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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대한민국은 큰 국정 혼란을 맞이하게 되었다. 탄핵을 요구하는 민주당에 맞서, 곧 있을 궤멸적 타격을 수습하기 위해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보려는 국민의힘이 대치를 선택했고, 대통령의 존재가 사라지자 많은 국가 기능이 서서히 정지되고 있다. 그사이 정치적 불안정으로 국가 경제와 대외 신인도도 흔들리고 있다. 1인당 GDP가 3만 달러를 넘고, 그 어느 때보다 세계 속에서 문화적 위상도 높았던 대한민국에 갑작스럽게 ‘계엄’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데 대해 해외 관찰자들도 충격을 숨기지 못했다.어
11월5일, 2024년 한 해의 대미를 장식할 선거가 있었다. 2020년 대통령선거에서 민주당에 패배한 ‘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대선에 재도전하는 날이었다. 민주당에서는 고령으로 노쇠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 캠페인에서 물러나자, 최초의 유색인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를 대선후보로 지명했다. 미국에서 현재 진행되는 문화 정체성 갈등을 상징하는 후보 구성이었고, 많은 언론은 선거 직전까지 ‘박빙’을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트럼프의 대승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물론이고 세계 전역에서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를 두고 아직도
북한이 심상치 않다.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했다는 소식은 그 이전부터 있던 흐름의 연장이다. 북한은 올해 들어 남북한이 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한민족임을 적극적으로 부정하고, 우리나라를 ‘적대적 타국’으로 규정하기 시작했다. 그 이전까지, 아무리 남북관계가 나빠지더라도 ‘한민족은 궁극적으로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는 대전제를 누구도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하면 북한의 최근 행보는 분명 ‘튀는 것’이었다.북한의 대남노선 변화는 남한에서도 여러 반응을 촉발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9월19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통일을 접어
MZ세대를 다룬 미디어 콘텐츠 중 가장 성공적인 기획을 하나 꼽자면 쿠팡플레이에서 방영되는 《SNL 코리아》 코너 중 하나인 ‘MZ 오피스’일 것이다. 색깔이 확실한 다양한 사회초년생 캐릭터와, 신세대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기성세대 캐릭터들의 상호작용을 그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일각에서는 ‘과장이다’ ‘인터넷에나 올라오는 특이한 사례를 전체 사회초년생으로 일반화했다’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풍자를 위한 코미디 프로그램 특유의 과장을 감안하더라도, 적어도 ‘요즘 들어온 신입은 다르다’는 인식이 이미 세간에
2020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N번방’ 사건이 공론화되었다.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이 사건에 검경이 수사 역량을 집중해 최소한 가시권에 들어온 범죄자들에 대해서는 신속한 검거가 가능했다. 하지만 검거와 처벌 이후에도 사건의 여파는 계속 남았다. 특히 이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게끔 제도적인 대책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국회에서는 ‘N번방 방지법’이 발의되었고, 곧이어 해당 법안이 인터넷 검열 조치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N번방 사건 이후 4년, 지금 우리 사회에는 디지
7월26일부터 8월11일까지 16일간 진행되었던 ‘세계인의 축제’, 2024년 파리올림픽도 막을 내렸다. 4년에 한 번씩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는 자리다 보니 이번 올림픽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구설이 많았다. 그리고 이런 국제 행사에 따라오는 논란은 특정 인구집단이나 세대의 여론과 감정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지표가 되어준다.‘선진국 프랑스’, 더는 선망할 것이 없다먼저 ‘선진국 신화’가 흔들린 것에 주목해볼 만하다. 첫 행사인 개막식부터 문제가 되었다. 특히 개막식 공연에서 성소수자 관련 표현은 세계적인 논쟁을 만들었다. 행사
미국 대통령선거는 11월에 치러질 것이지만, 3개월도 더 전인 7월부터 미국 대선 소식으로 전 세계가 시끌시끌하다. 2020년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패배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권토중래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7월13일에는 트럼프가 자신을 향한 저격 시도에서 기적적으로 총알을 피해 역사에 남을 퍼포먼스까지 연출하며 지지층 결집을 과시했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토론회에서부터 노쇠하다는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했고, 오히려 인지력 논란만 불거지다가 7월21일 후보 사퇴를 결정했다.이런 상황에서 공화당과
6월30일 프랑스에서 치러진 국민의회(하원) 선거 결과는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반(反)이민 공약을 내세우며 극우 성향으로 평가받는 국민연합이 33.1%를 득표해 1당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프랑스의 민심이 극우에 우호적이라는 신호가 좀 더 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국민의회 선거 자체도 6월6일부터 9일까지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하고 국민연합이 32.5%를 득표하며 승리하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의회 해산을 선포하고 치러진 것이다.본래 국민연합과 그 전신인 국민전선은 1970년대부터 계속 선거에 참여했으나
5월25일, 강원도 인제군의 육군 12사단 훈련소에 입소했던 훈련병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국방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군에 갔던 만 19세의 젊은 청년이 꽃다운 나이에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런데 사망 원인이 심상치 않았다. 훈련병이 전날 떠들었다는 보고를 들은 중대장이 완전군장을 시킨 채로 훈련병들에게 선착순 구보와 팔굽혀펴기를 시켰고, 이는 적절한 군기훈련이 아니라 일종의 가혹행위에 가까울 수도 있는 지시였다. 그 결과, 한 훈련병이 횡문근융해증으로 상태가 급속히 안 좋아져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생명을 잃게 된 것이다.사
얼마 전 대학원 연구실에 갈 일이 있어 서울대 캠퍼스를 찾았다. 버스정류장에 내려 인문대로 올라가는 길에 눈에 띄는 시설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원래 축제 기간에 동아리들이 운영하는 간이 상점이 설치되는 연못 앞에 텐트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 옆에는 여러 개의 팔레스타인 국기가 보였다. 유대인이나 무슬림이 많지 않은 한국의 대학교 안에서 팔레스타인 농성 텐트를 보는 것은 매우 신기한 일이었다.물론 조금만 생각해 보면 왜 한국의 대학교에도 팔레스타인 지지 텐트가 설치되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서구 선진국 세계의 일원으로서 한국에도 영
4월13일, 이란이 세계 뉴스의 중심에 등장했다. 이날 이란이 이스라엘의 자국 영사관 공격에 보복하기 위해 이스라엘 본토를 미사일로 타격하는 ‘진실의 약속’ 작전을 개시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이틀 전까지 이란에 한 달여 동안 체류하고 있었다. 주변에서는 필자에게 이란의 현지 분위기, 특히 주변 청년층이 지금의 이란 정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곤 했다. 그때마다 필자는 “정부를 지지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이란의 청년층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가장 극적으로 나뉘는
4월10일, 드디어 2024년 상반기의 정치 일정을 지배했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되었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라는 성격이 큰 이번 선거의 결과는 예상 외로 4년 전의 21대 총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야권이 200석 이상을 차지해 개헌선을 확보하는 것까지 예상했으나, 실제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새로운미래·진보당 등 야권이 189석을 차지하고 국민의힘이 108석을 얻으며 개헌 저지선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하지만 세부 내용에서는 다른 점도 많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펼쳐진 공천 논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채 20일도 남지 않았다. 얼마 있으면 여야는 모두 윤석열 정부의 중간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다. 21세기 들어 총선이 으레 그랬듯이 이번 총선의 관심사도 결국 ‘공천’에 모아지고 있다. 어떤 인물이 주요 정치인으로 선택될지, 그 인물이 속한 계파는 어디인지, 그 인물의 성장 배경과 철학은 무엇인지가 공천으로 일목요연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총선 이후의 정국은 바로 그 인물들을 통해 수행될 것이기 때문에, 공천은 당연하게도 지지율 변동 추이, 총선의 실제 결과로까지 연결된다.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2월14일 필자는 두바이 공항에서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의 관문인 헤이다르 알리예프 공항으로 향했다. 현재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 필자는 아제르바이잔의 현대사를 주제로 논문을 기획 중인데, 연구에 필요한 자료를 찾고 현지의 공기를 느껴보고자 아제르바이잔을 직접 방문한 것이다.아제르바이잔은 어떤 곳일까? 이 나라는 조지아·아르메니아와 함께 튀르키예(터키)·러시아·이란이라는 세 강대국이 만나는 교차로인 코카서스에 위치한다. 그래서 이 나라에도 세 제국의 유산이 모두 담겨있다. 아제르바이잔어는 언어적으로 튀르키예와 사실상 같
1월13일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대만 총통 선거가 치러졌다. 현재 대만이 세계의 산업, 군사, 지정학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너무 크기 때문에 세계적인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는 선거였다. 세계 반도체의 중심인 대만이 미국과 중국 중 어느 곳으로 향할지, 대만과 중국 대륙의 관계가 악화될 때 정말 전쟁 같은 극단적인 사태가 펼쳐질지를 이번 선거를 통해 가늠하고자 하는 이가 많았다.이런 상황에서 국민당과 민진당이라는 대만의 양대 정당은 양안 관계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장제스와 장징궈의 개발독재를 통해 대만 경제를 성장시키
2024년이 밝아오면서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히 오가고 있다. 이번 총선은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한 윤석열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역할을 하게 될 것이고, 그러니 만큼 총선 결과에 따라 2027년까지 남은 임기의 국정 방향도 결정될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청년층은 이번 총선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지난 대선에서 청년층은 승패를 좌우하는 캐스팅보트로서 위력을 떨쳤다. 사실 이번 총선과 2년 전 대선 사이에서 관찰되는 가장 큰 차이는 ‘청년론’과 ‘세대론’이 갑작스럽게 실종되었다는 것에 있다. 물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지만, 특히 올해 대한민국 인터넷은 미국의 아마존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플랫폼 트위치의 철수 선언과 함께 연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12월6일 트위치 측에서는 대한민국 통신사들이 부과하는 망 사용료가 지나치게 높아 한국 시장에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해 철수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트위치 측 고지에 따르면 내년 2월27일 이후부터는 한국의 인터넷 방송인들이 트위치를 이용해 수익을 내면서 방송을 진행할 수 없게 된다.아프리카TV·마리텔·유튜브 거치며 급성장트위치의 철수 과정을 비롯해 대한민국
소위 ‘이대남’과 ‘이대녀’의 정치적 대결이 두드러졌던 지난해 제20대 대통령선거 이후에 젠더 갈등 이슈는 다소 잠잠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대선이라는 정치적 투쟁 국면이 마무리되면서, 여당과 정부에서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추진한 급진적 공약을 폐기하거나 누그러뜨렸다. 한편으로는 갈등의 당사자들이 지난 수년 동안 사회를 달궈온 젠더 갈등에 피로감을 느낀 점도 컸다.하지만 11월25일, 다시 한번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상당히 큰 규모의 논란이 발생했다. 넥슨의 온라인 게임인 메이플스토리의 애니메이션에서 캐릭터들이 ‘남성혐오 상징’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번은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이 개시되기 바로 며칠 전에 “중동이 이렇게 평화로웠던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구설에 오르기 딱 좋은 말이었다. 물론 설리번에게도 할 말이 없지는 않았다. 이란은 억제되고 있었고, 어쨌든 중국의 중재하에 사우디아라비아와 표면상으로는 화해를 해냈다. 집권 초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틀어졌던 사우디아라비아도 미국과 계속 척을 질 수는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았다.그런 상황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 시기에 구체화된 새로운 중동 구상을 더 확대하고자 했다.
10월7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집권하고 있는 정당이자 무장조직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한 전면적인 테러 공격에 나서면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 다시 포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물론 가자지구는 2007년, 2014년, 2021년 등 계속해서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을 빚는 공간이었고, 올해 시작된 전쟁 또한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하지만 2023년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하마스가 가자 장벽을 넘어 전면적인 공격을 감행하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 지상군 진입을 고려하면서 분쟁의 강도 면에서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수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