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의 다른 시선 목록

  • 여의도 정치 집회의 주인공이 된 2030 여성들 [김동진의 다른 시선]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함성이 들려왔다. 국회 안 상황의 생중계 사운드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으나 멀리서 들리는 소리를 잘 듣지 못한 사이, 사람들의 함성이 탄핵이 가결되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앉아있던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집회 참여자들은 곧이어 각양각색의 응원봉을 흔들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를 합창했다.12월3일 오후 10시29분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서 4일 오전 1시2분 국회의 계엄 해제 결의안 가결, 7일 국민의힘 의원들의 불참으로 인한 탄핵소추안 불성립, 14일 오후 5시 2차

  •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사태로 본 ‘여대’의 존재 이유 [김동진의 다른 시선]

    대학 건물 앞 바닥에는 대학점퍼(일명 ‘과잠’)들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었다. 건물 앞에 줄지어 있는 근조화환들, 빼곡하게 건물 외벽에 붙인 대자보와 포스트잇에 더해, 바닥과 건물에 붉은 스프레이로 쓰인 텍스트들이 학생들의 분노를 극명히 드러내고 있었다. 11월11일부터 시작되어 21일에 중단된 동덕여대 학생들의 남녀공학 전환 반대 시위 이야기다.이 시위는 11월8일 동덕여대 총학생회가 학교의 남녀공학 전환에 대한 안건을 대학본부가 12일 교무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라는 내용을 확인했다고 밝힌 입장문에서 시작되었다. 대학 관계자가 ‘아

  • 다크투어리즘을 통해 본 동두천 옛 미군 위안부 성병관리소 [김동진의 다른 시선]

    특별히 날씨가 좋았던 지난 주말, 필자는 동두천으로 특별한 투어를 다녀왔다. 투어는 31년째 영업 중이라는 한 부대찌개 식당에서 시작되었다. 과거 가난하던 시절에도 항상 물자가 풍족했던 미군부대에서 나온 소시지와 햄을 기반으로 우리나라의 김치와 라면을 혼합해 끓여 먹는 음식인 부대찌개의 역사에 대해서는 필자도 익히 알고 있었다. 소시지와 햄을 좋아하는 자녀들 때문에 가끔 집에서도 그리 맵지 않게 끓여 푸짐하게 먹던 메뉴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동안 별다른 생각 없이 먹던 부대찌개를 실제로 미군부대가 주둔해 있는 지역에 가서 먹으니 그

  • 한강이 온다 [김동진의 다른 시선]

    10월10일, 작가 한강이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1901년부터 시작된 노벨문학상이 지금까지 배출한 121명의 수상자 중 18번째 여성 수상자이며, 아시아 여성으로는 최초 수상이다. 역대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프랑스·미국·영국 순으로 가장 많았으며, 사용 언어도 영어·프랑스어·독일어 순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한강 작가의 수상은 그가 비영어권 ‘아시아인’이자 ‘여성’이란 점에서 더 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또한 그가 1907년 수상자인 러디어드 키플링(42)과 1957년 수상자인 알베르 카뮈(44)에 이어 역대 노벨문학상 수

  • 디지털 타령·AI 타령만 늘어놓던 기성세대의 책임 [김동진의 다른 시선]

    지난 8월말부터 공론화된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먼저 인하대 학생들이 동기 및 선후배 여학생들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성범죄물을 공유하는 단체채팅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사실이 보도된 이후 그와 유사한 성격의 딥페이크 성범죄 채팅방이 이미 다수 존재하고 있음이 연일 밝혀지고 있다. 보도 초기에는 주로 중·고등학생과 대학생 가해자들이 또래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른 것이 밝혀지고, 심지어 딥페이크 피해 학교 지도가 제작되기도 했다. 그러나 범죄의 대상층은 여학생에게만 국한되지 않

  • “여성의 관점으로 세계를 바라보자” [김동진의 다른 시선]

    ‘웃음의 쓸모’라는 슬로건을 내건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이하 여성영화제)가 올해로 26회를 맞아 8월22일부터 28일까지 총 7일간 개최되었다. 올해 CGV연남·CGV홍대·씨네큐브 등 3곳의 상영관에서 열린 여성영화제는 ‘여성의 눈으로 세계를 보자’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1997년부터 매년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다. 1회 개최 당시 9개국 38편의 상영작으로 출발한 여성영화제는 이제 38개국 132편 상영작으로 그 규모가 증가했다. 여성영화는 반드시 여성 감독이 만들거나 여성 배우들만 출연하는 영화는 아니다. 그보다 더 광범위하게,

  • ‘성소수자 이슈’도 변화의 물결에 올라탈 것인가 [김동진의 다른 시선]

    7월18일, 동성 커플을 건강보험의 피부양자로 인정한다는 대법원의 판결로 대한민국이 들썩였다. 동성 커플인 소성욱씨와 김용민씨는 대한민국에서 법적 혼인관계를 인정받지 못하지만 2019년 결혼식을 올렸고,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허용했다가 언론에서 이슈가 되자 박탈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다.이번 판결은 대한민국 역사상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에서 동성커플의 법적 권리를 인정한 대법원의 첫 판단이기에 중요성을 띤다. 비록 동성혼 자체를 법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지만,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대상에서 배

  • 성교육·성평등 도서들 유해 기준은 누가 만드나 [김동진의 다른 시선]

    최근 경기도 내 학교 도서관에서 성평등과 성교육 관련 도서 2500여 권이 폐기처분된 사건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사건은 일부 보수단체의 민원에 의해 경기도교육청이 각 학교에 ‘부적절한 성교육 도서를 조치하라’는 공문을 발송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왜 필요했는지, 어떤 기준에 따라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단순히 도서의 폐기 여부가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본질과 성평등 교육의 중요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아야 할 시점이다. 예컨대 성교육과 성평등에 대한 도서들이 과연 유해한 것

  • 저출생 대책, 출산 주체인 여성 입장에서 나와야 [김동진의 다른 시선]

    얼마 전, 나이 어린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 적잖이 놀란 적이 있다. 갓 결혼한 그녀는 자녀 출산과 양육을 하고픈 마음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막 다져가기 시작하는 커리어와 육아를 어떻게 병행할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때 필자가 할 수 있었던 조언이란, 나 자신과 주변의 사례를 보았을 때 친정 부모님 혹은 시부모님이 육아를 맡아주시지 않으면 여성이 경력 단절 없이 육아를 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인 것 같다는 말이었다. 그 말을 하는 동시에 스스로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 앞의 여성은 나와 스무 살 가까이 차

  • 서울대판 N번방 사건, 개인의 삶 파괴하는 ‘성적 인격 살인’ [김동진의 다른 시선]

    5월21일 최초 보도된, 텔레그램을 통해 발생한 허위 합성물 디지털 성범죄 사건, 일명 ‘서울대판 N번방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2020년 공론화된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이하 ‘N번방 사건’)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사건은 서울대 졸업생 등이 텔레그램을 통해 최소 61명의 여성 사진을 불법 합성해 유포 및 협박한 사건으로 밝혀졌다. 주범인 A씨와 B씨는 서울대 동문으로, 주로 자신들의 학교 후배 등 여성 지인들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허위 합성물을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범인 및 다수의 피해자가 서울

  • 학생 인권과 교권은 뺏고 뺏기는 싸움이 아니다 [김동진의 다른 시선]

    4월26일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이 서울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틀 전 충남도의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가결한 이후 두 번째다. 학생들의 권리 보장을 위한 조례가 두 지역에서 잇따라 폐지되면서 교육 현장의 인권 상황이 악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학생인권조례는 학교 현장에서 학생 인권의 실현을 위해 제정된 대한민국 각 교육청의 조례다. 2010년 경기도교육청을 시작으로 광주(2011), 서울(2012), 전북(2013), 충남(2020), 제주(2021) 교육청에서 연이어 학생인권조례를 제정,

  • “당신의 시간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나요” [김동진의 다른 시선]

    올해도 어김없이 4월16일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라는 이름으로.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들을 포함한 476명의 탑승자 중 304명이 사망한 그 참사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더구나 초기에 전원 구조했다는 오보와 함께 배가 침몰해 가는 상황을 실시간 뉴스로 지켜본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수많은 국민이 그 뉴스를 보던 시각, 자신이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는지와 함께 그날의 충격을 생생히 기억한다.평소 텔레비전 시청을 하지 않아 나중에 그 소식을 접했던 필자에게는 그날의 기억보다는 그로부

  • 유명 여성 3인의 사과 릴레이로 얼룩진 사회 [김동진의 다른 시선]

    아이돌 그룹이나 젊은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크게 관심이 없는 필자에게도 최근 들어 보이고 들리는 것은 유명 여성들의 잇단 사과다. 아이돌 가수 카리나부터 배우 한소희, 최근에는 양궁 올림픽 3관왕 안산 선수까지,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이유로 모두 대중에게 사과문을 발표한 여성 공인이다.카리나·한소희 ‘열애설’, 안산 ‘매국노’ 사과3월5일 걸그룹 ‘에스파’ 멤버인 카리나는 배우 이재욱과의 열애 사실에 대해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자필 사과문을 올렸다. 팬들을 “많이 놀라게 해드려 죄송하고”, 그동안 자신을 응원해준 팬들이 얼마나 실망했

  • 여성들이 총파업 하면, 사회는 멈출 수밖에 없다 [김동진의 다른 시선]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International Women’s Day)’을 맞아 여성운동계에서는 여성 총파업을 추진 중이다. 이번 총파업에는 한국여성노동자회·한국여성민우회 등 전국의 총 39개 단체 및 노조가 참여했고, ‘2024 여성파업 조직위원회’가 활동 중이다. 조직위원회는 결성 제안서를 발표하고, 웹사이트에 설문조사 결과 및 여성활동가 기고를 실었으며, 관련 행사를 기획 중이다. 이들은 이번 파업에서 (1)성별 임금 격차 해소 (2)돌봄 공공성 강화 (3)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 (4)임신중지 건강보험 적용 및 유산유도

  • ‘부산 돌려차기’ 피해 여성의 발걸음, 세상을 바꾼다 [김동진의 다른 시선]

    2022년 5월 발생했던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것으로 기억되고 있다. 오전 5시경, 30대 남성 이현우가 20대 여성을 10여 분간 뒤따라간 후 오피스텔 건물의 엘리베이터 앞에 서있던 이 여성의 뒷머리를 돌려차기로 가격하고 계속 여성을 폭행한 후, CCTV가 없는 곳으로 둘러메고 가서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이다. 당시 이 사건의 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그 잔혹함으로 인해 전 국민적인 관심을 끌었다. 긴 재판 끝에 가해자는 2022년 10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지난해 6월 항소심에서는 징역

  • 어쩌다 이 나라는 여성 혼자 여행하기에 불안한 곳이 되었나 [김동진의 다른 시선]

    최근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4년 만에 방문한 공항은 많은 여행객으로 북적여 입국심사대의 긴 줄에서 한참 기다려야 했다. 주요 여행사 및 항공사들의 매출이 2023년에 점차 증가해 4분기에는 2019년 이후 최고치에 도달했다고 하니, 그 현상이 우연은 아니었던 셈이다. 이런 여행객 증가 현상 때문인지 필자의 SNS에는 지난해 BBC에서 선정한, 여성이 혼자 여행하기에 안전한 국가 상위 10개국에 한국이 포함되지 못했다는 뉴스가 재인용되고 있었다. 미국의 조지타운대학에서는 해마다 ‘여성 평화 및 안

  • 영화 통한 ‘과거 들여다보기’로 포용적 미래 만들어야 [김동진의 다른 시선]

    코로나19 시기를 겪으며 극장이 불황이라고 하는 가운데, 영화 《서울의 봄》이 2023년도 두 번째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연일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유일한 천만 관객 영화였던 《범죄도시3》를 이미 제쳤다. 이 영화는 1979년 12·12 군사반란 사건을 다룬 극영화로, 그날 저녁 7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 사이의 9시간 동안 있었던 일을 영화적인 상상력을 가미해 재구성해 141분의 러닝타임 안에 담아냈다.2000년대 한국 영화계에는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가 꽤 존재했으며, 한때 영화 흥행을 판단하는 척도이기도 했다.

  • 실체도 없는 ‘집게손 논란’, 한 편의 코미디였다 [김동진의 다른 시선]

    이른바 ‘집게손’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점점 더 들끓고 있다. 열흘쯤 전에 발생한 이 사건에 관해 그동안 수많은 기사가 나왔고, 트위터 등 SNS도 시끌시끌하다. 이미 한국여성민우회와 민주노총 등 9개 단체가 기자회견을 했고, 국회에서는 정의당 장혜영 의원 및 여러 기관의 공동 주최로 긴급토론회도 예정되어 있다.요약하자면,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 만드는 집게 모양인 ‘집게손’이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가 매우 작다는 것을 조롱하는 표현이라고 주장하는 온라인 남초 커뮤니티 집단이 존재하고 있으며, 그들이 게임회사 넥슨의 게임 ‘메

  • 숏컷은 페미고, 페미는 맞아야 한다고? [김동진의 다른 시선]

    한밤중, 조용할 것 같은 편의점에서 예기치 않은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11월4일 새벽 경남 진주의 한 편의점에서 있었던 일이다. 술에 취한 20대 남성이 상품을 마구 던지며 소란을 일으켰고, 이를 막으려던 20대 여성 직원은 갑작스럽게 폭행을 당했다. 이 남성은 편의점 직원의 짧은 머리카락에 대해 ‘머리가 짧은 걸 보니 페미니스트’라며, ‘나는 남성연대인데 페미니스트는 좀 맞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 옆에서 이를 말리던 50대 남성에게는 ‘남성이 남성을 도와야지 왜 끼어드느냐’며 폭행을 이어갔다.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폭행을

  • 이태원 참사, 숨기는 건 아픔을 잊는 게 아니라 더 깊게 파묻는 일 [김동진의 다른 시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난해 10월29일의 ‘이태원 참사’를 기억할 것이다. 이태원에 몰려든 인파 속에서 158명이 사망한 그날 이후, 생존자와 유족뿐 아니라 뉴스를 지켜본 온 국민 또한 상실감, 우울감, 무기력함 등에 빠져들기도 했다. 참사가 벌어진 지 어느덧 1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유족과 시민들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생존자 자신을 살아가게 한 것은 ‘연결감’축제 인파에 대한 통제가 미비했던 원인을 분석하고, 책임 은폐를 시도한 자를 처벌하며, 관련된 법 제도 등의 시스템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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