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계’ 서은숙 對 ‘한동훈계’ 정성국…부산 중심 진구갑 ‘서면 매치’ [총선 빅매치]
  • 변문우 기자 (bmw@sisajournal.com)
  • 승인 2024.03.2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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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서병수 빠진 무주공산서 ‘신인’ 격돌…‘이재명-한동훈’ 대리전 양상도
서은숙 “진구의원·구청장 거친 풀뿌리”…정성국 “영입인재 1호 이유 증명”

여야 모두 승률이 높은 ‘텃밭’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대마다, 총선마다 승패가 달라졌던 지역구도 적지 않습니다. 선거의 향배를 가른다는 ‘구도’와 ‘바람’이 시시각각 변하는 지역구, 정치권은 그 곳을 ‘격전지’라 부릅니다. 시사저널은 254석의 지역구 중 격전지로 분류되는 지역을 찾아 각 후보들의 핵심 공약, 지역의 주요 화두를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4·10 총선을 앞두고 ‘보수 텃밭’으로 불렸던 부산 민심이 한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워졌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낙동강 벨트’ 서부산은 물론, 기존 보수세가 강한 중부산·동부산 권역도 여야가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이 나오고 있다. 이중에서도 부산의 중심 ‘서면’을 품고 있는 부산진구는 역대 부산시장 선거에서 각 후보들이 얻은 최종 득표율과 매우 비슷한 득표율을 기록해온 만큼, 부산 표심의 바로미터로 꼽히는 요지다.

부산진갑은 중부산권의 연제구·중구·동구·서구·영도구와 함께 14대부터 19대 총선까지 보수정당 후보들이 전원 당선될 만큼 보수 텃밭으로 꼽혀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김영춘 후보가 이변을 일으키며 당선됐으나, 21대 총선에서 다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서병수 의원이 탈환에 성공했다. 다만 이번 선거에선 현역 서병수 의원이 부산 북구갑으로 자진 험지출마를 택해 무주공산이 된 만큼, 결과를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여야는 부산진갑 민심을 잡기 위해 ‘정치 신인’을 후보로 내세웠다. 더불어민주당에선 부산진구청장 출신이자 직전 당 지도부 최고위원이었던 서은숙 후보를 등판시켰다. 국민의힘에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장 출신이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1호 영입 인재인 정성국 후보가 나섰다. 두 후보 모두 여야 주류로 통하는 ‘친이재명(친명)’와 ‘친한동훈(친한)’인 만큼, 정치권에선 ‘이재명-한동훈’ 구도의 대리전 격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후보는 현재 치열한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부산일보 의뢰로 지난 8~9일 부산 진구갑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선 정성국 후보 45.7%, 서은숙 후보 43.8%로 오차범위 내 접전이 펼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무선 ARS조사 100%.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p. 자세한 조사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시사저널 양선영
ⓒ시사저널 양선영

“서면의 활기 찾아주길” “여야 모두 기대 안 돼”…부산진갑 민심은?

시사저널은 총선을 15일 앞둔 26일 오전, 부산진갑 관할구역 내 서면 번화가 일대와 부전시장 등을 찾았다. 부산의 교통·경제·금융·유통·문화 중심지인 만큼, 평일 시간대에도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만 이들은 서면이 예전의 활기를 잃었다고 한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또 일부 상점의 점주들은 고물가와 높은 점포 월세에 영업 마진도 안 남는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학원 수업을 기다리고 있던 김아무개(26)씨는 “서면이 예전처럼 시끌벅적하지 않다”며 “다들 서면 번화가는 물론 부산 자체를 떠나려고 하는 게 느껴진다. 정치권에서도 계속 지방과 수도권 격차를 줄이겠다고 얘기하는데 전혀 나아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서면에서 게임방을 운영하는 40대 A씨도 “요새 서면에서 오래 자리를 유지하는 점포들이 거의 없다. 몇 달마다 바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회에 첫 입성을 노리는 두 정치 신인이 ‘서면 상권을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도 보였다. 부전시장에서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60대 정아무개씨는 “두 사람이 누구인지 처음 들었다”며 “이들이 과연 여기를 바꿀 수 있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부산 북구갑 험지로 출격한 서병수 의원에 대해서도 “그나마 잘했던 의원을 엉뚱한 곳으로 보내버렸다”며 “국민의힘이 진짜로 정신을 못차렸구나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시사저널은 26일 부산 최대 번화가로 꼽히는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서 시민들과 만나 총선 민심을 들었다. ⓒ시사저널 변문우
시사저널은 26일 부산 최대 번화가로 꼽히는 부산진구 서면 일대에서 시민들과 만나 총선 민심을 들었다. ⓒ시사저널 변문우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의 목소리도 일부 새어나왔다. 실내포차를 운영 중인 40대 자영업자 B씨는 “장사하기 죽을 맛”이라며 “진구갑은 워낙 번화가고 유동층이 많은 만큼, 지역적 문제보다도 물가 안정 같은 큰 문제가 핵심이라 정부 심판을 얘기하는 동종업자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부산 민심이 확실히 바뀐 게 느껴진다. 지인들도 같이 술 먹으면서 얘기해보니 원래 보수세 강한 분들도 ‘정부가 개판을 치고 있다’며 생각을 많이 바꿨다”고 덧붙였다.

반면 물가 문제를 윤석열 정부만의 탓으로 돌려선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부전시장에서 밀면집을 운영하는 50대 C씨는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게 치면 전 문재인 정권이 집값 상승시키고 코로나 때 예산 막 나눠준 것 아니냐”라며 “오래 전부터 곪아온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 정부여당이나 야권 모두 기대가 되지 않는다는 질타도 나왔다. 앞선 게임방 운영자 A씨는 “윤석열이나 이재명이나 둘 다 기대가 안 되긴 마찬가지다”라며 “이번 총선에서도 굳이 표를 행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 현안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사항도 나왔다. 서면시장에서 노상 영업을 하고 있는 60대 강아무개씨는 “인근의 부전시장은 리모델링이 됐는데, 여기는 15년째 리모델링이 안 되고 있다”며 “비오면 특히 장사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교통 혼잡 문제와 관련해서도, 부암동에 살고 있는 40대 여성 김아무개씨는 “서면이 전국 교통 혼잡도 상위권일 것이다. 또 (관할구역인) 초읍 어린이대공원 쪽은 지하철도 없어서 가족끼리 가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서은숙 부산진구갑 국회의원 후보가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은숙 후보 캠프 제공
더불어민주당의 서은숙 부산진구갑 국회의원 후보가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서은숙 후보 캠프 제공

‘교통 혼잡’ 개선은 공통 숙제…“도시철도 6호선” vs “초읍선 유치”

부산진갑의 숙제들을 파악한 두 후보도 공통적으로 ‘교통 공약’에 초점을 맞추며 민심 잡기에 나섰다. 두 후보는 경부선 철도 지하화는 물론, 동서고가로와 부암고가교 철거도 함께 약속했다. 또 부전복합환승센터 신설 등을 통해 복잡한 서면-부전 일대 교통을 깔끔하게 정리하겠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다만 두 후보가 각자 1순위로 내세운 ‘철도 공약’은 차이가 있다. 서은숙 후보는 ‘도시철도 6호선’ 유치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센텀-도곡-부전-초읍·연지-부암-당감-개금을 경유하는 도시철도로 진구 교통의 실핏줄을 연결하겠다”고 자신했다. 여기에 24시간 운영되는 달빛 어린이 병원 건립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정 후보는 ‘초읍선’ 유치를 내세우며 민심을 설득하는 모습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부산진구의 고질적인 교통난 해소를 위해 부산시에서 이미 10여년 이상 검토·연구해 왔고, 2022년에는 ‘도시철도 구축계획 변경(2차) 고시에 신규 검토노선으로 반영돼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그는 부암 당감권역 주민 교통편의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교총 회장으로서 역량을 살려, 신설 늘봄학교 정착 등 교육 부문의 공약도 함께 내놓았다.

두 후보는 각자의 커리어와 역량을 내세우며 진구 구민들의 표심을 호소했다. 서 후보는 “진구가 쑥쑥 키운 ‘풀뿌리’ 서은숙이다. 진구는 저의 집이자 일터고 삶 그 자체”라며 “지역 사정을 알고 일할 줄 아는 정치인이 필요하다. 기초의원부터 진구청장까지 능력을 인정받은 만큼, 더 크게 쓰일 준비가 돼있다”고 자신했다. 정 후보는 “지금은 힘 있게 추진하는 능력 있는 여권 후보가 필요하다”며 “왜 한동훈 영입인재 1호인지 결과로 증명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민의힘의 정성국 부산진구갑 국회의원 후보가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성국 후보 캠프 제공
국민의힘의 정성국 부산진구갑 국회의원 후보가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정성국 후보 캠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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