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와이 부부 체포, 아베 레임덕 알리는 상징적 사건”
  • 유재순 JP뉴스 대표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0.07.03 16:00
  • 호수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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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리 최측근 가와이 의원 부부 전격 체포…검찰, 검사총장 인사 앞두고 권력에 칼 들이대

6월18일, 일본 전 법무장관 가와이 가쓰유키 중의원(57)과 가와이 안리 참의원(46) 부부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도쿄지검 특수부에 전격 체포됐다. 검찰이 현직 의원 부부, 그것도 아베 신조 총리의 최측근인 정권 실세를 체포한 것은 전대미문의 일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아베 총리공관은 말 그대로 발칵 뒤집혔다. 왜냐하면 모든 방송매체가 하루 종일 이들 부부의 체포 과정을 생중계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사자들은 아베 총리가 그토록 예뻐하던 ‘아베 군단’의 최정예 멤버이자 또한 지난해 9월에 아베 총리가 직접 법무장관으로 임명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4월7일 일본 국회에 출석해 고민에 빠져있는 아베 총리 ⓒ연합뉴스
4월7일 일본 국회에 출석해 고민에 빠져있는 아베 총리 ⓒ연합뉴스

가와이 부부의 체포, 아베와 자민당이 자초

1996년 중의원으로 처음 당선된 가와이 가쓰유키는 자민당 총재를 겸하는 아베 총리의 ‘자민당 총재 외교특보’를 거쳐 지난해 9월에 법무장관으로 내각에 입각했다. 이때도 일본 정가에서는 말이 많았다. 아베 총리의 심복으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과도 매우 친밀하다는 이유만으로 입각하기에는 정치적으로나 행정적 능력이 너무 함량미달이라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달은 엉뚱한 곳에서 불거졌다. 지난해 7월에 당선된 부인 안리의 참의원 선거에서 이들 부부가 유권자들에게 전방위적으로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교수들과 시민단체로부터 함께 고발당한 것이다. 결국 이 일로 남편 가쓰유키는 입각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자진 사퇴하는 형식으로 법무장관직에서 내려왔다.

사실 이번 가와이 부부의 체포는 자민당이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가쓰유키의 부인인 안리는 처음부터 정치적인 야망이 컸다. 보통 평범한 부부라면 어느 한쪽이 정치인의 길을 걸으면, 다른 한쪽은 뒷바라지하는 협력관계가 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들 부부는 달랐다. 남편인 가쓰유키가 중의원인 상태에서 부인 안리는 지역구인 히로시마현 의원직에 도전해 당선됐다. 그렇게 4번의 현의원을 지내고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서는 아베 총리의 측근인 남편의 후광으로 기존의 자민당 후보를 제치고 공천까지 따내며 자민당 후보로 출마해 참의원에 당선됐다.

공천 과정에서도 말이 많았다. 하지만 아베 측근인 가쓰유키의 파워는 대단했다. 자민당에서는 1억5000만 엔이라는 거액의 선거자금을 안리 선거사무실에 보냈다. 보통 한 지역구에 많아야 1500만 엔 정도를 보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뿐만 아니라 아베 총리, 스가 관방장관 등 도쿄 중앙정부에서 일부러 히로시마까지 대거 내려가 안리 후보자의 선거유세를 응원했다. 자민당이 작정하고 밀어주지 않으면 결코 성사될 수 없는 드문 선거유세였다.

결국 이때의 선거운동이 문제가 돼 이번에 부부가 함께 수갑을 차게 된 것이다. 도쿄지검 특수부가 지금까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가와이 부부는 히로시마 현·시·군·면 단위의 지방자치체 의원 94명에게 현금을 살포했다고 한다. 특히 가쓰유키는 현금봉투를 건네면서 노골적으로 선거운동을 했다고 한다. “안리의 명함 대신입니다”라거나 “이건 제 마음입니다. 안리를 잘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덧붙이며. 심지어 “아베가 드리는 것입니다”라며 30만 엔이 든 돈봉투를 건넸다는 증언도 나왔다. 히로시마현 후추마치 의회의 시게마사 히데코 의원은 아사히신문·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가쓰유키 중의원이 “아베 총리가 주는 것”이라며 직접 현금봉투를 주기에 거절하지 못하고 받았다고 실토했다. 현직 총리가 주는 돈이라는 말에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거액의 현금을 뿌리는 선거운동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모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가쓰유키 중의원이 총리 최측근인 실세라는 이유만으로 이들 부부의 행동에 아무런 제지나 제동을 걸지 못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자 가와이 부부는 “결코 위법한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강변했다. 자신들의 결백을 검찰이 밝혀줄 것이라며 도리어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불안감은 어쩔 수 없었는지, 안리 참의원이 다량의 약물을 복용하고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가는 돌발 상황이 벌어졌다. 일부 언론에는 자살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아베 총리의 인기가 갈수록 하락하면서 불안감이 더 가중된 것으로 보인다.

6월18일 도쿄검찰 특수부는 전날인 17일 일본 국회 회기가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전격적으로 이들 부부를 체포했다. 회기 중에는 현역의원 불체포라는 특권이 있기 때문에 회기가 끝나는 바로 다음날에 체포를 감행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작정한 듯 당일에 이 두 사람의 국회의원 사무실까지 압수수색했다.

6월17일 참의원 연석회의에서 가와이 안리 의원이 퇴장하고 있다. ⓒAP연합
6월17일 참의원 연석회의에서 가와이 안리 의원이 퇴장하고 있다. ⓒAP연합

“아베 정권과 법무성, 검찰 서로 암투” 분석도

흥미로운 사실은 이들 부부 의원이 체포되기 하루 전인 6월17일에 자민당을 탈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기도 했다. 자민당으로부터 엄청난 압박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아베 총리는 체포 당일 기자회견에서 “과거 (가쓰유키를) 법무대신에 임명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국민 모두에게 사죄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구체적인 책임 방법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한편, 이번 검찰의 행동에 대해 일본 정가와 언론계에서는 뒷말이 무성하다. 왜냐하면 도쿄검찰 특수부가 하필이면 아베 총리가 개최하기로 되어 있던 기자회견 딱 3시간 전에 이들 부부를 전격 체포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아베 총리의 검사총장(검찰총장) 인사를 둘러싸고 아베 정권과 법무성, 검찰 당국이 서로 암투를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정가는 정가대로 “이제 본격적으로 아베 정권의 레임덕이 시작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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