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말레이시아와 국교 단절 선언…“주범 美도 대가 치를 것”
  • 김수현 디지털팀 기자 (sisa2@sisajournal.com)
  • 승인 2021.03.19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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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위반 北주민 미국 송환에 반발…“범죄자로 매도해 강압적 인도”
지난 16일 한미연합훈련 비난 담화 관련 내용을 보도하는 조선중앙TV 화면 캡처ⓒ연합뉴스
지난 16일 한·미 연합훈련 비난 담화 관련 내용을 보도하는 조선중앙TV ⓒ연합뉴스

말레이시아가 북한 사업가를 미국에 인도한 것과 관련해 북한이 말레이시아와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하고 미국에도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미 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이번 사건이 양국 관계에 또 다른 악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북한 외무성은 19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낸 성명에서 “17일 말레이시아 당국은 무고한 우리 공민을 범죄자로 매도하여 끝끝내 미국에 강압적으로 인도하는 용납 못 할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며 “특대형 적대 행위를 감행한 말레이시아와의 외교 관계를 단절한다는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미국에 인도된 인물은 문철명(56)씨로, 앞서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19년 5월 대북제재를 위반하고 돈세탁을 한 문 씨의 신병 인도를 말레이시아에 요청한 바 있다. 문씨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말레이시아 법원은 같은해 12월 인도를 승인했고, 말레이시아 대법원은 이달 초 신병 인도 거부를 요청한 문씨의 상고를 기각해 이를 확정했다.

외무성은 “문제의 우리 공민으로 말하면 다년간 싱가포르에서 합법적인 대외무역 활동에 종사해온 일꾼으로서 그 무슨 ‘불법자금세척’에 관여하였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날조이고 완전한 모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우리 공화국을 고립 압살하려는 미국의 극악무도한 적대시 책동과 말레이시아 당국의 친미 굴욕이 빚어낸 반공화국 음모 결탁의 직접적 산물”이라고 비난했다. 또 “쌍방 사이에 초래될 모든 후과에 대한 책임은 말레이시아 당국이 전적으로 지게 될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배후조종자·주범인 미국도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과 1973년에 수교해 가깝게 지냈으나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암살당한 뒤 양국은 상대국 대사를 맞추방했다. 이 때 평양 주재 말레이시아 대사관이 문을 닫았다.

이후 양국이 관계 정상화를 위해 2019년 10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18차 비동맹운동(NAM) 회의에 참석한 당시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만났으나 지난해 말레이시아 총리가 바뀌고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답보 상태인 가운데 문씨 미국 송환으로 외교관계가 끊어졌다.

외무성의 이번 성명은 북한이 미국의 접촉 시도를 받아들이지 않은 가운데 미국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방한해 핵위협과 인권 문제를 거론한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대화 재개에도 악재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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