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낀 2차전지 vs 날개 단 AI…‘큰 손’ 중국이 희비 가른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7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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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전기차‧배터리 공급에 테슬라 등 ‘급락’
AI 붐 속 美‧中 지정학 리스크…“반도체에 기회”

금리 인하 기대감이란 상승 재료가 꺼진 증권 시장에서 종목별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증시에서 전기차‧2차전지 관련주는 줄줄이 내리막을 걷는 반면, 인공지능(AI)과 반도체 섹터는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희비가 극명하게 갈린 종목은 테슬라와 엔비디아다. 올해 들어서만 테슬라는 10%대 하락, 엔비디아는 10%대 상승했다. 두 종목은 애플과 함께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해외 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보유한 종목 1~3순위를 다투는 종목이기도 하다.

증권가에선 분야별 희비가 엇갈린 배경 중 하나로 중국의 영향력을 꼽고 있다. 전기차 수요 부진 속 중국산 전기차‧배터리 공급이 크게 늘어나 기존 업체들의 영향력을 축소시킨 반면, AI‧반도체 분야에선 미‧중 갈등 격화에 따른 수혜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다만 중국의 경기 침체 장기화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는 데다 지정학적 위기까지 고조돼,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새해 들어 전기차 대장주인 테슬라와 AI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주가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흐름이다. ⓒ 연합뉴스
새해 들어 전기차 대장주인 테슬라와 AI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주가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흐름이다. ⓒ 연합뉴스

치고 나가는 엔비디아, 끝 모를 추락 테슬라

17일 증권가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 증시 모두 전기차‧2차전지 관련주에 집중됐던 투심이 AI‧반도체 분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간밤 AI 대장주인 엔비디아가 뉴욕 증시에서 3.06% 급등해 사상 최고치인 563.82달러를 기록했다. 엔비디아 주가는 지난해만 2.5배 가까이 폭등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만 10% 급등했다.

AI 관련주에는 줄줄이 훈풍이 불고 있다. 간밤 ‘제2의 엔비디아’로 불리는 AMD도 8.31% 급등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도 0.46% 올라 사상 최고치(390.27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11일 2년2개월 동안 시가총액 1위 자리를 고수해온 애플(2조8390억 달러)을 뛰어 넘은 MS는 현재 시총 3조 달러를 눈 앞에 두고 있다. 

반면 전기차 관련 종목은 급락했다. 뉴욕 증시에서 니콜라는 8.84%, 루시드는 4.16%, 리비안은 1.33% 급락했다. 테슬라는 0.47% 강보합세를 보였지만, 추세는 하향세다. 테슬라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2% 내렸다.

국내 시장에선 전기차와 연계된 2차전지 종목들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엘앤에프 등이 잇따라 4분기 실적에서 ‘어닝 쇼크’를 기록해 주가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2차전지계 대장주인 에코프로와 POSCO홀딩스도 지난해 기록한 고점과 비교하면 각각 60%, 45% 급락한 상태다.

미국과 중국 국기 ⓒEPA=연합뉴스
17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2%를 기록했다. ⓒEPA=연합뉴스

내리막 걷는 中경제…영향력은 ‘여전’

지난해까지만 해도 폭등세를 보였던 2차전지 섹터가 급락세로 전환한 데에는 중국 경기가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저가 전기차 공세로 ‘세계 1위’ 테슬라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이미 지난 4분기 테슬라를 제치고 판매율 세계 1위에 등극했다. 이 같은 추세가 국내 2차전지 업종의 실적 악화로 이어져 주가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분석이다.

또 대만 총통 선거를 계기로 대만 해협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된 점도 전기차 업계를 불안에 떨게 하는 요소다. 중국이 대만 해협에서 무력 도발을 감행하거나 경제 제재에 나설 경우 공급망에 비상이 생겨서다. 허재철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동아시아팀장은 “대만의 신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중국의 다양한 경제적 강압이 예상된다”며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경우 우리 경제가 입게 될 피해가 작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AI‧반도체 분야는 상대적으로 이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고급 반도체 칩 수출을 제한하고 있지만, ‘반도체 굴기’를 다짐한 중국은 우회 경로를 통해서라도 칩을 사들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정학 리스크를 자극하는 요인은 단기에 해소되기 어렵다”며 “물류비 상승이 인건비 절감과 생산성 향상 필요성으로 이어져 AI‧로봇이라는 아이디어로 귀결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중국의 경제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날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2%를 기록해 목표를 달성했지만 평가는 좋지 않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끝 모를 중국 증시 추락이 올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며 “중국 경제 불안은 대중국 수출회복 지연은 물론 글로벌 자금의 아시아시장 이탈 현실화를 통해 국내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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