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상식 반하는 과도한 국회의원 연봉·보좌관 수 줄여야 [채진원 쓴소리 곧은소리]
  •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4.01.19 16:05
  • 호수 1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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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 기소·1심 유죄에도 “공천 적격”…특권 의원들에게 세금 너무 많이 들어가
한동훈의 ‘세비 삭감’ ‘불체포특권 포기’, 민주당도 제안한 바 있으니 합의해야

선거는 유권자인 국민이 국가의 대표자를 선출해 선출된 대표자에게 국민의 주권을 위임하는 의사결정 과정이다. 따라서 국민에게 대표자가 될 수 있는 후보자를 추천하는 정당의 공천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정당이 후보자의 자격 검증에 실패하게 된다면 국민은 불량한 후보자를 선택하게 되어 결국 대의민주주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우리 정당은 부정과 비리를 저지르거나 민의를 배신한 후보자들을 걸러내기 위해 얼마나 공천 심사를 철저히 하고 있을까? 이번 기회에 정치권이 공당으로서 후보 자격 심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고, 정치 개혁 등 관련 정책을 공약하면 좋을 것이다.

최근 드러난 민주당의 부실 검증 행태를 보면 실망스럽다. 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검증위)의 검증 결과가 불공정 논란에 휩싸였다. 검증위는 1월11일 뇌물·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재판 중인 노웅래 의원, 울산시장 선거 개입 혐의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황운하 의원을 적격으로 판정했다. 검증 통과자 89명 중엔 2020년 총선 때 미투 파문으로 부적격 처리된 정봉주 당 교육연수원장도 포함됐다.

ⓒ일러스트 김경주
ⓒ일러스트 김경주

민주당 ‘공천 기준’ 하향, 이재명 대표 때문

이들이 적격 심사를 받게 된 이유는 민주당이 지난해 22대 총선 공천 관련 당규를 개정해 ‘하급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재판을 받고 있는 자’를 부적격 대상에서 삭제했기 때문이다. 이런 결과에 대해 당 관계자는 바뀐 당규에 따른 것이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해명하지만, 납득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뇌물, 선거 개입, 성범죄는 혐의만으로도 선출직 공직자가 될 수 없는 중대 범죄이기 때문이다.

만일 부패비리 혐의가 있는 노웅래 의원이 다시 당선되어 제22대 국회에 입성한다면, 국민은 제21대 국회에서 불체포특권 뒤에 숨는 노 의원의 방탄 행태를 또다시 보게 되면서 분노할 것이다. 또한 “이런 꼴 보려고 세금 내고 투표했나” 하면서 자괴감에 빠질 것이다. 국민적 상식이란 잣대로 볼 때, 단호하게 부적격으로 판정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민 상식으로 수용될 수 없는 후보들이 줄줄이 ‘적격’ 판정을 받은 것은 친명계 후보를 대거 공천하려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이에 대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월15일 “이재명 대표와 친하면 패스, 이재명 대표와 멀리 있거나 이재명 대표 측근들에게 도전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다이, 이렇게 되면 국민들은 갸우뚱할 수밖에 없다”며 “국민적 눈높이와 상식을 지키는 공천으로 가야 하는데 첫 스텝부터 불안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부실 검증 행태가 드러나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재빠르게 민주당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한 비대위원장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와 ‘금고형 이상 확정 시 세비 전액 반납’을 내용으로 하는 정치 개혁안을 제안했다. 그는 1월15일 두 개혁안을 수용할지 말지 민주당이 답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두 안에 더해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의 귀책사유로 재보선이 열릴 경우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공약도 밝혔다.

이 같은 한 비대위원장의 정치 개혁안 제시에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 위원장의 제안은 헌법 개정 사항이다”며 “민주당이 추진하는 헌법 개정 사항으로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제한’이 필요하다”고 받아쳤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제안은 민주당도 과거에 여러 차례 공약한 사항이니만큼, 초당적인 차원에서 합의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다.

 

‘직무’ 아닌 ‘신분’에 주어진 특권 폐지해야

사실 민주당은 2020년 총선 때 이미 국회에 10% 이상 불출석한 의원의 세비 삭감을 공약한 바 있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제안한 것도 민주당 혁신위가 먼저다. 그런데 이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7개 사건에 10개 혐의로 재판받는 이재명 대표와 ‘돈봉투’ 의원 등 재판을 받는 사람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기회에 국민의 정치불신과 경제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민 상식에서 벗어난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하고,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과도한 혈세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정치권이 앞장서야 한다. 즉,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원으로서의 ‘직무’ 수행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는 유지·보완하되, 국회의원 ‘신분’에 부여되는 특혜는 폐지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회의원의 저급한 자질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민은 국회의원을 나라를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자리로 생각한다. 하지만 정치권은 국회의원을 무수한 특권을 누리는 자리로 생각해 국민을 배신하곤 했다. 그동안 특권 지키기엔 여야가 다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세계 최고 수준의 세비에다 불체포·면책 특권, 해외여행 경비 지원 등 50여 가지 특권이 아직도 그대로다. 9명이나 되는 보좌관은 대다수 선진국이 2~5명임을 감안하면 지나치게 많다.

국회의원의 금전적 특권은 엄청나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세비로 1인당 월평균 1285만원, 연간으로 1억5500만원(2022년 기준)을 받는다. 지난해 상용근로자 연평균 임금 총액(4650만원)의 3.3배, 올해 최저임금(월 201만원)의 6.4배다. 그 밖에 차량 유지비, 식비, 출장비, 입법·정책 개발비 등을 별도로 지급받는다.

본래 회기 중 ‘불체포특권’과 국회 내 발언에 대한 ‘면책특권’은 부당한 압력으로부터 국회의원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역사적 산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의원들이 부패비리로 죄를 짓고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방패막이와 무책임한 비방 발언에 대한 면죄부로 악용하고 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특권 폐지를 공약해 놓고 불체포특권 뒤에 숨었다. 김의겸 의원은 면책특권에 숨었다.

국회의원 특권 중에서 1심에서부터 법정 구속돼 국회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의원들한테까지 억대의 세비를 주는 것은 혈세 낭비의 전형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국회의원과 국회가 ‘국민에 대한 책임과 봉사는 없고 특권만 누리는 기득권 집단의 모습’에서 탈피하는 게 시급하다. 이를 위해 최소한 다음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는 국회의원 면책·불체포 특권을 제한하고, 불합리한 특권이 폐지돼야 한다. 면책과 불체포 특권의 범위에 명예훼손과 부패비리 범죄는 제외토록 해야 한다. 둘째는 국민 상식에서 벗어난 과도한 국회의원과 보좌관의 연봉 그리고 보좌진 수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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