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심판론자’로 존재감 키우는 2030 [ 신창운의 미리 보는 4·10 총선]
  • 신창운 한국여론평판연구소 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2 11:05
  • 호수 1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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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표심, 총선 승패 가를 최대 승부처…신당에 대한 기대감, 다른 세대 비해 훨씬 높아

선거에서도 기업의 마케팅 ‘세분화(Segmentation)’가 중요하다. 비슷한 특성을 가진 여러 그룹을 집중 관리하고 그들의 요구를 잘 이해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선거전략 수립과 확고한 지지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전문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세분화 그룹엔 지지 정당별로 무당층과 신당에 대한 우호층, 이념 성향별로 진보도 보수도 아닌 중도층, 지역별(권역별)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연령별로 2030세대 등이 꼽히고 있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가 1월16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새로운미래 출범식에서 개혁신당(가칭) 이준석 정강정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당층·중도층·수도권 표심 좌우할 핵심 세력

2030세대는 이들 세분화 그룹을 전방위적으로 관통하고 있는 핵심 세력이다.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에 기여했지만, 지금은 반감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것도 아니어서 무당층 혹은 부동층(Swing Voter)으로 배회 중이다. 4년 전 총선 때 최초 사례로 거론됐던 야당 심판론 투표가 이들에 의해 재현될 수 있다. 대학과 취업, 결혼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수도권은 2030세대가 많이 살고 있는 곳이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는 2030세대와 60대 이상 노년층 연합으로 이재명 후보 지지 기반인 4050세대를 포위하는 전략을 구사해 특히 수도권에서 재미를 봤다. 세대포위론은 저연령층이 진보적이라는 그동안의 기존 관념을 깨뜨리고 세대 및 성별 균열을 포착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주창했던 전략이다. 지금은 거대 양당의 기득권 고수와 이로 인한 정치적 양극화에 대한 반작용으로 제3세력에 대한 갈망이 표출됐고, 그 맨 앞에 2030세대가 자리를 잡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도 그렇다. 실제 선거 때까지 이어질 것인지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이준석 전 대표,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신당 출범에 대해 가장 호의적 반응을 보여주고 있는 연령대가 2030이다.

새해 초엔 여러 언론사가 동시에 여론조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한정된 규모의 특정 조사 대신 대규모 표본에 기반한 분석이 가능하다. 2024년 신년 여론조사 6개(조선일보·TV조선-케이스탯, 중앙일보-한국갤럽, 한국일보-한국리서치, KBS-한국리서치, MBC-코리아리서치, SBS-입소스)에서 나타난 대통령 지지율, 정당 후보 지지율, 총선 구도, 신당 지지 의향 등 네 가지 차원에서 2030세대 표심을 살펴보고자 한다(표 참고). 

먼저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6개 여론조사 평균이 35%였다. 그러나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2030세대의 긍정적 평가는 전체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20대 22%, 30대 25%로 윤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을 넘어 반감 수준의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다.

정당 후보 지지율도 비슷한 양상이다. 전체적으론 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각각 32%로 동률이었지만, 2030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양당에 대한 비호감이 높은 편이었다. 민주당 대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이 20대에선 26% 대 17%, 30대에선 28% 대 21%로 나타나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다소 우세했다.

총선 구도에 관한 질문은 6개 여론조사 중 4개만 했다. 국민의힘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정부 지원론’ 41%, 민주당(혹은 야당)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정부 견제론’ 52%로 정부 견제론이 11%포인트 높았다. 2030세대에선 정부 지원론과 견제론 격차가 더 벌어졌다. 20대의 경우 지원론 31%, 견제론 55%로 24%포인트, 30대의 경우 지원론 36%, 견제론 56%로 20%포인트 격차가 나타났다.

중앙일보-한국갤럽 조사에서 이준석·이낙연 신당 출범 시 ‘현재 지지하는 정당을 바꿀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18%였는데, 20대·30대 둘 다 이보다 높은 24%를 나타냈다. MBC-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선 ‘신당 투표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34%였는데, 20대·30대는 각각 46%·39%였다. 한국일보-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이준석 및 이낙연 신당에 표를 제공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보다 2030세대에서 훨씬 높게 나타났다.   

2030 여성은 野, 남성은 與 지지 성향 뚜렷 

같은 2030세대라 하더라도 남녀별로 현격한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6개 여론조사 중 성별과 연령별 교차분석 자료를 제공하고 있는 건 조선일보·TV조선-케이스탯이 유일하다. 이 조사에 따르면 지난 대선 이후 2030 여성에게선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국민의힘을 압도하고 있다. 반면 2030 남성에게선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가 민주당을 넘어서고 있다. 

총선 정당 후보 지지율은 전체적으로 33% 대 33%로 동률이지만, 남녀별 격차가 심한 편이다. 민주당 후보 대 국민의힘 후보 지지율은 20대 남자의 경우 12% 대 29%, 30대 남자의 경우 20% 대 41%로 국민의힘이 2배 이상 앞서고 있다. 그러나 20대 여자의 경우엔 30% 대 14%, 30대 여자의 경우엔 38% 대 8%로 민주당이 크게 앞서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선거에선 오랜 기간 동안 지역 변수의 영향력이 컸다. 세대가 새로운 변수로 부각될 조짐이 나타난 건 20년 전쯤이지만, 지역에 버금가는 변수로 떠오른 건 10년 전쯤이다. 조금씩 변해 왔던 세대별 정치 성향은 최근 선거에서 4050은 진보, 60세 이상은 보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남녀별로 갈리고 있는 2030세대가 어느 쪽으로 기울 것인지가 변수인 셈이다. 정치에 관심을 끊은 ‘방관자’ 말고 이슈에 따라 좌우를 넘나드는 ‘심판자’ 2030세대 말이다.

물론 한계가 있다. 어떤 선거에서든 그렇지만 2030은 다른 세대에 비해 투표율이 낮다. 변수가 될 수 있을지언정 캐스팅보트 여부에 대해선 확신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무당파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들을 놓고 정부 지원론 대 견제론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동시 심판론자 탄생’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1월10~12일 실시된 MBC-코리아리서치 총선 패널조사에서 우리 국민 4명 중 1명(24%)이 ‘동시 심판층’으로 확인됐다.   

기존 정당이든 새로운 신당이든 예외가 없다. 2030이 어떤 새로운 선택을 할 것인지 세밀히 관찰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이번 총선을 매우 힘들게 치러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인용된 신년 여론조사 개요와 통계표 등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기 바란다. 

신창운 한국여론평판연구소 소장
신창운 한국여론평판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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