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미래가 다 부족한 국민의힘”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20.11.03 10:00
  • 호수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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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야당 지지율 좀처럼 30% 넘기지 못하는 이유
“김종인 탓” “영남 중진 탓” 여전히 구태 반복

대통령 임기 4년 차도 거의 막바지인 지금, 정치권에선 흔히 이 시기를 ‘야당의 시간’이라 부른다. 정권의 권력 누수가 발생하고 정권 심판론에 여론의 무게가 실리면서, 야당이 비로소 정국 주도권을 쥘 적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야당은 여전히 잘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법무부-검찰 갈등,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정부·여당의 악재가 계속되는데도 야당의 지지세는 오르지 않는다. 야당이 가장 활약할 수 있는 국정감사 기간에 지지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상황이 이러니 당내에서도 “180석 여당 독주에 막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변명만 반복해선 안 된다는 위기론이 퍼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복수의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좀처럼 2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올해 들어 지지율 30% 벽을 돌파한 적이 한 번도 없다. 꾸준히 30~40%대를 유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을 당연히 한 번도 넘어서지 못했다. 그마저도 한때 20%대 후반까지 오르면서 좁혀졌던 여야 격차는 10월 들어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져 지금은 민주당의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또 다른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결과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오차범위 내로 앞선 건 지난 8월 둘째 주 딱 한 차례뿐이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꾸려진 지난 6월 전과 후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지지율 변화는 발견할 수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시사저널 포토

“김종인, 당 의원들과의 토론 전혀 없다”

제1야당의 위기 원인에 대해 당 전·현직 의원과 관계자, 정치평론가, 여론조사 전문가 등 10명의 진단을 들었다. 이들의 분석은 제각각이었다. 우선 김종인 위원장에게 책임의 화살을 돌리는 이들이 밝힌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독단적 리더십’과 ‘어설픈 좌클릭’. 김 위원장의 독주에 영남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커지면서 당이 분열하고 있다는 것이다. 삐걱거리는 당에 지지세가 모일 리 없고, 당의 구심점은 오히려 원외 인사들의 모임으로 점점 이동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최근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주도해 만든 이른바 ‘마포포럼’이 인물 물색 등 선거 준비에서 사실상 당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종인 체제가 들어설 때부터 지속적으로 비판해 온 3선의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은 “비대위가 혼자 알아서 할 거면 알아서 잘하든가, 알아서 못할 것 같으면 당 의원들하고 소통해 가며 보궐선거나 대선의 전략을 짜든가 해야 하는데 그게 전혀 안 되고 있다. 선거뿐 아니라 당무 전반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과 비대위원들이 의원총회에 참석도 안 한다. 의총에서 사실 주요한 당무가 토론되는데, 가끔 참석해도 인사만 하고 퇴장해 버리니 전혀 대화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3선 출신의 여상규 전 의원은 김 위원장의 방향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여 전 의원은 현재 마포포럼에 동참하고 있는 인사 중 하나다. 그는 “당의 ‘얼굴’이 나와야 비로소 당이 산다. 대선까지 우리 당을 끌고 갈 수 있는 인물이 나오고, 그의 국정 철학이 국민에게 어필돼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나 주호영 원내대표가 확실한 당의 정체성을 만들어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다. 당색이 오히려 더 모호해졌다”고 평가했다. 복당을 희망하고 있는 홍준표 무소속 의원 또한 자신의 SNS 등을 통해 “(김 위원장이) 죽도 밥도 아닌 중도 좌클릭과 무기력한 원내 투쟁으로 집토끼도 달아나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며 이와 맥을 같이하는 공세를 펼치고 있다.

내년 서울시장이나 이후 대선후보에 도전장을 던지는 인물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 것을 두고도 역시 인물을 키워주는 데 인색한 김 위원장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무성 전 대표와 마포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3선 출신 강석호 전 의원은 “김 위원장은 피아 구분이 아주 명확한 사람이다. 자기가 싫으면 무조건 싫은 거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마땅히 같이해야 할 사람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선을 그어버리고, 그렇다고 누구든 선거에 나설 수 있도록 당내에서 운동장도 제대로 마련해 주지 못하고 있으니 문제”라고 말했다.

장예찬 시사평론가도 비슷하게 평가했다. 장 평론가는 “김 위원장이 오른쪽으로 기운 당을 중간으로 옮기려 한 시도 등 당의 기틀을 새로 잡는 데는 성공했다고 본다. 문제는 그 후에 여러 인물을 띄워 수권정당 가능성을 보여줬어야 동력이 실렸을 텐데, 그가 보는 눈이 워낙 높은 게 문제다. ‘이 후보는 이래서 모자라고 저 후보는 저래서 안 되고’ 하는 게 너무 강하다. 꼭 새로운 인물에 집착하기보다, 기존 인물이 재조명될 기회를 주는 것도 김 위원장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인데 이 점에 인색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김 위원장 본인이 대선 출마 욕심이 있어 인물 물색에 소홀한 거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김 위원장 측근들에 따르면, 현재로선 김 위원장 자신은 나이도 많고 주자로 직접 뛰긴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어차피 나갈 사람이니 버티자는 생각 파다”

이들은 김 위원장을 비판하면서도 그의 임기인 내년 4월 보궐선거까진 별 도리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조경태 의원 등 일부에선 조기 전당대회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대부분 섣불리 행동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된다. 조해진 의원은 “이대로라면 내년 4월 선거에서 또 지는 것 아니냐는 염려가 당내에 퍼지고 있다. 비대위를 조기 강판시키고 당 지도부를 새로 뽑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면서 골든타임만 계속 까먹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이 없어 지도부에 질질 끌려만 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당 의원실 관계자 역시 “보궐선거를 6개월 앞둔 지금, 비대위를 끌어내리고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자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당내 갈등만 더 부각돼 선거도 위험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강석호 전 의원 역시 “굳이 안 나서겠다는 사람(김 위원장)을 데리고 와서는 또 그 사람을 흔들어버리고 있다. 우리 당엔 대장이 너무 많다”고 꼬집었다.

현재로선 김 위원장 리더십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갈수록 심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김 위원장은 ‘모두 내 말을 따르라’는 식이지, 결코 소통하고 수렴해 나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금과 같이 대립하다 보면 김 위원장은 돌연 사퇴하겠다며 집으로 들어가버릴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럼 주호영 원내대표가 모시러 갈 거고 김 위원장은 또 못 이기는 척 나오고 이런 모습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한편 지금 당의 위기엔 김 위원장보다, 그를 흔드는 당  내 의원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보궐선거 전에 새 지도부를 꾸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일단 김종인 체제에 힘을 모아주는 게 다 같이 살길이라는 것이다.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민현주 전 의원은 “지금은 당 지지율이 이렇게 나오는 게 당연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민 전 의원은 “정부·여당이 이렇게 못하고 있는데도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당 지도부도 큰 문제지만, 현역 의원들도 별 대안이 없으면서 지도부 흔들기만 계속하고 있다. 어느 국민이 신뢰를 주겠나”라고 지적했다.

당 정체성을 흐렸다고 일각에서 비판하는 김 위원장의 좌클릭 행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계속 힘이 실렸다면 당세를 키우는 효과가 나타났을 텐데, 이를 당 의원들이 뒷받침해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청년 정치인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김 위원장의 역사관이나 경제관이 당 주요 지지세력과 상충하는 지점이 있지만, 좀 더 합리적이고 젊게 당으로 변화시키려는 시도였다고 평가한다. 반면 의원들은 김 위원장을 곧 물러날 권력으로 여기고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정치를 이어나가려 한다. 특히 중진 의원들은 당내 분위기가 급변하는 걸 원치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당이 여전히 수구적인 성향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이번에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던) 이헌 변호사를 공수처 추천위원으로 낸 것도 그렇고, 국민에게 정서적 거부감을 주고 있는 부분을 과감하게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이런 면모를 없애려 했던 건데 내부 구성원들은 반대하며 오히려 김 위원장을 향해 ‘보수를 어디로 끌고 가는 거냐’고 맞서고 있지 않나. 그게 국민의힘의 한계”라고 지적했다.

이준한 교수 역시 “김 위원장이 눈에 띄는 메시지를 내긴 냈지만 전부 자기 목소리로만 나오지 않았나. 당에서 총론을 모아 내는 모습을 보였으면 파괴력이 더 있었을 텐데, 김 위원장과 영남 지역구 의원들의 얘기가 너무 다르다. 어차피 시간 지나면 나갈 사람이니까 좀 버티자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스로 잘해 지지율 올린 적 한 번도 없다”

국민의힘이 마의 지지율 30% 벽을 뚫을 방법은 무엇일까. 결국 답은 하나로 귀결됐다. 정부·여당의 계속된 패착 가운데서도 보여주지 못했던 ‘대안 정당’으로서의 변화다. 이동수 대표는 “당이 쇄신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체감할 만한 변화는 없었다. 오히려 국민의 뇌리에는 총선 당시 막말이 아직 더 깊게 남아 있을 것이다. 정부 실정에 따른 지지율 이삭줍기만 할 게 아니라 이젠 스스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한 교수도 “지지율을 담을 그릇이 만들어져 있어야 하는데, 이때 그릇이란 반대 여론이나 부동층을 담을 수 있는 정책이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지금까진 뭐 하나 대안으로 제시돼 국민의 지지를 받은 적이 없다. 정당으로서 역할을 못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당 지지율이 반짝 두 번 오른 게 지난해 9월 조국 사태와 지난 8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때다. 둘 다 국민의힘이 무슨 역할을 해서 지지세가 오른 게 아니었다. 현 정권 3년 반 동안 야당이 야당 역할을 잘해서 좋은 평가를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는 얘기”라고 분석했다.

그보다 좀 더 궁극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바로 아직 풀지 못한 ‘탄핵’에 대한 분명한 인정, 탄핵 반대 세력과의 확실한 단절이 그것이다. 이를 제대로 풀어야 비로소 중도층이 국민의힘에 시선을 보낼 것이란 지적이다. 앞서 언급한 여론조사기관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분석한다. “지금 지지율 고전은 결코 김종인 체제가 들어온 이후 현상만으로 분석할 수 없다. 탄핵 이후 지속된 상태다. 탄핵 후 떨어져 나간 우파 지지층이 아직 다 돌아오지 않은 거다. 이 당은 탄핵의 강을 건너느니 마느니로 2년을 허비했다. 대단한 인물이 나와 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준다면 모르겠지만, 마땅한 차기 대선주자 하나도 아직 없다. 지금 국민의힘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다 부족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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