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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스크림에 소금빵을 얹은 디저트를 들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올랐을 때였다. 지하주차장에서 올라가는 것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과 어린아이가 타고 있었다. 아이는 필자의 손에 들린 간식거리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할머니, 저거 전에 우리도 먹었던 거잖아요?”할머니라는 말에 처음으로 여성의 얼굴에 시선이 갔는데, 그때야 그가 60대일 수 있겠다 싶었다. 요즘 할머니들은 참 젊구나 생각하며 짧은 대화를 나눴다. “저는 이거 오늘 처음 사 봤어요. 드셔보니 어떠셨어요?” 그랬더니 아이의 젊은 할머니는 명랑한 어투로 이렇게 대답했다
사람이 감각적으로 가장 일찍 노화를 체감하는 기관은 눈이다. 수정체의 탄력이 떨어져 가까운 물체에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노안은 모든 중년이 공통적으로 갖는 최대 고민이다. 실내 조명 아래 근거리 작업을 압도적으로 많이 하는 한국인은 서구인보다 5년 정도 노안을 빨리 자각한다고도 한다. 외부 세계 정보의 80% 정도를 시각으로 받아들이는 인간에게 노화에 의한 기능 쇠퇴는 유독 충격적으로 다가온다.내가 먹고 있는 음식이 초점이 엇나간 카메라 화면 속 피사체처럼 뿌옇게 보인다는 걸 처음 깨달은 날처럼 서글픈 자각은 하루하루 늘어난
20여 년 전 고(故) 전유성 선생님을 출판계 행사 자리에서 처음 만났을 때였다. 어릴 때부터 TV에서 보아온 유명인인 데다 그의 코미디를 좋아했던 필자는 약간의 긴장을 이겨내며 말을 꺼냈다. “사진 찍어주실 수 있을까요?”그러자 그는 선뜻 그러자며 필자의 손에 들려있던 카메라를 가져가 뒷걸음질하더니 우리 사진을 찍어주려고 했다. 잠깐의 당황 후 그 유머를 이해한 우리 일행이 웃음을 터뜨리자 이내 카메라 프레임 안에 함께 서주었다. 주어나 목적어의 생략이 난무하는 고맥락 언어인 한국어에서 매번 재밋거리를 찾아내는 그의 농담을 처음
2008년에 개봉된 영화 《인디아나 존스》 4편에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인상적인 에피소드가 나온다. 주인공인 인디아나는 청년 머트를 만나 여정을 함께하다 그가 학교를 그만두고 오토바이 수리공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청년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아야지, 남들의 시선은 상관없어”라고 말한다. 이후 영화가 전개되면서 인디아나는 머트가 옛 연인이 낳은 자신의 아들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자 그의 태도가 바로 돌변한다. 돌아가서 학교를 졸업하게 할 거라고 아들에게 강압적으로 말한 것이다. 왜 말이 달라졌냐는 아들의
얼마 전 지하철을 탔을 때 목격한 일이다. 2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승객 서너 명이 조곤조곤 대화하다 그중 하나가 갑자기 커진 목소리로 이런 말을 했다. “뭐야. 쉰내 나!”조용하던 객차 안에서 목소리가 튀자 몇몇 승객이 반사적으로 그쪽을 봤다가 이내 스마트폰으로 다시 눈길을 돌렸다. 대화를 하던 이들은 무안한 듯 키득거리며 다시 소리를 낮추었다. 그때 필자는 그 주변에 있던 중장년들 사이에서의 미묘한 동요를 눈치챘다. 그들은 자세를 고쳐 앉거나 눈동자를 굴리거나 콧구멍을 벌름대며 뭔가를 의식했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었다. 그중
7월20일 국세청은 주세사무처리 규정 개정안을 이달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으로 그동안 전통 발효주 등 일부 주종에만 허용되던 소규모 주류제조면허가 위스키, 브랜디, 증류식 소주로까지 확대되었다. 한때 단계적인 관계법 완화로 국산 크래프트 맥주 붐이 일었던 것처럼 이제 한글 이름이 붙은 고급 위스키가 세상에 나올지도 모르겠다. K브랜드의 세계화로 관심을 받고 있는 한국 전통주 시장도 날개를 달 것이다. 그렇다면 그동안에는 왜 한국만 유독 주류 제조에 관한 규제가 심했으며, 이제 와서 완화하는 이유는 뭘까.정책은 언제나 복합
[편집자 주] 시사저널은 7월부터 ‘남인숙의 신중년이 온다’를 새롭게 연재합니다. 이른바 ‘신중년’으로 불리는 현재 대한민국 중년은 처음으로 개인으로서의 자아를 가져본 세대입니다. 그 어느 시대보다 서서히 나이 들어가며 인생 두 번째 챕터를 넘기고 있는 이들은 이미 앞으로의 삶의 질을 위해 인식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새 연재에서는 중년에 이른 이들이 변화무쌍한 세상을 들여다보며 또 다른 내적 성장을 할 수 있는 시선을 제안할 것입니다. 필자 남인숙 작가는 국내외에서 380만 부 판매로 에세이 분야의 새로운 트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