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vs 홍준표 ‘내전 격화’…문제는 본선 경쟁력
  • 이원석 기자 (lws@sisajournal.com)
  • 승인 2021.10.11 10:00
  • 호수 1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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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는 尹, 쫓는 洪의 네거티브 공세 갈수록 험악해져
국민의힘 경선, 늘어난 20만 책임당원에 ‘주목’…“40대 이하가 40% 이상” 尹측 긴장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등의 이슈가 정국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지만, 대선 시계의 초침은 쉼 없이 째깍째깍 움직이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10월10일 최종 경선을 통해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대선 후보로 확정했다. 대장동 의혹의 중심에 선 이 지사는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30% 득표에 못 미치며 흔들리는 모습도 있었지만, 호남을 제외하고 서울 등 전역에서 과반 득표를 넘기며 결선 없이 본선행을 결정지었다. 대세론을 재입증한 것이다.

이제 시선은 야권으로 향한다. 누가 이재명 후보의 대항마로 본선에 나설까. 여당의 본선 후보가 확정된 만큼 야권 경선은 더욱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미 뜨겁게 불꽃이 튀고 있다. 특히 현재 지지율 1, 2위를 다투는 윤석열 경선 후보와 홍준표 경선 후보 간 내전은 갈수록 더 격화되고 있다. 마치 15년 전인 2007년 대선의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경선 때 ‘이명박 대 박근혜’의 대혈전을 연상케 한다. 당시 양측은 같은 당이면서도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혈전을 펼쳤고, 그 앙금은 ‘친이(親李)’와 ‘친박(親朴)’ 계파싸움으로 확산되며 지금도 그 후유증이 남아있을 정도다.

사실 경선 레이스 초반만 해도 현 정권으로부터 받은 검찰총장 임명장을 내던지고 ‘반문(反文)’의 기치를 내세우며 대선판에 뛰어든 윤석열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 수치상 독주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지난 2017년 대선 2위 득표자였던 홍준표 후보의 저력도 대단했다. 이제 두 후보의 격차가 2%포인트까지 줄어든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심지어 ‘범보수 후보 적합도’에선 1, 2위가 뒤바뀐 결과가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0월4일 부산진구 서면 지하상가를 방문해 어묵을 맛보며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0월4일 부산진구 서면 지하상가를 방문해 어묵을 맛보며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10월4일 부산진구 서면 지하상가를 방문해 어묵을 맛보며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연합뉴스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9월30일 대구 칠성시장을 찾아 시민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분명해진 1, 2위 상황에 의원들도 캠프행 멈춰” 

상황이 이러하니 양측의 신경전도 날로 격화되는 분위기다. 사사건건 강하게 충돌하며 얼굴을 붉히는 모습이다. 최근 윤 후보의 손바닥 왕(王)자 논란이 터진 직후도 그랬다. 홍 후보가 ‘부적 선거’라며 강도 높게 비난하자 윤 후보 측은 홍 후보의 개명 사실까지 언급하며 예민하게 대응했다. 2위 주자는 계속해서 때리고, 쫓기는 1위 주자는 공세를 결코 외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싸움이 더욱 고조될 것은 분명하다. 그야말로 내전(內戰)이 시작된 셈이다. 국민의힘은 11월5일 본경선에서 최종적으로 대선후보를 결정한다. 운명의 4주다. 승부의 결판은 어디서 날까. 누구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싸움이다. 

당내 분위기도 판세가 요동치고 있음을 그대로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대선을 앞두고 의원들의 캠프행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특히나 유력 주자 캠프엔 사람이 몰리는 것이 당연하다. 경선 초기 윤석열 캠프에 전·현직 의원들이 대거 들어갔다. 현재도 조직력 측면에선 윤 후보가 다른 당내 경선 주자들보다 압도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최근엔 의원들의 움직임이 주춤해졌다는 분위기가 전해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요즘엔 의원들의 캠프행 발걸음이 멈췄다. 어느 한 캠프에만 걸기엔 상황이 불분명해졌다는 것”이라며 “1, 2위 싸움이 매우 박빙인데 승부를 예단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고 말했다. 

불과 두세 달 전까지만 해도 부동의 야권 1위였던 윤 후보가 삐끗하게 된 원인은 뭘까. 윤 후보가 유력 대선주자로 주목받은 시점부터 되짚어보자. 2019년 검찰총장으로 있으면서 당시 여권 실세였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를 강행한 윤 후보였다. 서슬 퍼런 정권에 굴복하지 않고 맞서는 모습은 ‘공정’으로 부각됐다. LH 사태 등까지 터지며 공정이란 화두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20대 대선의 시대정신이 되면서, 윤 후보는 자연스레 유력 주자로 떠올랐다. 누가 뭐래도 윤 후보의 가장 큰 강점이자 시그니처는 공정에 대한 이미지인 셈이다. 

하지만 공정만으로 청와대로 향하는 길의 마침표가 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지난 6월부터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시작한 윤 후보는 이른바 ‘1일 1실수’ 논란에 휩싸이며 최대 약점인 준비·경험 부족을 노출했다. ‘주 120시간 노동’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없다’ ‘주택청약 모르면 치매환자’ 등 반복되는 설화에 이어 최근의 손바닥 왕(王)자 논란까지 쉴 틈 없이 논란을 생산했다. 국민의힘 한 전직 의원은 “경험 부족이라는 건 정치인으로서 결코 작은 약점이 아니다. 학교 반장을 뽑는 게 아니지 않나. 결정적인 순간 치명적인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윤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다소 하락하는 데는 태도의 문제도 있는 것 같다. 문제가 터진 이후 해명을 보면 ‘그게 왜 논란이 되는지 모르겠다’며 어찌 보면 좀 오만한 모습이다. 특히나 검찰 출신에 대한 안 좋은 선입견을 가진 유권자들은 (이런 모습에) 덜컥 겁이 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지난 2017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대선후보로 출마했던 홍준표 후보는 7월까지만 해도 5%가 채 되지 않는 지지율을 보이다가 8월께 급상승하기 시작했다. 특이한 것은 2030세대, 호남 지역 등 보수 야당이 약점을 갖고 있던 특정 층에서의 지지가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정치권에선 그의 시원한 화법과 태도가 젊은 세대와 중도층의 마음을 연 것이라고 분석한다. 사형제 폐지, 사법고시 부활 등 선명성 있는 방향으로 이슈를 선점하는 것 또한 탁월하다. 또 이미 대선을 한 번 치른 ‘검증된 후보’라는 것도 홍 후보의 강점으로 꼽힌다.  

 

갈수록 높아지는 당원 투표 비율…누구에게 유리할까 

그러나 홍 후보에게도 약간의 혼란이 있다. 5년 전 대선에선 강성 보수 이미지가 강했던 홍 후보는 이번 선거에선 확장성 강한 후보라는 이미지로 변화를 꾀하는 모습을 취했다. 그 과정에서 조국 전 장관 관련 수사가 과잉됐다고 지적했다가 역풍을 맞기도 했다. 아울러 ‘말’은 그에게 강점인 동시에 약점인 셈이다. 홍 후보는 최근 한 간담회에서 다른 후보를 겨냥해 ‘XX하던 놈’ ‘줘 패버릴 수도 없고’ 등의 막말을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홍 후보는 정치적 감각이 뛰어나고 모든 사안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갖는) 게 장점이지만, 막말에 대한 이미지가 쉽게 지워질지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경선은 3차례의 경선에서 점차 당원 투표 비율이 높아지는 방식이다. 1차 경선은 당원 여론조사 20%,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 80%로 진행됐다. 2차부턴 당원의 경우 여론조사가 아닌 투표로 진행됐다. 2차에서는 당원 선거인단 투표 30%, 일반 여론조사 70% 비율이 반영됐다. 마지막 본경선에선 책임당원 투표 50%, 일반 여론조사 50%로 당원 비율이 더 오른다. 

앞서 치러진 1, 2차 경선에선 수치가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으나 당원 투표에선 윤 후보가, 여론조사에선 홍 후보가 근소하게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점차 당원 투표 비율이 올라가면서 윤 후보가 더 유리해진다는 전망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변수가 있다. 지난 5월31일부터 9월27일까지 4개월에 걸쳐 늘어난 23만 명 안팎의 책임당원들이다. 기존 책임당원이 28만여 명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숫자가 불어난 것이다.

이들은 본경선 선거인단에 포함된다. 특히 이들 중에는 40대 이하가 43%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후보는 50대 이상과 TK(대구·경북) 지역 전통 보수층의 지지가 두드러진다. 반면 홍 후보는 40대 이하와 호남 등 지역에서 지지세가 강하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030을 비롯한 40대 이하의 젊은 지지층이 대거 유입된 것이 커다란 변수임은 틀림없다. 젊은 층과 호남에서 최근 지지를 많이 얻는 홍 후보에게는 호재일 수 있다”며 “그러나 윤 후보가 입당한 7월30일 이후부터 당원 증가세가 컸기 때문에 이를 무시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윤 후보 측은 신규 당원 증가 상황에 대해 상당히 경계하는 모습이다. 최근 윤 후보는 “위장 당원이 엄청 가입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위장으로 당에 가입, 당원 투표에 참여해 ‘역선택’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윤 후보 측의 해석에 오류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석열 캠프 관계자는 “역선택이 존재한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라며 “위장 당원이 존재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성동 “위장 당원 우려 분위기 사실”… 조경태 “尹쪽 연이은 실수, 洪이 유리”

‘본선 경쟁력’도 후보의 본선 진출 여부를 결정지을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우선은 여권 후보에 대한 경쟁력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이재명 후보를 대선 후보로 확정했다. 본경선에 투표하는 이들은 이 후보를 상대로 본선에서 더 잘 싸울 수 있는 후보에게 표를 몰아줄 것이란 분석이다.  

그 연장 선상에서 검증과 확장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증에선 윤 후보에게 몇 가지 리스크가 존재한다. 공수처에서 활발히 수사 중인 ‘고발 사주 의혹’이 있다. 또 부인 김건희씨와 연관됐으며 최근 관계자가 구속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등도 예민한 부분이다. 특히 윤 후보가 지난해 4월 검찰총장 당시 측근을 통해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자신의 처가 사건과 관련해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관련 녹취가 복원돼 논란이 다시 급격히 재확산되는 분위기다. 당시 고발장을 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었던 조성은씨에게 전달한 의혹을 받는 김웅 의원은 조씨와의 통화 녹취에서 “우리가 고발장을 보내줄 테니 서울남부지검에 접수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져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반해 이미 지난 대선 과정에서 혹독한 검증 과정을 거쳤던 홍 후보는 상대적으로 유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확장성과 관련해서도 2030세대와 호남 등에서 지지를 받는 홍 후보가 유리하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다만 이러한 여러 요소들이 이재명 후보와의 대결에서 어떻게 작용할지가 중요하다. 어떤 선거캠프에도 속하지 않은 국민의힘 한 중진의원은 “단순한 분석만으로 본선 진출자를 예측하기가 어렵다. 경선 과정에서의 확장성을 여론조사 수치로만 판단할 수도 없다”며 “아직 한 달이라는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두 후보에게 모두 기회는 있을 거라고 본다. 당내에선 윤-홍 두 후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상당한 박빙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는 분위기인데, 중요한 건 새로운 논란을 만들어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각 캠프에선 어떻게 본경선을 준비하고 있을까. 시사저널은 양 캠프의 수장들에게 직접 경선 전략을 물어봤다. 윤석열 캠프의 종합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은 “우리가 부동의 1위 후보인 것은 여전하다”며 “윤 후보의 사상과 철학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진솔하게 설명할 것이다. 선거에 대해 무슨 꼼수를 쓰거나 누구처럼 없는 걸 만들어내 거짓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위장 당원’ 주장과 관련해선 “그런 움직임과 정황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홍준표 캠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경태 의원은 “최근 다시 반등의 기미가 보인다. 윤 후보 쪽에서 연이은 실수와 실책이 나오고 있는 것이 홍 후보에게 유리에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앞으로 양쪽이 아주 치열하게 경쟁할 텐데 결국은 관록이 있고 정치력이 풍부한 홍 후보 쪽에 대한 기대감이 더 확산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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