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단독인터뷰③] “언론중재법 할 테면 해라, 국민이 용서 안 할 것” 
  • 김종일·이원석·구민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1.09.03 14:00
  • 호수 1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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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정책’ 심층 인터뷰…탄소중립부터 일자리까지
“文 정부 방역체계, ‘자영업자들만 죽으세요’라는 것”

6월29일 대선 출마선언 후 약 두 달, 물음표였던 ‘윤석열의 정책’이 하나씩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8월29일 규제 완화와 대규모 공급을 내세운 부동산 1호 공약을 발표했다. 앞서 코로나19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빈곤과의 전쟁’도 선포했다. 출마선언문에 담았던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비판 역시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여당이 밀어붙이는 언론중재법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날을 세우며 맞섰다. 

시사저널은 9월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를 만나 ‘윤석열 정책’에 대해 자세히 물었다. 90분간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부동산부터 일자리, 탄소중립, 외교 등 주요 분야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가감 없이 밝혔다. 

ⓒ시사저널 박은숙

가장 뜨거운 현안부터 묻자. 최근 여당이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언론중재법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은. 

“언론중재법은 자유민주주의 뿌리를 흔드는 악법이다. 언론중재법도, 검찰 개혁도 마찬가지다. 결국 남이 잘못한 건 친여(親與) 매체를 동원해 맹공격하고, 자신들이 잘못한 건 드러나지 않게 하겠다는 속셈이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그들이 원하는 집권 연장, 장기집권은 오히려 더욱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 같은 위헌적인 행태가 나라에 쉽게 도입되면 국가가 제대로 발전할 수 없다. 언론중재법, 할 테면 해보라.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일각에선 언론중재법을 반대하는 논리와 부인 김건희씨 의혹을 보도한 매체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것이 모순된다고 지적한다.

“그게 왜 모순되는 일인가. 지금까지 저나 가족의 명예가 훼손돼 소송을 걸었으면 아마 10만 건 이상은 됐을 것이다. 그런데 한 번도 안 했다. 그저 무시해 왔는데, 이젠 제 개인 문제가 아닌 국민 전체의 관심과 공익에 관한 문제가 됐기에 불가피하게 고발하는 것이다. 사실 법적 조치를 해서 저나 우리 가족에 무엇이 남겠나.”

출마선언 당시부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을 비판해 왔다. 탈원전을 포함한 윤석열의 에너지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에너지 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보면 탄소중립이라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 이론적으로는 화석연료나 원전을 다 없애고 그야말로 친환경 신재생 에너지만 가져가면 좋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방향은 당장 가능하지 않다. 원전을 셧다운(폐쇄) 하려면 전문가들을 통해 안전성 등 여러 검증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이런 과정을 거쳐 결정되지 않았다. 탈원전을 외친 것은 그저 태양광 사업에 자금지원을 해주려 했던 것은 아닌가. 그 과정에서 누구에게 어떤 특혜를 줬는지도 나중에 드러날 것이다.”

비전발표회에서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어떤 맥락과 고민에서 나온 건가.

“정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뭔가.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국민을 보호하는 일이다. 이 역할을 못 하면 정부는 존재 이유가 없다. 지금 코로나19 상황은 취약계층에겐 집중적으로 폭탄이 떨어지는 전쟁과도 같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겐 그야말로 ‘경제 전쟁’이다. 이들이 얼마나 힘든지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하니까 재난지원금을 보편적으로 지원한다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만약 알면서도 이런 정책을 펴는 것이라면 정말 나쁜 사람들이다. 모른다면 정말 무능하고 무책임한 것이다.”

재난지원금과 피해보상 등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선별적으로 두텁게 지원해야 한다는 논리인가.

“그렇다. 그분들부터 살려야 하지 않겠나. 지금 폐업을 하고 싶어도 대출금 때문에 가게 문을 닫지 못하고, 사채까지 얻으며 버티는 이들이 많다. 방역체계도 더 과학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지금처럼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를 장기간 끌고 가는 건 문제가 많다. 그에 따른 보상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지금은 그저 ‘당신들만 죽으세요’라는 것과 같다.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대형마트는 마음대로 다니게 두면서 자신들에게만 제한을 두는 건 불공정한 방역수칙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서 국가 재정은 어떻게 운용돼야 한다고 보나.

“적극적인 재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전혀 문제가 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재정을 퍼주진 말아야 한다. 필요한 곳에 제대로 제때 줘야 한다. 재정을 좀 더 스마트하고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팔짱을 끼고 고심하며) 어려운 문제다. 좀 더 종합적이고 유기적으로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확실한 것은 문재인 정부처럼 재정으로 단기 일자리를 만들어 ‘일자리 몇 개가 생겼다’고 내세우는 방식은 오히려 경제를 죽이는 길이라는 점이다.” 

복안이 있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업무는 ‘완전 고용’을 달성하는 것이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국민이 전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국가의 정책 목표라고 배웠다. 지난 8월31일 충북 오송 바이오 단지를 방문했을 때 인상적인 점이 있었다. 이곳에서 진행하는 3주짜리 교육 프로그램을 거치면 80~90%는 양질의 일자리를 얻는다는 것이다. 사실 기업들도 인재에 대한 수요가 있다. 그러나 이에 부응하는 인력 창출이 안 되고 있다. 이러한 ‘미스매치’는 교육과 연계해 해결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는 전반적인 규제의 완화와 혁신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다.”

윤석열 후보가 8월2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국민 약속 비전발표 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어떻게 보나.

“일자리 사이에서의 공정성도 중요하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같은 식으로 접근하면 지금처럼 그 안에서 또 다른 불공정이 발생할 수 있다. 노동시장 내 임금근로자들 사이에 서로 형평성이 맞아야 한다.”

집값 폭등의 원인을 무엇이라고 진단하나. 그리고 그에 대한 복안은 무엇인가.

“정부가 공급을 늘리는 것이 최우선이다. 집이 부족하면 집을 지어야 한다. 쉽게 생각해야 한다. 오래되고 낡은 집에 들어가 살라고 하면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겠나. 과거 지방에서 검사 생활을 할 당시, 지은 지 20년도 넘은 관사에 배정되면 정말 싫었다. 새롭고 쾌적한 집을 꾸준히 공급해 줘야 한다. 이 경우엔 국가가 어느 정도 개입해도 된다고 생각한다. 민간이 공급에 나서면 아무래도 이윤이 붙게 되니, 국가가 나서서 이익을 남기지 않고 원가로 집을 지어 지속적으로 공급해야 한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공개한 부동산 투기 의혹 결과는 어떻게 봤나. 캠프 소속 의원 5명이 명단에 포함돼 있었고 그중 4명이 캠프 보직에서 사퇴했는데.

“이번 권익위 조사는 기본적으로 지난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 때문에 이뤄진 것이다. LH 임직원들이 내부정보를 이용해 LH가 개발하는 지역에 땅을 사고 불법적으로 차익을 얻은 사건이다. 당시 정치인 연루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여야가 특검에 합의했다. 그런데 특검은 하지 않고, 수사권도 없는 권익위의 임의조사가 시작됐다. 의혹이 나오면 특검을 통해 철저히 수사해야 하는데, 여당에서 이를 피하려고 권익위에 조사를 맡긴 것이다. 지금은 그저 인민재판 하듯 정치적으로 들고일어나 여론을 자극하고만 있다. 여당도 권익위 결과에서 밝혀진 문제의 의원들이 대부분 주요 후보 캠프에서 핵심적 위치에 앉아있다. 그러면서 4명이 곧장 책임지고 보직에서 물러난 우리 캠프를 ‘투기 캠프’라고 공격하고 있다. 일부에선 ‘공정과 상식을 모토로 한 윤석열 캠프에서 이럴 수 있느냐’고 하는데, 시간을 충분히 두고 당사자들의 소명을 들은 후 적법 절차에 따라 조치하는 것이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되면 남북 정상회담에 나설 용의가 있나.

“필요하면 북한과 정상회담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외교는 오로지 국익을 우선해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국내 정치에 외교를 활용해선 안 된다. 국내 선거나 진영 논리 등에 외교 문제를 끌어들이거나 활용하기 시작하면 금세 방향을 잃게 된다.”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차별금지법에 대해선 어떤 입장인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과 같이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라면 (직원 채용 혹은 해고 등에서) 차별금지법이 명시한 대로 행하도록 하는 게 맞다. 그러나 사용자나 고용주가 개인, 즉 민간의 영역이라면 그들의 자유 또한 존중돼야 한다. 이들에게까지 차별금지법으로 강제하려면, 지금보다는 좀 더 사회적인 합의를 통한 보편적 공감대를 마련해야 한다.”

동성혼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이 또한 마찬가지다. 혼인은 두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법률적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해 줘야 하는 건 맞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에 영향을 미칠 경우 섣불리 밀어붙여선 안 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주장했던 여성가족부와 통일부 폐지론엔 동의하나.

“그간 두 부처의 운영이 국민의 기대 수준에 미달했기 때문에 폐지론이 등장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부처든 고유의 헌법상 기능이 있다. 이들 부처가 가진 본질적인 역할은 어차피 정부가 계속 챙기며 해나가야 할 것들이다. 성평등을 위한 업무도 계속 필요하고, 통일을 전담할 조직도 어쨌든 존재해야 하지 않겠나. 따라서 폐지보다는 이들이 제 일을 더 잘할 수 있게 정부 조직을 개편하거나 규모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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