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인터뷰] “文정부는 국가주의 정부…‘자유주의’ 尹정부는 다를 것”
  • 대담=전영기 편집인 / 김종일·구민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22.04.08 14:00
  • 호수 16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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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김병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
“노무현, 文정부가 세금 퍼주는 모습 봤으면 안타까워했을 것”

김병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별위원장은 4월6일 인수위가 있는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사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했다. 김 위원장은 윤석열 새 정부를 떠받치고 있는 국정철학과 가치를 상세하게 밝혔다. 왜 자유주의인지, 국가의 역할과 성공하는 정부를 위한 방향성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지금의 꽉 막힌 정치구조 속에서 대한민국이 전진할 유일한 방법은 위대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뛰게 만들 ‘자유주의 정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윤 당선인이 강조하는 ‘시장경제’와 ‘지방분권’에 자유주의 정신이 깔려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각종 규제와 정부 주도 국정을 펼친 문재인 정부를 ‘국가주의 정부’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지역균형 정책의 큰 그림을 제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공약과 정책도 고르고 있다. 그가 앞으로 어떤 자리를 맡게 되든 윤석열 정부 5년 내내 ‘대통령 멘토’ 역할을 하리라는 관측이 많다. 김병준은 노무현이 아끼는 책사였고, 박근혜가 탄핵 위기 때 찾은 책임총리 후보였다. 이번 대선에선 윤 후보의 정책 총괄로서, 선대위의 ‘왼쪽 날개’를 담당하기도 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신(新)행정수도 정책을 구상하며 세종시를 설계한 주역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박은숙

새 정부가 곧 출범한다. 근본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윤석열 정부의 근저에 흐르는 핵심적인 국정철학과 가치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자유시장체제를 철학적·정신적 기반으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국가계획 방향도 결국은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틀을 지킬 것이다. 이게 문재인 정부와 어떻게 다른지 이야기하면 쉽게 구별이 될 것이다. 제가 맡고 있는 지역균형 의제만 해도 윤 당선인은 윤석열 정부의 정체성은 지방시대와 지역균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자유시장경제는 국가가 가진 경제에 관한 각종 규제권이나 통제권을 시장에 돌려주겠다는 의미다. 그 궁극적인 책임과 권한을 기업과 소비자에게 향하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곧 지방이 자유로워지고, 소비자와 기업인 모두가 자유로워지는 것을 의미한다. ‘지방화’라는 말 한마디에 자유주의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달랐다고 보나.

“노무현 정부의 2기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신’과 정반대 길을 갔다. 지방화만 해도 흉내만 냈지 실질적 권한 이양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제게 ‘노무현 정신’이 무엇인지 자주 묻는다. 노 전 대통령은 자유주의 정신을 기저에 깔고 있었다. 그래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추진한 것이다. 서비스산업 육성도 마찬가지다. 어느 날 갑자기 누구 꼬임에 빠져 추진한 게 아니다. FTA 추진과 서비스산업 육성 모두 자유주의에 기반했기에 가능했다.”

또 다른 사례가 있나.

“시장 규제도 대폭 강화됐다. 소주 광고 규제, ‘먹방’ 방송 규제까지 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제가 문재인 정부를 향해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정부가 아니라 ‘국가주의 정부’라고 한 것이다. 지난 5년간 국가주의 관행이 강화됐다. 윤석열 정부는 출발부터 자유시장경제를 선언했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윤 당선인이 거듭 밝히고 있다.”

국가주의를 배척하고 이토록 자유주의를 강조하는 이유는.

“국가는 사실 우리 경제를 선도해 이끌 역량이 없다. 대통령 권력이 막강한 것 같지만 사실은 아니다. 대통령이 실제 노동 개혁과 산업 구조조정, 금융과 교육 개혁을 할 힘이 있나. 거의 없다. 법안 하나 통과시키는 데 3년 가까이 걸린다. 여소야대 구조는 대통령을 더 힘들게 한다. 이런 시스템 속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이 제대로 발휘될 수 없다. 국회는 어떤가. 지금 국회가 제대로 작동한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잖나. 관료는 눈치만 본다. 아무리 유능한 관료도 관료체제에 들어가는 순간 덕성과 재주가 모두 죽는다. 인재의 요람이 아니라 인재의 무덤이다. 대통령도, 국회도, 관료체제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답은 무엇일까. 위대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뛰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곧 자유주의 정신이다.”

단지 자유주의만으로 시장의 실패를 보완할 수 있나.

“오해하지 말길 바란다. 자유주의 정신만을 강조하는 게 아니다. 자유주의가 활성화되면 빈부격차와 양극화 등 부작용이 초래된다. 그 부분에선 국가가 역할을 해야 한다. 국가가 개인을 새로운 세계에 데려갈 수는 없지만, 넘어져 있는 사람을 일으켜 세울 수는 있다. 여기선 국가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사회의 균형을 맞추고, 고르게 배분하고, 패자가 다시 부활할 수 있게 하는 문제 등은 국가가 계속해야 한다. 아울러 국가는 상식과 정의가 바로 서게 해야 한다. 이게 바로 자리 잡지 못하면 자유주의는 무너진다.”

상식과 공정을 바로 서게 하는 게 무엇인가.

“이른바 ‘부모 찬스’를 쓰고, 부모의 재력에 따라 ‘금수저’와 ‘흙수저’가 나뉘고, 그에 따라 갑질을 일삼는 일이 벌어진다면 자유주의는 지켜질 수 없다. 시장에 힘을 실어주고 국민 한 명 한 명이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되, 여기서 부족한 부분은 국가가 채워주도록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바로 이런 틀을 만들어야 한다. 자유시장경제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잘못된 규제를 풀고, 민간의 정의롭지 못한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러면서 뒤처지는 부분은 끊임없는 돌봄과 보호를 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의힘 대선후보 시절인 2021년 12월7일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회의에서 김병준 당시 상임선대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시사저널 박은숙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선 관료의 도움이 절실할 텐데 대안은.

“실적주의가 제대로 살아나야 한다. 관료 입장에서 지금의 수많은 법과 지침은 밟으면 터지는 지뢰와 같다. 지뢰밭에서 누가 움직이겠나. 움직이면 지뢰가 터져 죽는데. 나만 죽나? 주변도 함께 죽는다. 그러니 아무도 안 움직이는 게 합리적이다. 이런 부분이 하루아침에 바뀌진 못하겠지만,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도록 실적주의를 강조해야 한다. 제도가 아니라 문화로 굳어져 있어 바뀌는 데 시간은 걸릴 것이다.”

‘윤석열의 보수주의’는 어떤 모습일까.

“한국의 보수는 모순되는 두 개의 가치로 이뤄졌다. 우선 박정희 대통령 시절 국가의 권력을 강화해 나라를 발전시켰다. 권위적 체제와 반공주의 보수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 했다. 공산화만 막으면 자유주의가 실현된다는 생각이었다. 두 번째가 윤 당선인의 보수 즉, 자유주의 보수, 오리지널 보수다. 개인의 자유를 확대해야 한다는 보수다. 개인의 자유를 확장하는 목표를 위해 시장의 불평등과 불공정 구조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하는 보수라고 할 수 있다.”

이건 국가의 역할이 어디까지인가와 직결되는 문제다.

“그렇다. 국가의 역할은 분배의 균형을 맞춰야 하되 개인의 자유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 헌법 119조 1항은 자유와 창의를 바탕에 둔 정신이다. 반면 119조 2항은 그것을 보완하는 경제민주주의 조항이다. 즉 자유와 시장, 창의가 기본이다. 불평등과 불공정을 해소하는 것은 기본을 보완하는 기능이다. 분배와 형평을 맞춰주는 게 바로 국가의 역할이다.”

분배와 형평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국가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분배도 국가가 처음부터 다 하는 게 아니다. 1차 분배는 임금·이윤같이 시장에서 시장원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 시장경제는 1차 분배를 한다. 시장에서 일어나는 분배 문제까지 국가가 다 하겠다고 나서면 안 된다. 국가는 2차 분배를 해야 한다. 시장이 잘 작동하지 않을 때 빈부격차가 심화된다. 국가가 세금을 걷어서 나눠주는 일이 2차 분배다.”

문재인 정부는 어땠다고 보나.

“문재인 정부는 기회의 공정과 과정의 평등 등을 말했지만, 시장에 의한 1차 분배 과정은 집어던져 버렸다. 시장의 기능을 죽인 셈이다. 1차 분배에 대한 노력 없이 2차 분배로 바로 직행해 돈을 무책임하게 뿌리기만 했다. 불공정과 불평등 문제 해소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됐다. 그냥 돈을 뿌리기만 했다. 시기와 방법 모두 적절하지 않았다. 선거를 앞두고 매표 수준의 돈 퍼주기는 정말 잘못된 것이었다. 정부 스스로 정의롭지 못한 집단임을 드러낸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무엇이 다를까.

“조세를 모아서 국민에게 현찰로 나눠주는 방식은 피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세금을 모아 퍼주는 모습을 봤으면 안타까워했을 거다. 국가가 어떻게 1차 분배까지 하려고 하냐고 말이다.”

윤 당선인은 다를 것이라고 어떻게 확신하나.

“윤 당선인은 자유주의자다. 자유주의에 대한 뚝심과 신념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강하다. 항간의 오해가 있다. ‘무식하다’는 말을 당시 여당에서 했는데 잘못 본 말이다. 윤 당선인은 자기 철학이 확고하다. 토론을 못 할 것이라고 했지만 실제 토론을 할수록 더 단단해지지 않았나. 그런 ‘윤석열의 정신’을 확인했기에 저도 캠프에 합류하게 된 것이다.”

본인의 향후 계획은.

“인생의 마지막은 학자와 선생으로 남고 싶다. 얼마 안 남은 지적 여력이 있는 동안 책을 쓰려 한다. ‘한국정치 현대사’라는 책을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출판하는 게 남은 꿈이다. 미국 출판으로 인생 마지막에 힘들게 쓴 책을 글로벌 사회에서 평가받고 싶다. 우리 사회의 담론 내용이 그로 인해 조금이라도 달라질 수 있다면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를 통해 한국 민주주의가 새로운 고민을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김병준 인터뷰] ② 「“尹이 정치보복? 순리대로 할 것…현 정부의 알박기 인사는 딜레마”」 기사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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