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기의 과유불급] 조국의 손을 잡은 이재명, 묘수일까 패착일까
  • 전영기 편집인 (chunyg@sisajournal.com)
  • 승인 2024.03.08 09:00
  • 호수 1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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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은 비유하자면 몸체 없이 떠다니는 유령 같다. 254곳 지역구에 한 명의 후보도 내지 않고 비례대표 의석만 목표로 움직이는 정당이라니. 땅을 딛지 못하는 정령이 허공을 떠다니며 사람들을 홀리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조국의 궤변은 유명하다. 예를 들어 “저는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데…안 받아들여진다면 비법률적 방식으로 명예를 회복하는 길을 찾아야 하지 않나”라는 식이다. 말이 되는 얘기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취임인사차 예방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취임인사차 예방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혁신당, 몸체 없이 허공 떠다니는 유령 같아

유무죄를 다투는 형사재판에서 유죄 혐의를 받는 피고인이 명예를 회복하는 방식은 1심→2심→3심 재판밖에 없다. 희귀하게는 대법원 최종판결 후 이를 뒤집을 새로운 증거가 나올 경우 재심을 통해 바로잡기도 한다. 조국에게 바라건대 1, 2심 동일하게 나온 징역 2년의 실형 판결을 3심인 대법원에서 뒤집는 데 매진했으면 한다.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결정을 받아낸다면 조국은 명실상부한 명예회복자가 되리라.

한편 조국의 ‘법률적 유죄를 비법률적으로 명예회복한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 언어다. ‘달걀 안에 (미래의 병아리가 있으므로) 털이 있다’는 궤변과 다를 바 없다. 그는 “(명예회복을) 문화적·사회적 또는 정치적 방식”으로 하면 된다고 주장하는데 조국이 아무리 문화적·사회적으로 유명해지고 정치적으로 트럼프처럼 승리한다 한들 유죄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법률은 법률이고 비법률은 비법률일 뿐이다. 둘은 혼합할 수 없고, 호환되지도 않는다.

그의 언어대로 조국이 ‘비법률적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치자. 그래도 대법원이 1, 2심에서 받은 2년형을 확정한다면 꼼짝없이 법정 수감된다. 그럴 경우 4월 총선에서 비례대표 금배지를 달았다 해도 자동적으로 자격을 박탈당한다. 조국의 궤변은 “범죄사실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 (조씨의) 사과는 진지한 반성이 아니다”는 2심 재판장 질책의 연장선상에 있다.

조국(曺國)씨는 당명을 지을 때 자기 이름 아닌 보통명사 조국(祖國)을 넣은 것이라고 선관위와 의논했다고 한다. 얕은 수로 남을 속이는 꼼수 아닌가. 선관위에는 보통명사라 신고하고 유권자에게는 자기 이름을 보고 찍어 달라는 당명임을 대명천지 세상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법률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비법률적으로 눈살이 찌푸려지는 행동이다. 이런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려면 낯이 좀 두꺼워야 한다. 꼼수와 궤변, 낯 두꺼움이 횡행하는 정치 무대에 조국이 등장했다.

 

이재명, 혹 떼려다 혹 붙인 격 될 수 있어

조국은 그를 무조건 사랑하는 사람들을 주변에 두고 있다. 그의 행복이자 정치적 자산이다. 반면 많은 다른 사람에겐 분노와 혐오를 일으킨다. 이재명의 민주당이 한때 조국을 부담스럽게 여긴 이유였다. 또 다른 이유로 문재인 시대의 가장 빛났던 존재이자 잠재적 대선 경쟁자인 조국에게 이재명 대표가 흔쾌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랬던 두 사람이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손을 잡았다. 느슨한 선거연대가 형성됐다.

이제 관심은 이재명과 조국의 따로국밥이 손님(유권자)들이 찾아오는 맛있는 상차림이 될까 하는 것이다. 조국으로선 유령처럼 떠도는 당이 기생할 수 있는 숙주(민주당)를 얻은 셈이니 다행이다. 이재명 입장에서도 보복·사당화·정적 제거 논란으로 생긴 공천 후유증을 덮을 재료를 발견했으니 나쁘지 않다. 다만 국민의힘에 계속 밀리고 있는 지지율 격차가 좁혀질지 더 벌어질지는 다른 문제다. 지지층 결집 효과가 차이를 좁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두 사람 다 형사 피고인이라는 공통점이 보통의 유권자 특히 정파성이 적은 중도층의 등을 돌리게 할 빌미가 될 수 있다. 그럴 경우 몸집이 작은 조국에겐 별 타격이 아니겠지만 이재명의 민주당엔 혹 떼려다 혹 붙인 격이 될지 모른다.

전영기 편집인
전영기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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