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가 있어 한국의 올림픽 ‘톱10’은 계속된다
  • 김양희 한겨레신문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21.07.21 08:00
  • 호수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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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스포츠 즐기는 신나는 10대들의 도전 무대
종합 10~15위 목표 하향에도 ‘깜짝 스타’ 등장 기대

2020 도쿄올림픽이 7월23일 시작된다. 1년 지각 개막이다. 그래도 ‘2020’이라는 타이틀은 바뀌지 않았다. 2021년에 열리는 올림픽이지만 이미 마케팅 물품 등이 제작된 상태여서 저작권 문제 때문에 ‘2021 도쿄올림픽’이 될 수는 없었다. 앞서 끝난 유럽축구챔피언십 표기도 ‘유로 2020’이었다.

한국은 종합순위 10~15위를 목표로 한다. 앞서 2012 런던올림픽 때는 종합 5위(금메달 13개·이하 금메달 수 기준), 2016 리우올림픽 때는 종합 8위(9개)의 성적을 올렸다. 2008 베이징올림픽 때도 종합 7위(13개)였는데 이번엔 목표가 대폭 하향됐다. 금메달 목표도 6~7개뿐이다. 한국이 올림픽 톱10에 들지 못하면 2000 시드니올림픽(종합 12위) 이후 21년 만의 일이 된다.

목표 하향의 이유가 있다. 코로나19로 국내외 대회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선수들의 경기 감각이 많이 떨어졌다. 경기장 폐쇄 등이 이어지면서 훈련량도 부족했다. 전통의 한국 메달 종목인 유도에서도 절대 약세가 예상된다. 유도 종주국 일본에서 열리는 대회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지난 대회인 리우올림픽 때 양궁 전 종목(남녀 개인·단체전 등 4개)을 휩쓸고 태권도(김소휘, 오혜리), 펜싱(박상영), 골프(박인비), 사격(진종오)에서 금메달을 보탰다. 이번 대회에서 확실한 금메달 종목은 양궁 정도다. 양궁은 혼성경기가 추가돼 모두 5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양궁 외에 국기인 태권도, 세계 1위 오상욱이 버티는 펜싱 사브르, 그리고 LPGA 무대를 누비는 박인비·고진영·김세영·김효주가 나서는 여자골프 등에서 금빛 행보를 바라고 있다.

물론 리우올림픽 때 박상영(펜싱 에페)처럼 ‘깜짝’ 금메달의 주인공은 얼마든지 탄생할 수 있다. 스포츠 세계는 항상 예측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스포츠 시계가 더디게 흘렀던 지난 1년여를 생각해 보면 다크호스 등장의 여지는 많다. 서로 실력을 잘 모르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당일 컨디션이나 대진운에 따라 메달 색깔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기성세대와 달리 스포츠를 제대로 즐길 줄 알면서 준수한 성적까지 내고 있는 Z세대라면 더욱 그렇다.

여서정 체조선수·서채현 암벽등반선수·황선우 수영선수·신유빈 탁구선수ⓒ연합뉴스·뉴시스

목표는 금메달 7개지만…여서정·서채현 추가 가능성 커

가장 눈길을 끄는 Z세대 선수는 체조 여서정(19)이다. 그의 아버지가 1996 애틀랜타올림픽 도마 은메달리스트 여홍철 경희대 교수이기 때문이다. 여서정 또한 도마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는데 어머니 김채은 코치의 주 종목 또한 도마다. 여서정은 이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도마 금메달을 목에 걸었고, 올림픽은 이번이 첫 도전이다. 오롯이 훈련에 집중하기 위해 대학 진학까지 미뤘다.

여서정은 자신의 이름을 딴 ‘여서정’ 기술을 갖고 있다. 도마를 짚은 다음 공중에서 2바퀴를 비틀어 돌아 착지하는 난도 6.2의 어려운 기술이다. ‘여서정’만 성공한다면 2016 리우올림픽에 이어 이번에도 체조 다관왕을 노리는 시몬 바일스(미국)에게 맞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홍철 교수는 KBS 체조 해설위원으로 딸 응원에 나선다.

서채현(18)은 암벽등반에서 세계 최고 ‘스파이더 걸’에 도전한다. 도쿄올림픽에서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클라이밍(암벽타기) 스포츠는 리드(높이), 볼더링(전략), 스피드(속도) 3종목을 합산해 순위를 매긴다. 각 종목 순위를 곱해 포인트가 낮은 선수가 우승한다. 예를 들어 리드 1위, 볼더링 3위, 스피드 4위를 할 경우 12포인트(1×3×4)가 선수의 점수가 된다.

7세 때부터 부모와 함께 암벽등반을 해서 높이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이 서채현의 최대 강점이다. 클라이밍 성인 무대에 데뷔(2019년)하자마자 단박에 리드 부문 세계 1위에 오를 수 있던 원동력이다. 반면 나이가 어려 스피드가 떨어지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서채현은 리드에서는 무조건 1위, 볼더링은 중간 이상, 그리고 제일 약점인 스피드에서 최대한 시간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암벽타기로 손가락 지문이 다 닳은 18세 여고생은 학교 성적도 최상위권이다.

 

수영 신동 황선우, 탁구 천재 신유빈도 눈길

황선우(18)는 ‘마린보이’ 박태환 이후 오랜만에 한국 수영계에 등장한 신동이다. 지난해 경영 국가대표 선발전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서 박태환을 넘어서는 한국신기록(48초25)을 세웠고, 자유형 200m에서는 한국 선수 최초로 주니어 세계신기록(1분45초92)까지 갈아치웠다. 지난 5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1분44초96으로 기록을 단축했다. 코로나19로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해 세계 수준에 얼마만큼 근접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경쟁력은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선우는 키 186cm에 몸무게 72kg, 그리고 팔 너비(윙 스팬) 193cm로 수영에 아주 적합한 신체조건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평소 수영 동영상을 찾아볼 정도로 성실한 노력파다. 여자배구 대표팀의 김연경과 함께 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한국 선수단 기수로 나선다. 그만큼 차세대 스포츠 스타로 인정받았다고 하겠다.

톡톡 튀는 Z세대 선수라면 탁구의 신유빈(17)도 빼놓을 수 없다. 신유빈의 아버지(신수현)도 탁구선수 출신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대학생 선수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던 신유빈은 국내 탁구 ‘최연소’ 기록은 전부 깨고 있다. 2019년 역대 최연소 나이(만 14세 11개월 16일)로 태극마크를 달았고 이번에 한국 탁구 최연소 나이(만 17세)로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된다.

신유빈은 지난해 고교 진학 대신 대한항공 실업팀 입단을 택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메달을 따고 싶은 이유도 “이 재미있는 운동(탁구)을 나만 하기 아쉬워서”라고 말한다. 신유빈은 BTS(방탄소년단)의 열렬한 팬(아미)으로 이번 올림픽에서는 《쩔어》(‘대단해’라는 뜻의 속어)라는 곡을 듣기로 했다.

여서정, 서채현, 황선우 그리고 신유빈. 이들은 도쿄올림픽 때 각기 다른 종목에 출전하지만 해당 종목을 좋아하고 즐기던 부모 덕에 일찍 스포츠를 접했던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리고 해당 스포츠가 “너무 재미있다”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느끼는 재미만큼이나 승부욕 또한 강하다. 2000년 이후 태어난 이들이 이들만의 방식으로 펼치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는 7월23일부터 8월8일까지 안방에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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