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低PBR 테마’가 분다…‘만년 저평가주’ 줄줄이 신고가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1.30 17: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본식 주가부양 ‘밸류업’ 정책 벤치마킹 소식에 저PBR주 ‘들썩’
증권‧금융‧자동차 수혜업종 거론…“무조건적 증시 부양 기대감은 금물”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30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보는 저(低)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이하 저PBR 종목)에 투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증시 부양을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구상을 밝히면서, 이들 기업의 체질 개선이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0일 국내 증권시장에선 저PBR 종목들의 강세가 돋보였다. 특히 PBR가 0.6배 수준인 증권업종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부국증권은 전날 대비 7.44% 오른 2만4550원에 거래를 마쳤다. 52주 신고가다. 

이외에도 한국금융지주(4.09%), 신영증권(3.48%), 교보증권(2.59%), 키움증권(2.10%), 미래에셋증권(+2.47%), 대신증권(1.65%) 등도 일부는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강세로 장을 마쳤다. 

다만 저PBR주에 대한 매수 집중도는 전날보다 낮아졌다. 가령 기아는 장 초반 10만36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지만, 이내 낙폭이 확대되더니 1.90% 하락 마감했다. 저PBR 종목으로 주목받던 현대차(-2.86%), 삼성SDI(-1.19%) 등도 모두 하락 마감했다.

저PBR주에 투심이 쏠리게 된 계기는 최근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밸류업 정책을 벤치마킹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의 일환으로 PBR이 낮은 종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비교 공시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금융당국의 밸류업 정책으로 일본 증시는 크게 오른 바 있다. 가령 당국 지침에 따라 PBR 인상계획을 밝힌 다이닛폰인쇄는 1년 동안 주가가 37% 상승했다. 키움증권 자료에 따르면 일본 내 PBR 1배 미만 기업의 비중은 2022년 말 51%에서 지난해 44%로 감소했는데, 그사이 닛케이225의 PBR은 약 30% 상승했다. 

이에 시장에선 향후 저PBR주가 증시부양책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고, 이미 ‘옥석 가리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업황 및 현재 실적, 주주환원 가능 여력 등이 반영되며 수혜 업종은 압축될 것”이라며 “지난해 실적 주도주이자 기업이 배당을 결정하면 투자자가 이를 확인한 후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조성하고 있는 자동차와 금융주, 또 올해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성이 존재하는 일부 유통 기업에 관심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PBR이 낮은 종목이라고 해서 무조건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주주 환원 정책이 더욱 성공적일 수 있었던 배경엔 높은 자산 유보율과 재무건전성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며 “이를 감안해 국내 기업을 스크린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저PBR주가 일종의 ‘테마주’ 성격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저PBR 자체를 테마라고 여기는 의견도 시장에서 생겨나고 있다”며 “정부가 밸류업 정책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제시하고 기업의 실제 이행으로 연결되는 것이 이상적인 시나리오로 보이나, 그렇지 않고 단순 테마성으로 반짝하고 마는 모습에 그친다면 긴 시간 동안 유효한 모습을 보이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