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여사 안티’…총선 앞 뇌관 된 ‘김건희 리스크’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24.01.2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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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평가 이유로 ‘김건희’ 꼽은 비율 일주일 새 2%→9%
김 여사 두문불출 속…대통령실 尹 ‘직접 해명’ 검토

“남편이 대통령이 돼도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습니다. 부디 노여움을 거둬주십시오.”

2021년 12월26일 김건희 여사는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공언했다. 대선을 3개월가량 앞두고 ‘허위 이력’ 논란이 불거지자 ‘조용한 내조’를 약속했다. 동시에 윤석열 대통령은 영부인의 일정 등을 관리하는 제2부속실 폐지를 공약했다. 영부인의 정치 개입 여지를 완벽히 차단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것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취임 후 ‘부부의 약속’이 모두 흔들리는 모양새다. 김 여사를 둘러싸고 ‘명품 가방 수수’ 논란이 불거진데 이어 대통령실이 제2부속실 부활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김 여사를 향한 민심의 온도가 차게 식은 가운데, 총선을 준비하는 여당 지도부 일각에서는 초조함이 감지된다. 이른바 ‘김 여사 리스크’ 여파에 대통령 지지율까지 고꾸라지면서다.

2023년 7월13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폴란드의 무명용사 묘지를 방문하고 있다. ⓒ시사저널 사진자료<br>
2023년 7월13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폴란드의 무명용사 묘지를 방문하고 있다. ⓒ시사저널 사진자료<br>

尹 부정 평가 63%…“김건희 리스크 급부상”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전국 성인 1001명을 상대로 전화조사 인터뷰한 결과(26일 발표, 신뢰 수준 95%·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16.7%), 윤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는 직전 조사인 일주일 전(16~18일) 조사 결과인 58%보다 5%포인트 상승한 63%로 나타났다. 긍정 평가는 일주일 전 조사(32%) 때보다 1%포인트 하락한 31%였다. ‘어느 쪽도 아님’은 2%, 응답거절은 5%였다. 최근 20주 간 한국갤럽 조사 가운데, 가장 높은 대통령 부정평가 결과다.

이른바 보수 텃밭 지역에서도 민심의 변화가 감지된다. 지역별로는 부산·울산·경남(2%p▲, 36%→38%, 부정평가 56%)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의 부정평가가 상승했다. 특히 부산·울산·경남과 같이 전주 대비 긍정평가가 상승한 대구·경북(2%p▲, 47%→49%, 부정평가 47%)에서도 부정평가는 전주 대비 8%p 올랐다. 이는 다른 지역들과 비교할 때 가장 큰 폭의 부정평가 상승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부정평가 이유로 ‘김건희 여사 문제’가 상위권으로 급부상한 것이다. 응답자들은 부정평가의 이유로 ‘경제/민생/물가'(16%), ‘소통 미흡'(11%), ‘김건희 여사 행보’(9%), ‘전반적으로 잘못한다’(7%), ‘독단적/일방적’(7%)을 선택했다. 직전 조사에서 ‘김건희 여사 행보’는 2%를 기록한 바 있다. 일주일 만에 7%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한국갤럽은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에서 김건희 여사가 최초로 언급된 것은 2022년 6월 중순 봉하마을 지인 동행·팬클럽 등 논란과 함께였고, 그해 9월 목걸이 출처 논란, 김건희 특검법 발의, 영국 여왕 장례식 참석 즈음, 검찰이 도이치모터스 1심 판결에 항소장을 제출한 2023년 2월 등 몇 차례 언급량이 증가한 바 있으나 그 비율은 5%를 넘지 않았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2021년 12월26일 당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며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가 2021년 12월26일 당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며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담’으로 ‘여사 리스크’ 돌파? 尹의 결단 통할까

민심이 악화되면서 윤 대통령도 대선 공약을 뒤집기로 결단한 모습이다. 김 여사가 자취를 감춘 가운데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설치를 위한 실무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대통령 친인척을 감시‧관리하는 특별감찰관도 임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당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나아가 대통령실에서는 윤 대통령이 직접 김 여사와 관련된 일련의 논란에 입장을 밝히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입장 표명 방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일부 언론사와 여러 정국 현안을 논의하는 대담 형식이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은 윤 대통령이 직접 불편한 질문을 소화하기로 결심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다만 일각에선 해명 방식과 시기를 두고 ‘아쉽다’는 반응도 나온다. 윤 대통령의 ‘예상 답변’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회성 대담만으론 민심을 움직이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에서다.

서울 한 지역구의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대담은 진행자와의 일문일답이라 ‘짜고 친다’는 불필요한 의심을 살 수 있다”며 “차라리 (기자회견을 통해) 불편한 질문을 가감 없이 주고받는 과정에서 쌓인 오해들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상황에 따라 김 여사가 직접 등판해 ‘결자해지’하는 것도 방법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총선이 다가오면서 여권 내 퍼진 위기감, 사과를 촉구하는 국민 여론 등이 (윤 대통령 대담 고민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대담만으로 정부‧여당 지지율이 갑자기 상승하긴 어려울 것이다. 다만 진심으로 상처받은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면 추가적으로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한국갤럽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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