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유튜버 ‘스캠 코인’ 연루 의혹 일파만파…대체 뭐길래
  • 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 승인 2024.02.13 16: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기 목적’ 가상화폐 발행 연루 의혹에 유명인들 앞다퉈 해명
스타·대기업 내세워 투자자 판단력 흐리게 해…“폰지 사기 주의”
2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오킹'이 스캠 코인 의혹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2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오킹'이 스캠 코인 의혹에 대해 시청자들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쳐

수백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와 연예인들이 ‘코인 사기’에 가담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당사자들이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나선 가운데 사기 범행을 목적으로 발행된 가상화폐 ‘스캠 코인’ 관련 피해가 기승을 부리면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축구선수 출신 방송인 이천수와 개그맨 김원훈·조진세 등은 A 업체의 스캠 코인 발행 연루 의혹을 받는다. 이들은 유튜브 채널을 통해 A 업체와의 연관성을 강력 부인한 상태다.

이천수는 2021년 8월 자신의 축구화 NFT(대체 불가 토큰)를 발행한 곳이 스캠 코인 업체였다는 의혹에 대해 “축구 선수 출신 후배를 소개받아 이벤트성으로 축구화를 NFT 상품으로 발행하자는 제안을 받고 이벤트에 한해서만 초상권을 쓸 수 있게 해줬다”며 “협의되지 않은 내용을 무단으로 사용한 해당 업체에 나와 관련된 모든 내용을 내려 달라고 항의했다”고 해명했다.

유튜브 채널 ‘숏박스’ 운영자 개그맨 김원훈·조진세는 “A 업체 관계자와 지인 소개로 알게 돼 한 시간 내외의 짧은 만남을 두 차례 가진 게 전부”라며 “해당 자리에서 어떠한 사업적, 금전적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코인과 관련된 이야기는 언급도 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2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오킹은 A 업체의 이사직으로 등재돼 있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자 유튜브에 사과 방송을 하기도 했다. 오킹은 “A 업체에 투자했고 지금은 투자 철회 의사를 전달한 상태”라며 “A사와 함께 한 모든 프로젝트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가상자산 시장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실시간 거래가격이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지원센터 전광판에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의 실시간 거래가격이 표시된 모습 ⓒ연합뉴스

‘청담동 주식부자’ 코인 사기 일당…투자자로부터 900억 편취

스캠 코인 발행 일당은 투자자들에게 연예인과 인플루언서의 얼굴을 내세워 신뢰감을 갖게 만들고, 단기간에 고소득을 낼 수 있다고 꼬드겨 투자금을 편취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다.

구체적인 범행 수법은 이렇다. 우선 일당은 차명으로 사업체를 설립하고 스캠 코인을 발행한 뒤, 이를 거래소에 상장시킨다. 이후 사업체와 관련된 허위 과장·공시를 유포하고 코인 가격을 급격하게 올린다. 가격이 고점에 이르면 이를 매도해 소위 ‘물량 털기’ 식으로 수익을 편취한다.

일당은 각각의 역할과 지위를 나눠 움직인다. 이들은 토큰 발행, 사업 관련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웹페이지 제작 등 사업 환경 구축, 허위·과대광고의 생성 및 유포 등 조직적으로 업무를 분담한다.

실제로 ‘청담동 주식부자’로 알려진 이희진(37)씨도 이 같은 수법으로 900억원에 달하는 코인 사기 행각을 벌여 재판에 넘겨졌다. 시사저널이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입수한 이씨 동업자 송아무개(23)·성아무개(44)씨 공소장을 보면, 이씨는 2020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스캠 코인 3개를 발행, 상장했다. 그는 허위 광고로 시세를 조종한 뒤 약 897억을 편취한 혐의를 받는다.

문제는 스캠 코인을 발행하는 일당이 유명인을 동원해 투자자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는 것이다. 연예인이나 인기 스포츠 스타, 유튜버 등을 전면에 내세워 광고하면서 피해자들의 경계를 느슨하게 하는 방식이다. 일부 코인은 특정 기업 명칭을 갖다 붙여 마치 기업으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거나 관련돼 있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통화가치가 없는 작은 회사의 암호 화폐는 원금 보장이 안 되거나 폰지 사기일 가능성이 높으니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정부가 주식시장처럼 가상화페 상장과 거래소 규정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스캠 코인 발행 의혹을 받는 A 업체는 공식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내고 “자사 코인은 해외 거래소에 상장돼 있다”며 “최근까지 송출된 오킹 해명 방송에서 부적절하게 자사가 언급됨에 따라 불필요한 오해와 심지어 스캠이 아니냐는 누명을 쓰기도 했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유통량을 공시하지 않거나 속이면서 투자자를 기망하는 스캠 코인과 달리 A사는 유통량이 변경될 때마다 관련 채널에 바로 공시를 한다고 반박했다. 

관련기사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