CJ블로썸파크 이후 5년 만이다.

직원들을 격려한 이 회장은 “올리브영은 다가올 위기에 미리 대비해 ONLYONE 성과를 만든 사례”라며 “단순히 실적이 좋은 것뿐만 아니라 사업을 준비하고 일하는 방식이 그룹의 다른 회사도 배워야 할 모범”이라고 치켜세웠다.

이 회장이 5년 만의 현장 경영 행보에 그룹의 형님격인 CJ제일제당이 아닌 올리브영을 택한 데는 올리브영의 성장세가 자리 잡고 있다. 올리브영의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은 2조7971억원이다. 2022년 연간 매출을 3분기 만에 달성한 데 이어 매출 3조원 돌파도 무난히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아울러 영업이익 역시 4000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를 거듭할수록 그룹의 캐시카우(현금창출원)로 거듭나는 모습이다.

이 회장으로선 올리브영의 성장세가 반가운 또 다른 이유는 기업공개(IPO)와 이에 따른 승계 재원이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서다. 앞서 올리브영은 2021년부터 IPO를 준비해왔다. 2022년엔 본격 IPO 추진에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당시 시장 상황이 얼어붙으면서 적정 가치를 인정받을 시기에 재추진하겠다며 그해 7월 상장 작업을 중단했다.

하지만 올리브영의 성장세가 수년간 이어지면서 IPO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IPO 추진 중단 당시 2조~3조원으로 평가받던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최대 5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CJ그룹 제공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CJ그룹 제공

수천억원 승계 자금줄 올리브영, IPO 시점은?

다만 IPO 시점엔 의견이 분분하다. IPO 추진 중단 당시보다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오른 올해 상장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 반면 내년으로 미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황이 개선되면서 여러 기업이 동시에 연내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 확보가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복 상장 리스크를 방지하기 위해 CJ와의 합병 혹은 100% 자회사라는 경우의 수가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성공적인 올리브영의 IPO가 중요한 이유는 4세들의 승계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CJ는 올리브영의 지분 51.15%로 확보한 최대주주다. 아울러 이재현 회장의 장남인 이선호 CJ제일제당 실장과 장녀인 이경후 CJ ENM 브랜드전략실장은 올리브영의 주식 11.04%, 4.21%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반면 이선호 실장과 이경후 실장이 보유한 지주사 CJ의 보통주 지분은 각각 3.2%, 1.47%에 불과하다. 올리브영 상장시 지분 매각을 통해 마련한 실탄으로 CJ 구주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승계 작업은 이미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이선호, 이경후 실장은 CJ 신형우선주(4우선주)를 지난 3분기 말 기준 각각 29.13%, 26.90%를 보유하고 있다. 신형우선주는 2019년 8월 CJ가 발행한 주식으로 발행 후 10년이 경과하면 보통주 1주로 전환된다. 우선주 매입은 증여세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대개 기업 승계 수단으로 꼽힌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이 회장의 현장경영 행보는 IPO 재추진에 앞서 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대외적으로 그룹 차원의 역량을 실어준다는 모습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추진 시점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올해 올리브영 실적의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이 IPO의 필수 조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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