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광주경선, ‘明’ 말문 막혔고 ‘洛’ 소리 질렀다
  •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sisa610@sisajournal.com)
  • 승인 2021.09.25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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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광주·전남경선 이모저모] 지지자 수천명 몰려 장외전 ‘후끈’
광주 DJ센터서 후보별 부스 설치 세 과시…지지자들 열띤 응원전
”불의의 일격 안타까워“ 탄식 vs ”역전 드라마 불씨 살려“ 안도
9월 25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대선 광주·전남 지역 경선 합동연설회가 열린 광주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DJ센터) 광장에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장외전도 후끈 달아올랐다. ⓒ시사저널 정성환
9월 25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대선 광주·전남 지역 경선 합동연설회가 열린 광주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DJ센터) 광장에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장외전도 후끈 달아올랐다. ⓒ시사저널 정성환

더불어민주당 대선 광주·전남 지역 경선 결과가 발표된 25일 오후 광주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DJ센터) 광장에 모여 있던 수천명의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렸다. 이 지사 측에선 “이게 아닌데”라는 탄식이 나오는 등 침통한 분위기가 감지된 반면, 이 전 대표 진영에선 “이겼다”며 환호성이 터져 나오며 기쁨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明 측 “침통” vs 洛 측 “이겼다”

이날 경선 합동연설회가 열린 DJ센터 광장에 저녁 늦게까지 남은 각 후보별 캠프 관계자들과 지자들 수백명은 오후 6시에 발표 예정이던 득표 결과를 초조하게 지켜봤다. 당초 예정시간보다 발표가 지연되자 광장의 고요함은 더 고조됐고, 지지자들의 호흡은 가빠졌다. 일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무거운 표정으로 핸드폰만 응시했다.

이윽고 이날 오후 6시40분께 광주·전남 지역 경선 결과가 발표되자 이낙연 지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고 일부 참석자들은 ‘이낙연!’을 연호하며 자축했다. 

이낙연 캠프 한 관계자는 “비록 적은 표차라도 우리가 이길 것으로 확신했다”며 “광주에서의 승리를 발판으로 일반 선거인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수도권까지 역전드라마의 희망의 불씨를 살려갈 수 있게 됐다”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반면 이 지사 지지자들 사이에선 탄식이 새어나왔다. 한  지지자는 이날의 결과에 대해 “최근 불거진 악재가 적잖게 영향을 미쳐 불의의 일격을 당한 것 같다”며 이 전 대표의 ‘안방’인 호남권에서 대세를 결정짓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일부 지지자들은 “끝났다고 말하지 말라”며 서로 어깨를 토닥이며 위로했다.

9월 25일 오후 광주·전남 지역순회 경선이 열리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지자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9월 25일 오후 광주·전남 지역순회 경선이 열리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지지자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이재명은 합니다” vs “이낙연, 지켜줄게”

호남권 경선 첫날 25일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수천명의 지지자들이 몰려 장외전도 후끈 달아올랐다. DJ센터는 행사 전부터 후보들의 사활을 건 대결 못지않게 지지자들의 응원전도 뜨겁게 펼쳐졌다.

순회 경선 시작 약 3시간 전인 낮 12시쯤부터 각 후보별 지지자들은 행사장 광장에 부스를 차리고 현수막, 스티커 등을 붙이면서 세 과시에 나섰다. DJ센터 인근은 주차공간 하나 없이 인근 도로까지 차량으로 빼곡하게 들어찼다. 오후 1시쯤에는 이미 2000여명이 넘는 인원이 모여들어 응원전 열기는 과열됐다. 

기호 1번 이재명 지사 지지자들은 행사장 서쪽 입구에 모여 토끼 인형탈을 쓴 지지자 1명을 중심으로 춤을 추며 ”이재명은 합니다“라고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이 지사가 내건 슬로건을 적은 손팻말과 풍선을 들고 열띤 응원전을 이어갔다. 일부는 ‘기본소득’, ‘지역화폐’가 써 있는 하얀 풍선과 ‘우리가 이긴다’는 붓글씨가 새겨진 부채를 들고 응원전을 폈다. 

일부 지지자는 최근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왜곡보도를 하고 있다며 ‘TV조선·조선일보 OUT’을 외치기도 했다. 또 ‘임을 위한 행진곡’ 등을 부르면서 어깨춤을 추며 ‘이재명’을 외쳤다. 이윽고 오후 2시 40분께 이 지사가 서쪽 출입구 쪽으로 들어서자 우뢰와  같은 함성으로 “이재명!”“이재명!”을 연신 외쳤다. 

이낙연 전 대표 지지자들도 안방에서 더욱 세를 과시했다. 이들은 이 전 대표의 고향인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하며 ‘사랑한당께’, ‘지켜준당께’를 힘차게 외쳤다. 이 전 대표의 이름을 딴 ‘연’과 ‘바람개비’ 등의 굿즈를 받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이 전 대표가 2시 45분께 DJ센터 동쪽 출입문을 통해 입장하자 큰 혼잡을 빚으며 환호가 이어졌고, 한 지지자는 파란 장미를 건네며 응원하기도 했다.

9월 25일 오후 광주·전남 지역순회 경선이 열리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서 이낙연 전 당 대표 지지자들이 “호남이 지켜줄게”라는 손팻말을 들고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9월 25일 오후 광주·전남 지역순회 경선이 열리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서 이낙연 전 당 대표 지지자들이 “호남이 지켜줄게”라는 손팻말을 들고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옳았다. 추풍당당’ vs ‘흠결 없다, 김두관’

추미애 전 장관 지지자들은 ‘조국 수호’, ‘우리가 조국이다’ 등의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지지 응원전을 펼쳤다. 일부는 ‘검찰개혁’, ‘옳았다’ 등이 적힌 머리띠를 쓰고 ‘추풍당당’ 풍선을 흔들었다. 辛(신)라면의 로고에서 한자를 살짝 바꿔 한글 ‘추’로 보이게 해 “맵다 추라면! 적폐를 울릴 추가 대통령이라면!”을 외치는 모습도 보였다. 지지자들의 열띤 환호 속에 연설회 시작 20분전에 남쪽 문을 통해 입장한 추 전 장관은 지지자들과 일일이 주먹 악수를 나눴다. 

추 전 장관 바로 옆 김두관 의원 부스에선 지지자들이 김 의원의 2번을 뜻하는 ‘브이’ 피켓을 들고 북을 치며 “흠결없다 김두관”을 외쳤다. 이들은 노란 조끼를 입고 “노무현 정신 계승”을 강조했다. 

지역정가에선 이번 경선 결과에 대해 “결선 투표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 전 대표는 텃밭 광주·전남에서 승리하면서 이 지사의 독주를 일단 저지하고, 결선 투표로 향하는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는 얘기다. 

반면 이 지사는 광주에서 이 전 대표에게 4.6%포인트 격차로 이 전 대표에게 밀리면서 적잖은 치명타를 입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역대 민주당 경선에서도 호남에서 이긴 후보가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는 점은 이 지사로선 신경쓰이는 대목이다. 지금까지 치러진 충청과 대구·경북, 강원 등 4차례 지역 순회 경선과 1차 수퍼위크에선 이 지사가 5연승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자들의 이후 일정은 제주(10월1일), 부산·울산·경남(10월2일), 인천(10월3일/2차 슈퍼위크), 경기(10월9일), 서울(10월10일/3차 슈퍼위크) 순으로 열린다.

9월 25일 오후 광주·전남 지역순회 경선이 열리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지지자들이 “적폐들 울릴 추라면!”이라는 팻말을 들고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
9월 25일 오후 광주·전남 지역순회 경선이 열리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서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 지지자들이 “적폐들 울릴 추라면”이라는 팻말을 들고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
9월 25일 오후 광주·전남 지역순회 경선이 열리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서 김두관 의원 지지자들이 “서울공화국 해체, 지방도 잘사는 나라”이라는 팻말을 들고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9월 25일 오후 광주·전남 지역순회 경선이 열리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 앞에서 김두관 의원 지지자들이 “서울공화국 해체, 지방도 잘사는 나라!”이라는 팻말을 들고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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