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독주’에 무기력한 국민의힘…쟁점법안 단 3건 남았다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20.12.09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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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공수처에 주력한 사이…경제3법‧경찰법 등 쟁점법안 통과
9일 열린 본회의 ⓒ 시사저널 박은숙
9일 열린 본회의 ⓒ 시사저널 박은숙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9일 거대 여당의 위력을 모두가 실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주요 입법과제로 추진한 경제 3법(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과 경찰개혁법 등을 모두 통과시켰다.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신청으로 처리가 미뤄진 쟁점법안은 단 3건이다. 민주당은 오는 10일 임시국회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나머지 현안도 계획대로 입법 수순을 밟겠다는 계획이다. 

국회는 이날 오후 3시 본회의를 열고 이러한 법안을 포함한 114개 안건을 일괄 처리했다. 여야 원내대표들이 본회의 직전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긴급 회동을 갖고 비쟁점 법안부터 우선 상정해 의결하기로 하면서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신청한 △공수처법 개정안 △국가정보원법 개정안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등 3건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들은 의결 처리됐다.

 

공수처법에 관심 쏠린 사이 경제3법‧노동관계법 통과

이날 본회의에서 상법 개정안이 가장 먼저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공정경제 3법’ 처리의 포문을 열었다. 상법 개정안은 상장회사가 이사 선임시 일반 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을 담당할 이사를 분리해 선임하도록 하고, 이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초 정부가 제안한 원안은 사외이사 여부에 상관없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한 것이었지만, 경제계의 우려를 고려해 일부 완화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는 대신 대기업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도록 했다. 또 일반지주회사가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을 소유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안전장치를 마련해 경제력 집중 및 편법승계의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하도록 했다.

삼성, 현대차 등 자산 5조원 이상 비(非)지주 금융그룹을 감독 대상으로 지정해 감독하도록 한 금융복합기업집단감독법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로써 정부‧여당이 공정경제3법으로 묶어 중점 추진해 온 3개 법안이 모두 본회의를 통과했다.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정기회에서 여당과 야당의 합의가 되지않은 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가 김상희 국회부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382회 국회 정기회에서 여당과 야당의 합의가 되지않은 법안이 상정되자 국민의힘 김성원 원내수석부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원내수석부대표가 김상희 국회부의장과 대화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나뉘고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설치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경찰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개정안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비대화를 개선하기 위한 경찰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상시국회 체제를 도입하는 이른바 ‘일하는 국회법’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법 개정안은 매년 3월과 5월에도 임시국회를 추가적으로 열도록 했으며 상임위 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또한 국회의원의 상임위 회의 출석률도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했다.

아울러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비준과 관련해, 해고자도 노동조합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노동조합법과 공무원 노조법, 교원노조법 개정안도 국회를 통과했다. 택배노동자 등 14개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 직종의 고용보험·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을 확대하기 위한 법안(고용보험법·산업재해보상보험법·징수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또 세월호 참사와 가습기살균제 진상 규명을 위한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활동 기간을 1년 6개월 더 연장하는 사참법(사회적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도 이날 통과했다. 위원 정원은 120명 현행을 유지했으며 위원회 활동 기한 동안에는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5·18 민주화 운동에 대한 허위사실해 명예훼손을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이른바 ‘5·18 왜곡 처벌법’도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밖에 민생 경제와 관련된 법안들도 잇따라 국회 문턱을 넘었다. 실수로 다른 계좌로 돈을 보내도 예금보험공사를 통해 반환받을 수 있게 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이나,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의 재산세율을 내년부터 3년 동안 0.05% 내리기로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 등이 통과됐다.

조두순 같은 아동 성범죄자가 출소한 뒤 전자장치를 부착한 채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것을 막기 위해 외출·접근금지 명령을 내려 행동반경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전자장치 부착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도 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하고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가 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를 하고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제한 있는 ‘무제한 토론’…무기력한 국민의힘

한편 국민의힘은 비쟁점 법안 처리가 이뤄진 직후 공수처법 개정안에 대한 필리버스터에 나설 계획이다. 첫 주자는 4선인 김기현 의원이다. 다만 공수처법 개정안 필리버스터는 이날 자정에 종료된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 중 해당 회기가 끝나는 경우 무제한 토론이 종결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당초 국민의힘은 본회의에 오른 모든 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는 방침을 정했으나, 5‧18 특별법과 사참법 개정안까지 포함해 5개 법안에 토론을 신청했고 이후 쟁점 법안 3개로 다시 좁혔다. 수적 열세로 인해 현실적으로 민주당의 독주를 막을 수 없는 만큼, 핵심 쟁점 법안의 처리를 효율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민주당은 계획대로 10일 임시국회를 소집해 공수처법을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나머지 필리버스터 대상인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과 국가정보원법 전부개정안은 하루에 한 건씩 순차적으로 처리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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