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보기
영종도에 인천국제공항이 문을 연 지 어느새 20년이 훌쩍 넘었다. 아무 것도 없는 외딴 섬에 덩그러니 자리 잡은 거대한 공항이 어색해보이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인천공항의 위세는 대단하다. 전 세계 공항들의 항공서비스를 평가하는 조사에서 항상 상위 5위 내에 이름을 올려놓는다. 특히 안전과 효율성 면에서는 ‘월드 베스트’ 수준이다.각국의 항공사 및 공항을 평가하는 컨설턴시 ‘스카이트랙스’에서는 매년 다양한 주제로 순위를 발표한다. ‘최고의 기내 엔터테인먼트’, ‘최고의 수하물 수송 서비스’, ‘최고의 이코노미 클래스’ 등,
평택역 앞 ‘쌈리’라 불리던 곳이 있었다. 우리나라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라고도 하는 유명한 집창촌이다. 비단 평택 뿐 아니라 성매매업소들은 유독 역 앞에 많이 생겼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기차역 특유의 분위기 때문일까. 나들이 여행객들, 바쁜 출퇴근길에 나선 직장인들, 하릴없는 유랑객들이나 노숙자까지, 기차역 풍경은 마치 우리 사회의 축소판 같다. 그렇게 오래 머무르지 않고 굳이 서로 알 필요도 없는 이들이 한데 섞여 성매매라는 무책임한 일탈의 장소를 탄생시키는 데 일조했다.집창촌 재개발은 언제나 ‘
한옥이 힙해졌다.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라거나 보존이 필요한 역사 유산으로서가 아니다. 카페, 레스토랑,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하게 활용되는 한옥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요즘이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이 새로운 한옥들은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필수 방문지로 손꼽힌다.서울을 비롯해 우리나라에는 많은 한옥마을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이슈가 됐던 곳은 단연 익선동일 것이다. 익선동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도시형 한옥단지’다. 조선인을 위해 조선인 건설업자들이 개발한 주거지로, 부자들이 살던 넓은 땅
‘기부채납'이란 제도가 있다. 글자 그대로 국가나 지자체에 기부한 개인 재산을 정부가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는 ‘기부’란 표현이 무색하게, 주로 건설사들이 개발에 유리한 조건을 허락받는 대신 도시 기반시설을 지어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관행이다. 그래서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나 다름없다.기부채납 대상이 되는 인프라로는 도로나 주차장, 공원과 같이 지역사회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시설이 일반적이다. 한편 기부채납이 지역에 수준 높은 문화시설을 유치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이용하는 도서관이나 스포츠센터뿐만 아니라
세계 인구 1위가 바뀌었다. 중국을 제치고 가장 많은 인구수로 주목받게 된 나라는 인도다. 인도는 인구가 많기만 한 게 아니라 평균 연령이 28세로 매우 젊다. 빈부 격차, 성차별 등 민감한 이슈에도 이 나라의 성장 행보에 전 세계가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인구가 젊고 많다는 것 외에 인도가 가진 중요한 특징이라면 ‘다양성’을 꼽을 수 있다. 종교, 민족, 언어까지 각양각색이라 한 나라 사람들이 맞을까 싶을 정도다. 심지어 지역마다 외모도 조금씩 다르다. 공용어는 무려 22개에 달하고 사용되는 언어만 해도 1600여
연말은 1년 중 거리가 가장 화려하게 장식되는 시즌이다. 특히 이번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휘황찬란한 불빛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여전히 코로나19는 우리 곁을 맴돌고 있지만 거리두기나 의무격리 조치가 사라진 2023년의 연말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딜 가나 사람들로 붐볐다.연말이 다가왔음을 제일 먼저 실감나게 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건물 외벽을 조명 장식으로 한껏 치장한 백화점들이다. 작년에는 단순히 전구로 불을 밝히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아예 벽면 전체를 미디어월로 만들어 한층 섬세하고 동화 같은 이미지를 선보인 곳도 있었다
인천 송도에 새로운 박물관이 하나 생겼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다. 무려 9개 시도가 이 박물관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경기도 여주시와 세종시도 마지막까지 고려된 후보지였는데, 두 지역 모두 세종대왕과의 연을 강조했다. 한편 인천이 내세웠던 것은 ‘국제도시’로서 면모였다. 인천공항과 가깝고 일찍이 각종 글로벌 거점들을 유치해 왔다는 점이 박물관 부지선정위원회에서 제시한 평가항목들에 적절히 부합했다는 후문이다.이번 세계문자박물관의 조성 목표는 한글의 세계화였다. 한글의 독창성,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알린다는 취지다. 대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얼마 전 폐막했다. 2017년 처음 시작해 벌써 4회째를 맞이한 도시, 건축 분야의 전시축제다. 갈수록 다양한 모습으로, 또 복잡하게 변해가는 도시 문제들을 각계 전문가와 시민들이 함께 고민해보는 장으로 기획됐다. 그동안 전시공간으로 활용된 장소들도 이색적이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세운상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 서울 도시개발의 여러 가지 실험을 이루어졌던 현장들이었다.주로 실내에서 전시가 이루어졌던 지난 행사들과 달리, 이번에는 메인 전시장이 야외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열린송현녹지광장이란 곳이다. 서울도시건
강원도 동해안 도시들이 뜨고 있다. 양양이 서핑비치로 이름을 날리더니, 인스타그램에 등장할 법한 핫플레이스가 해변을 따라 동해안 전체로 퍼져 나간 모양새다. 감자, 문어 등 강원도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들도 이색적이다. 코로나를 겪으며 해외 대신 국내 여행지들이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강원도 도시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금은 그 열기가 다소 수그러들었을지 몰라도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할아버지 조선소 물려받은 손자, 이색 놀이터로 만들다청초호 변에 ‘칠성조선소’라는 곳이 있다. 일단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여기가 맞나 싶은
요즘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의 방문 위시리스트에 전에 없던 새로운 이름이 등장했다. ‘스누피가든’이다. 개장한지 이제 만 3년으로 작년에 이미 누적 방문객 100만 명을 달성했다. 아기자기한 정원들이 콘셉트에 따라 이어지고 중간 중간 귀여운 만화 캐릭터가 등장해 미소를 자아낸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에도 넓은 야외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어 복잡한 실내를 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대안이 됐다.원래는 수목원을 만들던 자리였다고 한다. 그런데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이 오름이나 곶자왈처럼 천연의 숲을 선호하는 것을 보고, 공간을 기획하던
전북 고창군 홍보 팸플릿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고인돌 유적, 자연유산인 갯벌, 인류무형문화유산이라는 판소리와 농악이 고창에서 많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창에 위치한 운곡 습지는 2011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으며, 고창군 전 지역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이기도 하다.이쯤 되면 고창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도시라 부를만한 것 같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요한 알맹이가 빠져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하나하나 유명한 것들은 많지만 딱히 고창만
경기도 화성시 곳곳에 미술관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나 시크한 현대미술관과는 거리가 멀다. 어떤 곳은 한때 찜질방이었던 건물이고, 어떤 곳은 병인박해 순교지에 세워진 웅장한 성당이며, 어떤 곳은 한국전쟁 때 미군의 사격지였던 벌판이다. 이 미술관의 이름은 바로 ‘도시는 미술관’이다.‘도시는 미술관’은 화성시에 자리한 한 사립미술관에서 주관하고 있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현재까지 9개의 장소가 이 프로젝트에 포함돼 있다. 모두 화성시를 대표하는 자연 경관이나 역사적인 장소들이다. 공공미술 프로젝
서울식물원이 문을 연지 거의 만 4년이 돼 간다. 그 시간만큼 식물원의 꽃과 나무도, 식물원을 찾는 사람들의 삶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공모전을 거쳐 선발된 정원 디자인들이 식물원 한 켠에서 실제로 꽃을 피우고,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러닝크루를 만들어 식물원의 호숫가와 습지를 누볐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와중에도 드넓은 야외 공간을 가진 식물원은 지친 시민들의 탈출구가 됐다. 오히려 코로나19 덕분에 도시에 이런 탁 트인 녹지, 비워져 있는 오픈스페이스가 왜 필요한지를 비로소 실감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최
파주시 심학산의 자락, 문발동 일대에는 독특하고 예술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건물들이 모여 있는 동네가 있다. 이제는 파주를 대표하는 산업단지이자 나들이 장소로도 유명한 파주출판도시다. 보통의 산업단지와 다르게 ‘도시'란 이름이 붙어 있는 점이 특이하다. 처음 생길 당시에는 ‘굴뚝 없는 산업단지’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제는 그 이름에 걸맞게 명실공히 우리나라 ‘출판’의 중심이자, 출판인과 건축가가 함께 만든 ‘도시’가 돼있다.언젠가 처음 출판도시를 방문했을 땐 범상치 않은 외관의 건축물들이 줄지어 늘어선 모습이 어쩐지 삭막하다고 느
대부도는 경기만에서 가장 큰 섬이다. 시화방조제와 탄도방조제를 통해 주변 도시와 연결돼 자동차로 쉽게 갈 수 있는 섬이기도 하다. 그래서 MT나 단체여행으로 대부도를 찾는 사람들도 많다. 10km가 넘는 시화방조제를 따라 바다를 가르며 대부도로 들어갈 때면 낯선 타지로 일탈의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이곳은 낚시 포인트로도 유명해서, 평일이든 주말이든 낚시를 즐기려는 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따라 줄짓는 낚시꾼들의 행렬이 문외한의 눈에는 그저 신기하게 보일 따름이다.시화방조제 건설은 1985
2018년 12월 말, 우리나라 국립현대미술관은 4관 체제를 완성했다. 1986년에 개관한 과천관을 시작으로 1998년 덕수궁관, 2013년 서울관에 이어 2018년에는 충북 청주시에 네 번째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이렇게 국립현대미술관이 4개의 지점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는 방식이 처음부터 의도된 것은 아니었다. 우리도 국제적인 수준의 현대미술관이 필요하다는 여론과 정부 방침에 따라 과천관이 설립됐고, 그 이전까지 현대미술관 역할을 하던 덕수궁미술관은 분관이 됐다. 과천관은 훌륭한 건축과 남부럽지 않은 규모를 자랑했지만 접근성의 문
1795년 2월, 정조대왕은 창덕궁을 떠나 수원 화성에 위치한 행궁으로 향했다.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을 열기 위해서였다. 연회 장소로 가기 전 지금의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 ‘현륭원(현 융릉)’을 찾아 참배를 했으며, 혜경궁 홍씨는 이날 사별 후 33년 만에 처음으로 남편의 묘를 찾았다. 훗날 ‘정조대왕 능행차’라 불리게 된, 장장 8일 동안 이어진 성대한 여정이었다.이 모든 내용은 정조의 명에 따라 ‘원행을묘정리의궤’라는 8권의 책에 상세히 기록돼 있다. 의궤란 조선시대 왕실 혹은 국가에서 행해졌던 큰
지난 7월, 강원도 철원군의 노동당사 앞에 마을이 하나 들어섰다. 이 마을은 기차역, 학교, 은행, 약국, 소방서, 극장까지 웬만한 도시 못지않은 시설들을 갖추고 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그 모습이 현대가 아니라 1920~30년대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이다. 그 시절 철원 일대에 자리 잡고 있었던 옛 도시를 다시 재현해놓은 ‘철원역사문화공원’의 이야기다.몇 해 전만 해도 이곳은 평범한 농토였다. 하지만 바로 옆에 민간인통제구역으로 들어가는 출입초소가 있고 해방 직후에는 북한 땅이었다는 사실이 이 장소를 특별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당대의 내로라하는 건축가들의 작품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다. 건축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유명한 안도 다다오, 강남 교보타워에 이어 최근에는 경기도의 한 천주교 성지에 대성당을 완성한 세계적인 건축가 마리오 보타, 재일교포 건축가인 이타미 준, 우리나라 대표 건축가로 꼽히는 승효상·이종호 등, 그 중 한 명의 작품만 있어도 화제가 될 만한 이름들이다. 아름다운 경관 속 거장의 작품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제주도는 거대한 건축 전시장이나 다름없을 정도다.왜 유독 제주도일까. 건축물이 ‘작품’으로서 각광
남해안 한려해상공원의 시작점에 있는 아름다운 섬 거제도. 육지와 상당히 가까이 붙어 있어 지도로만 봐서는 섬이라는 인상이 그다지 강하지 않다. 거제대교, 거가대교 등의 연륙교가 건설되고 조선 산업이 크게 발달하면서 성장한 거제도는 어엿한 도시의 반열에 올라 있다. 인근의 대도시 부산에서도 2시간 정도면 쉽게 갈 수 있는 곳이다.그러나 십 수 년 전,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시절만 해도 거제도는 배를 타지 않으면 갈 수 없는 외진 섬이었다. 덕분에 전쟁 당시에는 거제도가 최후방으로서 가장 안전한 지역으로 남을 수 있기도 했다. 전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