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지지 않는 AI 열풍…90년대 ‘닷컴버블’과 뭐가 다르나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4.02.22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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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열풍은 거품” 비관론, ‘실적’으로 꺼트린 엔비디아
‘M7’ 투심 집중 과도 우려 속 “AI 산업 지속 성장할 것” 전망도

전 세계 증시 랠리를 주도했던 인공지능(AI) 관련주들이 ‘거품 논란’에 휩싸이며 최근 주가 조정을 받았다. 그러나 분위기가 달라질지 주목된다. 22일 새벽 AI 대장주인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내놓으면서다. 엔비디아 실적은 전년도보다 2.6배 뛰었고, 시장 예상치보다 10%를 웃돌았다.

이번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에 이목이 쏠린 이유는 AI 랠리의 지속 가능성을 판가름할 수 있는 이벤트였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선 AI 열풍이 과도하다며 1990년대 ‘닷컴 버블’ 현상 재현 가능성을 우려했다. 다만 AI는 실제 기술과 미래 실적에 기반한 열풍이란 점에서, 닷컴 버블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증시가 AI 열풍을 타고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 로이터 = 연합
미국 증시 랠리를 이끌고 있는 AI 열풍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를 두고 평가가 갈린다.  ⓒ로이터=연합뉴스

‘역대급 실적’ 엔비디아…조정 받았던 주가, 고점 회복

엔비디아는 21일(현지 시각) 장 마감 이후 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해 4분기 매출이 221억 달러(약 30조원)라고 밝혔다. 이는 전년 대비 265% 오른 것으로, 시장 예상치(206억2000만 달러)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주당 순이익은 5.15달러로, 이 또한 시장 예상치인 4.64달러를 상회했다.

이에 더해 엔비디아는 올해 1분기 매출 전망치를 240억 달러(약 32조원)로 제시했다. 이 역시 시장 전망치 221억7000만 달러(약 29조원)를 웃도는 수준이다.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정점에 다다른 게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향후 실적에 자신감을 드러낸 대목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근본적으로 2025년 이후에도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조건은 훌륭하다”며 “업계 전반에서 생성형 AI로의 전환 덕분에 엔비디아의 GPU(그래픽 처리장치)에 대한 수요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AI 사업이 ‘티핑 포인트’에 도달했다고도 했다. 티핑 포인트란 특정 현상이나 기술이 서서히 나타나다 어느 시점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말한다.

12일(현지 시각) '인공지능(AI) 대장주' 엔비디아가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22년 만에 아마존의 시가총액을 장중 한때 추월했다. ⓒ연합뉴스
21일(현지 시각)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역대 최고 실적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AI 랠리 타고 ‘M7’ 시총이 중국 넘어…“쏠림 현상 위험”

이 같은 어닝 서프라이즈의 영향으로 엔비디아 주가는 고점을 다시 회복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엔비디아 주가는 실적 발표를 앞두고 차익실현 압박에 4거래일 연속 떨어져, 고점(746.11달러) 대비 10% 가까이 떨어진 바 있다. 그러나 간밤 실적 발표 뒤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다시 올랐다. 오전 10시 현재 장외 거래에서 엔비디아의 주가는 9%가량 오른 736달러를 가리키고 있다.

관건은 더 오를 수 있을지 여부다. 당초 시장에선 AI 랠리의 지속 가능성을 두고 평가가 팽팽하게 갈렸다. 비관적인 입장은 AI 열풍이 1990년대부터 시작된 닷컴 버블과 유사하다는 점을 들었다. 닷컴 버블이란 회사 이름에 닷컴만 들어가면 폭등하던 비이상적 시장을 뜻하는 말이다. 2000년 들어 거품이 꺼지면서 수많은 인터넷 기업이 파산했다.

특히 현재 AI 열풍에 따른 투심이 특정 국가, 특정 회사에 과도하게 쏠려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독일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에 따르면, 미 빅테크 기업 M7(애플‧아마존‧알파벳‧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테슬라)의 시가총액 합계는 13조1000억 달러로, 중국 상장사 시총 합계(11조5000억 달러)보다도 높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JP모건은 “특정 종목에 쏠림 현상이 있다는 건 분명한 위험”이라며 “이들 주식의 하락이 주식시장 전체를 끌어내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코스피가 상승 출발한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지수가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코스피가 상승 출발한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 코스닥지수가 표시돼 있다. ⓒ 연합뉴스

“AI산업 성장, 당분간 안 꺾일 듯”

그러나 AI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고려하면 추가 동력을 확보할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프랑스 금융그룹 소시에테제네랄(SG)은 “미국 증시가 닷컴 버블 때와 같은 비합리성에 도달하려면 최소 25%는 더 올라야 한다”며 “닷컴버블 당시 S&P500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5배에 달했지만, 현재는 20배 수준이다. 닷컴버블과 최근의 미국 증시를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생성형 AI 시장은 전년도 400억 달러(약 53조원)에서 10년 뒤 1조3000억 달러(약 1732조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스위스 금융그룹 UBS도 AI 산업 관련 매출이 3년 내 4200억 달러(약 559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강재현 SK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가 높아져 있는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할까봐 우려가 컸지만 엔비디아가 다시 한 번 실력을 증명하며 AI 테마의 지속 가능성을 보장해줬다”며 “국내 증시도 단기 차익실현 부담이 있긴 하지만 반도체 덕에 지수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박준영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엔비디아를 필두로 한 AI 산업의 성장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국내에선 AI 산업에 필수적인 HBM(고대역 메모리 반도체) 관련주에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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