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은퇴 성공은 ‘영어 교육 왜 이래?’로부터 출발”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20.10.1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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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무료 영어 콘텐츠로 ‘인생 2막’ 성공한 김남규 김남규외국어출판사 대표
"지금부터 준비하면 누구나 액티브 시니어 될 수 있다"
10월12일 오전 서울 용산 시사저널 사옥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는 김남규 김남규외국어출판사 대표. ⓒ시사저널 임준선
10월12일 오전 서울 용산 시사저널 사옥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는 김남규 김남규외국어출판사 대표. ⓒ시사저널 임준선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는 저명한 심리학자 버니스 뉴가튼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만든 말이다. 여러 저서에서 그는 “오늘의 노인은 어제의 노인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우리보다 은퇴시장이 더 빨리 만들어진 서구에선 액티브 시니어의 생활 패턴을 보다 밀도 있게 연구하는 일들이 한창이다. 액티브 시니어에게 영어 단어 ‘Retire’는 ‘은퇴’가 아니라, 타이어(Tire)를 갈아 끼고 인생 후반전을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Re-Tire’다.

그렇다면 행복한 노년을 만들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미국 대형 시니어 커뮤니티 기업 아버 컴퍼니는 ‘액티브 시니어란 무엇인가’라는 글에서 “액티브 시니어들은 사회적 관계를 맺는 데 적극적이며 활동적으로 사회생활을 이어나가는 세대”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일에 대한 열망도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김남규외국어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김남규 대표는 그런 면에서 진짜 ‘액티브 시니어’다.

1956년 생으로 대학(한국외대 영어과) 졸업 후 아멕스카드‧시티은행‧휠라‧코린도‧인도네시아투자조정청 등에서 직장생활을 한 김 대표는 옛 대우맨들이 주축이 돼 만든 세계경영연구원의 글로벌 청년사업가 양성과정(GYBM) 인도네시아 교육팀장을 끝마치고 2016년 창업에 나섰다.

 

즐기며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라

“은퇴 후 뭘 하며 시간을 보낼까?” 많은 예비 액티브 시니어들이 고민하는 바다. 이들에게 김 대표가 강조하는 것은 ‘본인이 재미있어 하면서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라’이다.

김 대표는 '영어교육'을 선택했다. 직장생활을 주로 외국계 기업에서 했으며, 한국계 인도네시아 기업인 코린도에 근무할 때도 해외 영업이 주 업무였기에 영어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은퇴 전이지만 그는 2011년 코린도에서 근무할 때 ‘감초동사 34 & 생생표현 2690’을 펴냈다.

최근 김 대표가 펴낸 책 《엄친아딸 초등영어 회화》 역시 영어교육과 관련된 것이다. 그는 “영어 공부는 10살 이후부터 하는 게 맞는데 지금 우리 젊은 부모들은 유치원 때부터 조기교육을 시켜 아이들이 영어도, 한국어도 잘 구사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모든 공부에 기초가 있듯 영어 역시 초등학교 때 기초를 잘 다져 놓는 게 중요한데, 정작 초등학교 때부터 문법, 독해 중심의 입시교육을 받기 때문에 대학에 가서도 영어를 제대로 구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법은 뭘까. 그는 회화의 기초가 되는 500문장을 머릿속에 암기할 것을 주문했다. 이번에 그가 펴낸 책 역시 초등생이 반드시 알아야 할 실생활에서 필요한 영어 표현법을 정리한 것이다.

 

나만의 틈새시장에서 해법을 찾아라

김 대표가 주문하는 두 번째 은퇴 전략은 ‘틈새를 찾는 일’이다. 인도네시아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경험을 살려 그는 현지에서 영어·인도네시아어·한국어 700문장을 정리한 책을 펴냈다. 인도네시아 최대 출판사 그라미디어(Gramedia)에서 출간된 이 책은 외국인 저자가 쓴 책으론 이례적으로 총 3쇄, 1만부 가까이 팔렸다.

은퇴 후 1인 출판사라는 꿈을 꾸게 된 것도 이 책의 성공이 큰 밑거름이 됐다. 출판사를 연 후 출간한 책은 모두 다 확실한 틈새시장을 갖고 있다. 2017년 출간된 《김남규의 골프영어》는 골프관련 표현법을 정리한 책으로 지금도 꾸준히 팔리고 있다. 《김남규의 직장종합영어-초급, 중급》은 30년 넘게 한 직장생활의 경험을 살려 실전에 꼭 필요한 것만 정리해둔 책이다. 지난해 펴낸 《99단 영어회화 33일에 정복하기》와 올해 출간한 《여행 인도네시아어와 영어 30일에 정복하기》 역시 타깃층이 분명하다.

 

개인의 이익보다 사회에 도움을

그의 세 번째 은퇴성공 노하우는 ‘공익 우선’이다. 사자성어로 풀이하면 ‘멸사봉공’(滅私奉公)이다. 개인의 이익을 전혀 생각하지 않을 순 없지만, 가급적 공익을 위해 일하는 걸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튜브에 ‘김남규의 골프영어’를 개설한 것이나, 영어 교육 대중화를 위해 자신이 정리한 콘텐츠를 홈페이지(www.buffetenglish.com)에 공개한 것도 이런 생각에서 비롯됐다. ‘골라먹는 영어, 뷔페 잉글리시’는 별도의 회원가입 절차 없이 누구나 무료로 김 대표가 만든 영어 교육 콘텐츠(37개 카테고리 1500쪽 PDF 파일)를 다운로드할 수 있다.

김남규외국어출판사의 '골라먹는 영어뷔페' 캡쳐
김남규외국어출판사의 '골라먹는 영어뷔페' 캡쳐

그는 “지금 시중에 나와 있는 영어 교재들은 실생활에서 그다지 많이 쓰지 않는 표현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내 책에서는 실생활에서 정말 꼭 필요한 표현들만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지금도 매일 2시간 이상씩 외화와 미국‧영국드라마를 빠짐없이 챙겨본다. 작품을 보면서 중요한 표현이 나오면 어김없이 메모를 해뒀다가 교재에 집어넣는다. 그렇기에 그의 책에 적힌 말들은 모두가 신세대 언어며 최신 영어표현이다.

 

“유학파 아니어도 최신 영어 표현만큼은 자신있다”

은퇴 이후 집에서 쉬지 않고 현역보다 바쁘게 살아가는 것은 부친의 영향이 컸다. 부친인 김기일 선생은 우리나이로 80세인 지난 2004년 단국대 식품영양학과에서 이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오랜만에 한국으로 휴가를 오면 아버님께선 언제나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계셨다. 내가 여생을 오지 농어촌을 돌며 노인 및 어린이들에게 무료로 영어 교육에 나설 꿈을 갖게 된 것도 부친의 이런 노력 때문”이라고 밝혔다.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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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외국 유학도, 석사 이상의 학위도 없다. 단순히 영어가 좋아 대학 입학부터 40년 넘게 꾸준히 공부했고, 지금은 여러 언론매체에 기고하며 실력을 꾸준히 연마 중이다. 그가 써내려가는 영어 표현에는 자신이 경험한 금융‧건설‧카드‧제지‧풍력에너지‧장학사업‧투자자문업 등을 통해 쌓은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남규의 직장영어’도 지난 2년간 시사저널 온라인판(www.sisajournal.com)에 한 주도 빠짐없이 연재 중이다. 그는 “영어만 잘하면 우리나라는 G7(선진 7개국)이 아니라 G5(선진 5개국)도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이번에 펴낸 《엄친아딸 초등영어 회화》 첫 장에는 다음과 같은 글이 실려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누군가는 해야만 하는 것을, 내가 해내서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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