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우 시론] 대통령이 지천명(知天命)해야 하는 이유
  •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oxen7351@naver.com)
  • 승인 2024.03.22 17:00
  • 호수 1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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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는 30세 무렵 이입(而立)했고 40세 무렵 불혹(不惑)했으며 50세 무렵이 되어서야 지천명(知天命)했다고 말했다. 흔히 이립(而立)이라고 하지만 그 본뜻을 알게 되면 이입(而立)이라고 읽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말은 입기이례이입인이례(立己以禮而立人以禮)를 압축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먼저 자기를 예(禮), 즉 일의 이치[事理]로 세우고 그다음에 남도 일의 이치로 세워준다는 뜻이다.

불혹(不惑) 또한 막연히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 정도로 이해하는데 실상과 동떨어진 풀이다. 불혹이란 일의 이치를 잘 알아서 이치가 아닌 것에 미혹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공자는 지자불혹(知者不惑)이라고 말했다. 지자(知者)란 일의 이치를 잘 아는 사람이기도 하고 사람을 잘 알아보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입(而立)과 불혹(不惑)은 모두 일의 이치, 즉 예와 관련된다.

그런데 공자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는다. 이입과 불혹에만 머무를 경우 지도자가 될 수 없다. 그저 좋은 신하가 되는 데 그칠 뿐이다. 이치를 잘 따르기만 하면 될 뿐이기 때문이다. 공자는 사리(事理) 이외에 사세(事勢)를 중시했다. 사리는 상도(常道)와 통하고 사세는 권도(權道)와 통한다.

예를 들어 길을 가다가 모르는 여성의 손을 잡아서는 안 된다. 그것이 사리이자 예이다. 그런데 모르는 여성이 물에 빠져 살려 달라고 할 때 손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사리에 묶여 있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어디를 잡아서라도 살려야 한다. 그것이 바로 사세(事勢)이자 명(命)이다.

신하의 세계관인 예와 군주의 세계관인 명의 관계를 모르고 인물을 평가할 경우 큰 잘못을 저지르게 된다.

공자는 ‘논어’에서 제나라 재상 관중에 대해 신하들과 차원이 다른 평을 내놓는다. 제자 자공은 사리에 머물러 있고 공자는 이를 뛰어넘어 사세, 즉 명(命)을 아는 차원에서 평가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자공(子貢)이 말했다.

“관중은 아마도 어진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환공이 공자 규를 죽였는데도 능히 자기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의 재상이 되었습니다.”

공자가 말했다.

“관중이 환공을 도와 제후들의 패자가 된 것은 한 번에 천하를 바로잡아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혜택을 입고 있다. 관중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머리를 풀어헤치고 옷깃을 왼쪽으로 했을 것이다. 어찌 필부필부처럼 알량한 어짊을 베풀다가 하수구에 굴러떨어져 죽어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될 수야 있으랴!”

공자는 작은 어짊[小仁]과 큰 어짊[大仁]을 나눠서 말하고 있다. 필부필부처럼 알량한 어짊이 바로 작은 어짊이고 자기가 섬기던 공자 규를 죽인 환공이지만 그의 재상이 되어 제나라를 부국강병의 나라로 발전시킨 관중이야말로 큰 어짊을 행한 것이라는 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형세는 어떻게 파악해야 하는가? 민심을 제대로 들여다볼 때 지천명(知天命)할 수 있다. 대통령은 수많은 일을 결단한다. 그러니 어떤 잘못이 발생하면 “100가지 중에 한두 가지 잘못할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반면에 국민들 입장에서는 대통령이 잘하는 일은 무엇인지 알기가 어렵고 잘못하는 일이 있으면 그것이 크게 다가온다.

뛰어난 지도자라면 국민들 시각에서도 볼 줄 알아야 한다. 지도자 시각과 국민 시각의 간극이 워낙 커서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고서는 지도자 시각에 머물러 국민과 동떨어진 언행을 보이게 된다. 천명은 팔자가 아니라 형세이며 형세는 민심에서 만들어진다. 공자는 지천명하는 방법도 ‘논어’에서 제시했다. 외천명(畏天命), 민심을 두려워해야 일의 형세를 알 수 있다는 말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br>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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